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는 ‘내 교회, 내 성도’보다 ‘남의 교회, 남의 성도’를 더 사랑하는 독특한 교회다. 주변 지역의 미자립 개척교회로 발길을 옮긴 성도들이 마치 내 교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헌신하는가 하면, 미처 교회건물을 마련하지 못한 작은 교회 교인들이 선한목자교회 건물을 자신들의 교회 삼아 예배드리기도 한다. 다 내어 주면서도 오히려 교회는 성장하고 건강해졌다.
사실 유기성 목사가 3년 전 선한목자교회로 부임했을 당시 그에게 놓여진 것은 덩치만 큰 채 공사가 중단된 교회건물과 엄청난 양의 빚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렵게 성전을 완공하고 벅찬 마음으로 성전 앞에 섰는데 이상하게 ‘뿌듯하다’는 생각은 커녕,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이전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문뜩 완공된 큰 성전을 보며 누군가 괴로워 할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주변에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이죠.”
평소 ‘건강한 교회’를 소망해 왔던 유 목사는 고민하고 지체할 것도 없었다. ‘바로 지금 주변의 어려운 교회들과 함께 하라’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성도들을 주변 지역 개척교회로 파송했다. 유 목사의 그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렸던 성도들이었기에 작년에는 아예 20여명의 성도들이 1년을 작정하고 6개의 교회로 나누어 섬기기로 했다. 여기에 50여명의 청년들까지 함께해 개척교회를 향한 사랑을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파송된 성도들이 그저 성도 수나 채운다고 생각한다면 오해다. 반주에서 시작해 찬양단, 교회 학교 선생님에 전도까지. 기쁨은 물론이거니와 정신적 물질적 고민과 아픔까지도 내 것처럼 함께 한다. 개척교회에서야 모두 모여 봤자 10여명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야말로 그 교회 가족인 셈이다. “돌아오지 말고 아예 그 교회 성도들이 되셨으면 더 좋겠다”라고 미소 짓는 유 목사의 얼굴에 내어놓음의 기쁨이 묻어났다.
유 목사의 이같은 ‘지역교회 사랑’은 그가 평소 생각해 왔던 목회 철학에서 비롯됐다. “대형교회의 역할이 있듯이 소형교회는 소형교회만의 사명이 있습니다. 작은 골목 골목에서 뛰어노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 지역에 위치해 있는 작은 교회가 아니고서는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친구에게서 느껴지는 친근함, 어머니같은 사랑으로 지역 곳곳을 따뜻하게 비추는 소형교회, 그리고 세계선교, 대사회적인 메시지, 체계적이고 재정적인 후원이 필요한 사역들을 감당하는 대형교회간의 아름다운 공존. 유 목사가 꿈꾸는 온전한 교회의 모습이다.
늘 비움의 연속이었지만 선한목자교회는 유 목사가 부임한지 3년 만에 성도수가 3배 늘어 이번 달 출석수가 2천명을 넘어섰다. “혹여 교회의 외형이나 규모가 목회의 목표가 돼 버릴까봐 교회가 대형화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는 그였지만 늘 건강한 교회를 추구하다 보니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귀한 영혼들까지 풍성히 안겨 주신 듯 했다.
유 목사는 무엇보다 예수님과 동행하는 교회를 추구한다. 교회 표어도 ‘예수님이 이끄시는 교회’다. 특히 장로들과 교회 대소사를 논할 땐 하나님 앞에 더욱 두려운 마음으로 뜻을 구한다. ‘하나님의 뜻에 위배된다’고 생각이 들면 누구든지 자신 앞에 놓인 종을 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같이 1분간 기도하며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모든 일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는 유 목사는 “예수님이 설 자리가 좁은 대형교회보다는 예수님이 이끄시는 방향으로, 예수님이 살아 숨쉬는 건강한 교회의 모습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