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대자연의 한 귀퉁이를 일궈 인간에게 필요한 양식을 얻는 것이 농사입니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입니다. 인간은 한낱 아주 작은 심부름꾼에 불과하지요.
농사도 대자연의 도움 없이는 하나도 얻을 수 없습니다.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 먹을거리를 만들지만, 스스로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흙과 비와 햇빛, 공기와 바람과 곤충의 힘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져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별빛까지도 작물이 자라는데 도움을 주지요. 자연 순환의 원리를 생각하면 스쳐지나가는 바람 한줌도 다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태와 순환을 생각하는 농사, 모름지기 농사짓는 사람은 가장 밑바탕에 이런 생각이 깔려있는 사람들입니다. 농사 노역을 한번 해 보면서 인간에게 주어진 우주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농사짓는다는 것은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자로서, 관리자로서 고유한 소명의 행위라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농사를 짓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터무니없이 싼 게 농산물 값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농촌이 붕괴되어온 건 농산물이 제 값을 못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근대화를 한답시고 농산물 가격을 억제하고, 공장과 도시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농촌에서 사람들을 빼내가 농촌이 비어간 것이지요. 버려지는 시골땅이 늘어나는 것은 또 당연하구요.
세계 다국적기업들은 식량시장을 독점하고, 세계 식량 공급을 통제하여 자신들의 배만 불리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식량을 무기 삼아 권력을 다지고 있습니다. GMO 등 유전공학을 이용해 자연 순환과 생태계 질서를 깨뜨리거나, 살충제, 제초제, 합성비료를 마구 사용해 농업의 실질이익은 낮추고, 자연파괴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외국의 농산물이 먼 거리를 이동해서 우리나라로 오기까지 사용하는 화석연료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채 익지 않은 과일을 썩지 않게 하기 위해 화학물질 범벅을 하여 배, 트럭이나 비행기 안에 실은 후 우리 동네로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어 공기를 오염시키고 지구온난화를 앞당기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참 많습니다. 생명 다양성을 살리고,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하며, 생물자원을 사유화하는 것을 막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 땅의 우리 농산물은 오랜 우리민족과 함께 조화를 이루어 한민족의 체질과 입맛에 꼭 들어맞은 것입니다.
음식물은 인간의 체질은 물론 성격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민족의 착하고 정의로운 심성과 평화로운 정신은 우리 농산물로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 체질에 맞지 않는 수입농산물을 먹으면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없었던 여러 새로운 질병이 생기고, 성인병인구가 증가하므로 개인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국민 의료비가 높아져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고유 품종을 지키며 우리 농산물을 먹는 것, 지구를 살리고 인류를 구원하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반드시 우리 땅 농산물로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그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