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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상까지 공간의 한계 무너져
서울 강남의 한식당 ‘로즈힐’은 등심구이가 주 메뉴다. 놀이공원 서울랜드의 장미동산에 위치한 한식당 로즈힐이 도심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 식당의 주 메뉴에 어울리는 주종은 당연히 소주다. 등심구이 전문식당을 찾는 고객들도 으레 소주를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로즈힐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는다. 메뉴판에서도 아예 소주는 빠져있다. 굳이 소주를 찾는 고객에겐 외부에서 필요한 수량만큼만 구입해 반입한다. 소주만이 아니다. 한식당 메뉴판에 당연히 포함돼 있어야 할 각종 주류 리스트 자체가 이곳엔 없다. 대신 음식 주문이 끝난 후 소믈리에가 들어와 와인 리스트를 펼쳐놓고 주문한 음식에 적합한 와인을 추천한다. 로즈힐 입구의 와인고에는 100여 종 2000여 병의 와인이 가지런히 누워있다.
로즈힐보다는 좀 더 대중적으로, 직장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서울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 뒤편의 ‘한국관’에서도 소주를 비롯한 각종 주류 메뉴판과는 별도로 와인 리스트를 내놓고 있다. 소믈리에를 고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와인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와인고를 설치한 것이다.
이 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예전엔 술이 동반되는 저녁식사 자리는 가급적 피하게 됐는데 지금은 와인 한두 잔을 함께 할 수 있어 술좌석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비단 식당에서만이 아니다. 퇴근 후 가정에서의 저녁식사와 함께 즐기는 반주로도 와인은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이는 할인매장에서 판매되는 저가 와인의 매출 증가에서 쉽게 확인되고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정집 밥상으로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와인 시장은 어느새 공간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아직은 전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수입자유화 20년만에 올 5500억원대 시장형성
국내 와인 시장은 올해로 수입자유화 20년을 맞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와인 수입이 허용된 1987년부터 시장 형성도 본격화돼 지난해에는 시장 규모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전체 주류 시장 8조2000억원 규모의 3~5% 수준이지만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올해 4000억원대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며 5500억원대까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와인 시장의 매출은 경제 전체가 불황이었음에도 전년 대비 약 22%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입 주류 시장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4년 6%에서 2006년에는 18%로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와인 수입 금액은 6976만8000달러. 지난 2000년만 하더라도 와인 수입 금액이 채 2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3.5배 이상 성장했다. 또 지난 한 해 와인 수입 총액인 8860만7000달러의 75.2%에 달하는 금액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한층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와인 수입 전문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일인당 연간 술 소비량이 약 30리터에 달하는 한국 주류 시장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즉 2010년까지는 연평균 11.7%의 성장률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2006년 0.59리터였던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도 2010년에 이르면 0.76리터로, 향후 5년을 전후해 8000억~1조원 규모의 시장 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신덕 수석무역 와인 마케팅 팀장도 “한국의 와인 시장이 성장을 넘어 신규 시장 창출과 타 주류의 소비를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호전되고 있는 여건에 비해 판매 업계는 많은 업체가 무한 경쟁 체제에 들어가 예상만큼 높은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전국에 걸쳐 300여 개의 와인 수입 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며 취급 와인도 약 400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와인 소비 증하가는 5가지 이유
이처럼 폭발적인 와인 시장의 성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5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경제 발전으로 인해 고급품 및 웰빙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술에 있어서도 저도주 음주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알코올 도수가 20도를 훌쩍 넘었던 소주도 지금은 19.8도까지 내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소주보다 순한 약주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도수가 낮고 레드 와인의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건강 성분으로 알려지면서 하루에 소량의 와인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건강 습관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는 젊은 층에서 노·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가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서 와인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화된 생활을 통해 서구적 식문화로 변화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로 인한 소비 지출 확대, 즉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외식 횟수 증가와 가정 내 와인 소비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인터넷에서도 와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임이 활성화돼 전문가급 와인 애호가 그룹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 번째는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와인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등 유럽 일변도에서 칠레, 미국, 호주 등 신대륙 저가 와인의 공세가 거센 한편 인터넷을 통한 다양한 종류의 와인 정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종류와 품질, 가격대의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다양한 와인이 출시돼 규모를 한층 확대하고 있다.
네 번째는 300여 개가 넘는 수입 및 판매 업체가 경쟁하면서 마케팅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와인 수입 업체는 위스키 업체까지 와인 시장에 가세하면서 마케팅도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고객을 위한 와인 정보 제공은 물론 할인 행사, 와인 강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한 홍보 및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와인 시장의 트렌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섯 번째는 유통 채널의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종류와 가격대의 와인이 여러 판매 채널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중저가 와인은 접근성이 용이한 대형할인매장과 동네 편의점에서도 판매가 이뤄지는 등 유통 채널이 확장되었고, 와인바와 와인 전문샵의 오픈 러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가 주변에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와인포차도 등장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와인의 종류별 소비량은 레드 와인이 단연 인기다. 지난해 기준으로 레드 와인은 85%, 화이트 와인은 10%, 그 외 스파클링 및 스위트 와인이 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레드 와인의 수입 비중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어 2010년에 이르면 지금의 54.8%까지 소비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과 스위트 와인은 2001년 대비 큰 변화는 없지만 여성 소비자 증가 및 최근 소비자 관심 추이를 살펴볼 때 향후 수입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와인 수출국의 치열한 춘추전국시대
시장 규모가 커지고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와인 수출국의 한국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수입 와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프랑스산 와인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칠레, 이탈리아, 미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인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FTA 체결 여부는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에 커다란 변수가 되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꾸준히 2위 자리를 지켜오던 미국 와인의 수입 비중이 한·칠레 FTA를 계기로 2004년 3위로 밀려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이탈리아에게까지 자리를 내주며 4위로 추락하는 등 판도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순위 지도는 언제라도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와인의 비중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상황은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EU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와인 시장은 말 그대로 신·구 와인 생산국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FTA로 인한 칠레산의 급상승에서 이 같은 와인 시장 판도 변화는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칠레산 와인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004년 이후 한국의 와인 수입 국가의 지도 자체가 요동쳤던 것이다.
한·칠레 FTA 체결 전이었던 2003년 칠레산 와인의 수입 금액은 299만달러에 불과했다. 국가별 비중도 6.5%로 프랑스(49.5%), 미국(15.7%), 이탈리아(9.1%), 호주(7.1%)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FTA가 체결된 2004년 칠레산 와인은 전년 대비 3배에 육박한 800만8000달러어치가 수입돼 전체 수입 와인의 13.8%를 차지하며 단숨에 이탈리아(8.1%)와 호주(7%)를 제치고 45.4%의 프랑스와 14%의 미국에 이은 3위로 올라섰다. 또 이듬해에는 미국마저 밀어내고 프랑스(36.9%)의 절반에 달하는 17.6%로 2위 자리를 차지하며 한국 와인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물론 칠레산 와인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비단 FTA의 영향 탓만은 아니다. 일부 부유층에서 향유하는 술 문화로 인식됐던 와인의 대중화 바람의 선두에 칠레산 와인이 있었다. 칠레산 와인은 1~2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달콤한 맛과 저 알코올 도수로 매일 꾸준히 마시는 데일리 와인 시장을 석권해 나갔다.
금양인터내셔날에 따르면 국내 대형할인매장에서 수년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 ‘칼로로시(Carlo Roossi)’가 대표적인 데일리 와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저렴한 와인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Easy to Drink)’이라는 컨셉트로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대형 할인매장 중심의 유통 채널 확보로 주 고객이자 와인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여성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스위트한 맛과 음료 타입의 와인 스타일 역시 여성 소비자들 사로잡고 있
는 요인이다. 또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와인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야외활동이 잦는 시즌에는 ‘피크닉 와인’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10만 케이스가량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와인 대중화의 바람몰이는 칠레산 ‘칼로로시’
칠레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수석무역의 한 관계자도 “칠레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도 품종을 경작해 생산한다”며 “해마다 기후 변화가 크지 않아 유럽처럼 빈티지에 따른 급격한 품질 차이가 없이 고른 맛과 향을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와인 생산 역사가 2세기 정도 지속되면서 각종 품평회에서 입상하는 등 유럽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을 자랑하는 게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칠레 와인은 최근 고민에 빠져 있다.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무조건 싸다는 인식을 잠재우고 칠레 와인 중에서도 프리미엄급 제품이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산 와인의 가격 공세, 유럽에서의 공급 과잉과 그로 인한 가격 하락으로 칠레 와인도 더 이상 저가 전략을 고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와인이 광범위한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면서 이들 소비자를 겨냥한 와인 관련 행사도 끊이질 않고 있다. 크고 작은 유통업체들이 진행하는 시음 행사부터 디너, 수입 업체들의 와인메이커 방한 행사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와인 관련 행사는 낯설지가 않다. 와인 업계 거물들의 방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샤또 마고 오너, 세계적인 컨설턴트 와인메이커인 미쉘 롤랑의 방문 등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행사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등 각국 정부나 와인 관련 기관들은 그들의 와인을 홍보하고 수출하기 위해 유통업체, 교육기관, 프레스 등을 초청하는 행사를 끊임없이 개최하고 있다.
공동 마케팅도 한창이다. 분위기 있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전시회나 공연은 물론 IT 업계에서도 와인 컨셉트를 채택한 신제품 출시 행사 등에서 와인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즉 와인이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할 정도로 대중적인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와인 업계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위 자료는 07.12 자료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고 난 후 와인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는 한장의 이미지 사진을 구했습니다.
바로~한국에서 와인을 만드는 곳을 나타낸 이른바 '와인지도'입니다.
(이미지 출처 : 시사인)
이런 것을 보면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그 흐름에 맞추어 변화를 시도해야 할 듯 싶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승자의 법칙'에서 나오는 전략적 변곡점의 개념을 넣어보면
와인시장의 전략적 변곡점이 언제였나? 하는 질문을 가져봅니다.
한국에서 와인을 즐기는 것이 위 자료에 나타나듯이 2002년 부터 꾸준히 와인 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이때가 웰빙개념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준비한 업체(개인사업자 혹은 법인)들이 위 와인지도에 나타나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자료를 참고하여서 조사를 해야되는데요. 많이 부족한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국내와인 만드는곳 영천도 있어요. 영천이 원래 포도로 유명하죠.. ^^
한곳 추가해야 겠어요^^ ㅎㅎ
와아-책을 읽고 잘 활용하시는 모습이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