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농서(海東農書) 여덟 번째 이야기
채소류 재배법(무, 배추, 갓, 생강, 마늘, 부추 등)
밀양은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라갑니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물놀이하다가 돌아가는 아이들을 봤습니다.
춥던 겨울이 어느새 가버리고 벌써 여름 문턱에 온듯합니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마음만 바빠지고 있습니다.
논에 심어 놓은 밀은 잘 크고 있는지, 올해 새로 농사지을 논은 아직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못자리는 어디다 해야 할지…….
할 일이 태산입니다.
누가 그러데요.
갑: 일은 다 끝냈어?
을: 일! 죽어야 끝나지!
끝나지 않아서 좋은 것이 일일지도 몰라요.
무
무는 뿌리가 흰 것과 붉은 것 두 가지가 있고, 긴 것과 둥근 것 2가지가 있다.
무는 푸석푸석하고 부드러운 모래땅에 심는다. 2월 상순에 씨를 뿌리면 3월 중순에 먹는다.
겨울에 뿌리를 저장하려면 일찍 심어 여러 차례 서리가 내린 다음 캔다.
소금물에 절이려면 약간 늦게 심어 서리가 한 차례 내린 후 캐야 줄기와 잎이 모두 연하다.
모래땅에서 자란 것은 연하고 달며, 척박한 땅에서 자란 것은 단단하고 맵다.
무를 저장하려면 10월에 캐서 토굴에 넣어둔다.
저절로 노란 싹이 나오면 즉시 베어서 반찬을 만들면 아주 좋다.
만약 겨울을 나려면 뿌리 끝을 잘라내고 반치 정도를 남겨둔다.
그리고 무 머리를 평평하게 깎고 쇠로 달구어 찍으면 싹이 나지 않는다.
움집에 넣어두면 봄이 되어도 새로 캔 것같이 싱싱하다.
2월에 꺼내서 기름진 땅에 심으면 대가 뻗어 옅은 자색 꽃이 핀다. 5~6월에 그 씨를 거둔다.
순무
순무는 ‘무청(蕪菁)’, ‘채복(菜菔)’이라고도 하는데, 갓 종류에 해당된다.
순무는 오래된 터나 무너진 담터를 이용하는 게 좋다.
허나 이런 땅은 많을 수 없으니 높고 건조한 땅에 모래를 북돋우어 심으면 좋다.
순무를 심을 때는 그 씨를 뱀장어 즙에 담갔다가 볕에 말려 심으면 벌레가 나지 않는다.
6월에 심으면 뿌리는 크지만 잎에 벌레가 먹으며, 8월에 심으면 잎은 좋으나 뿌리가 작다.
다만 7월에 심는 것만이 뿌리와 잎이 모두 좋다.
봄에 심어 씨를 거둘 때는 무와 함께 씨를 거두어 기름을 짜서 반찬에 넣거나 등을 밝히면 아주 밝다.
씨를 볶되 참깨를 약간 섞어 볶은 후 기름을 짜면 참기름과 다를 바 없다.
배추
백채(白寀)라고도 한다.
습한 땅에 심는 것이 좋으며, 2월 상순에 씨를 뿌리면 3월 중순에 먹을 수 있다.
5월 상순에 씨를 뿌리면 6월 중순에 먹을 수 있다. 가을에 심을 때는 칠석(七夕)이 지난 후 심는다.
봄에 심을 때는 거둔 씨를 무와 함께 심으면 더 비대해 진다.
겨울 김치를 담그면 차고 맛있다.
갓
갓은 배추와 비슷하나 털이 나 있다.
맛은 맵지만 생으로 먹을 수 있다. 자주색 갓과 흰색 갓이 있다.
2~3월에 심으면 5월에 씨를 거두어 7~8월에 다시 심는다. 그 씨를 남겼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심는다.
기름진 땅에 심고 거름물을 주는 게 좋다. 서풍을 싫어한다.
갓씨는 노랗고 굵은 것이 좋다. 자주색이거나 검고 가는 것은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새로 씨를 거두어 7~8일간 밤이슬을 맞히면 맛이 쓰지 않다.
가루로 겨자장을 만들고 고기음식과 같이 먹으면 향이 좋다.
청개(靑芥)라는 것이 있다. 잎이 두텁고 대가 기름지며 짙은 녹색이다.
움에 뿌리를 저장해 두었다 봄에 뿌리를 심으면 여름에 씨를 거둔다.
초가을에 심어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때에 대나 잎으로 겨울김치를 담그면 좋다.
쑥갓
흰 쑥과 비슷하며 홑꽃잎 국화와 같은 짙은 노란색의 꽃이 핀다.
2월에 심으면 언제라도 먹을 수 있다.
추사(秋社: 입추 후 다섯 번째 무일) 10일 전에 심으면 가을채소로 쓸 만하다.
유채
대개(臺芥)라고도 한다. 대가 쉽게 나와 그 대를 채취한다.
분지(分枝)가 많고 그 씨는 기름을 짤 수 있다. 때문에 유채(油菜)라고 한다.
2~3월에 심으면 연한 대를 자를 수 있다. 상치와 함께 날로 먹을 수 있다.
가을에 심은 것은 서리가 충분히 내린 후 거두어 겨울 채소로 쓴다.
생강
흰 모래땅에 심는 것이 좋다. 약간의 거름을 주고 갈아 잘 다듬어야 한다.
3월에 심는데, 1자 거리로 심고 2치 두께로 흙을 덮은 후 몇 차례 김을 매 준다.
6월에 갈대로 지붕을 엮어 덮어준다.
9월에 땅의 생강을 파내어 실내에 보관한다. 생강은 춥거나 더운 것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실내에 보관한다.
청명(淸明)3일 후에 심으면 된다.
누에똥이나 썩은 풀이나 거름재를 두텁게 덮어준다.
싹이 트길 기다렸다가 모강(어미뿌리)은 캐내어 쓴다. 시렁을 만들어 햇빛을 가려준다.
또는 이랑 남쪽에 아주까리를 심거나 갈대를 꽂아 그늘지게 한다.
우분을 담가 우려낸 물을 자주 준다.
서리가 내린 후 줄기를 자르고, 기름진 흙을 두텁게 덮어준다.
땅이 얼려고 할 때 캐어 토굴에 저장한다.
곡물의 겨나 쭉정이 목화씨를 많이 덮어 준다. 또 사이에 구멍을 내어 바람이 잘 통하게 한다.
파
2가지 종류가 있다. 실파는 여름에 말라죽고, 한파는 겨울에 말라죽는다.
망종(亡種)때 파 씨를 거두되, 축축하지 않도록 얇게 펴서 그늘에 말려야 한다.
8월 상순에 이랑을 다듬고 거름재를 씨와 섞어 뿌린다.
10월 초에 잎을 잘라낸다.
이듬해 3월에 쓸데없는 잔뿌리를 쳐 없애고 약간 볕에 말렸다가 옮겨 심는데, 줄은 멀리 띄우고
촘촘히 심으며 계분으로 북돋아준다.
봄에 심을 때는 2월에 파씨를 볶은 좁쌀과 섞어 심는다.
가볍게 뿌리고 흙을 덮은 후 거름재를 뿌려준다.
자총(慈蔥)
마늘과 비슷하며 작고 둥글며 껍질은 붉고 맛은 부추와 같으나 냄새가 심하지 않다.
10월에 이랑에 심고 마분(馬糞)을 펴 준다. 이듬해 5월에 캐서 말렸다가 종자로 쓴다.
관서와 호남 사람들은 7월 보름에 이 파를 심는다.
마늘
뿌리와 줄기 모두 작고 몹시 매운 것이 소산(小蒜)이고,
뿌리와 줄기가 다 크고 마늘쪽이 많으며 맵고 단맛이 나는 것이 대산(大蒜)이다.
마늘은 희고 부드러운 땅에 심는 것이 좋다. 3차례 밭을 갈아 이랑을 다듬어 9월초에 심는다.
2월에 김을 3차례 매준다. 잎에 노란 끝이 생기면 지붕아래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매달아 놓는다.
줄기 가운데 종자를 거둔다.
종자를 1년 심으면 홑마늘쪽이 되고 3년 심은 것이 대산이 된다. 그루는 주먹만 한데 일반 마늘보다 크다.
마늘을 옮겨 심으려면 매 그루 밑에 보릿겨를 뿌려준다.
봄에 날이 따뜻해지면 김을 매주고 대가 뻗어 나올 때는 물을 자주 준다.
기름진 땅을 골라 두둑을 만들고 2치 간격으로 구멍을 파고 심은 후 거름물을 준다.
또는 소짚신(소가 신던 짚신인가 봅니다)에에 종자를 담아 오줌물에 담갔다가 구멍 안에 거름흙에 넣어 심되, 거름을 너무 두텁게 넣어주지 않는다. 마늘이 사발 만하게 커진다.
겨울에 날이 추우면 곡물의 쭉정이로 덮어준다. 2월에 여러 차례 땅을 갈고 거름을 많이 덮어준다.
나무말뚝으로 땅에 구멍을 내고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
마늘은 옮겨 심어야 열매가 커진다고 합니다.
부추(韭)
부추의 줄기는 구백(韭白)이라하고, 뿌리는 구황(韭黃)이라하며, 꽃은 구청(韭菁)이라 한다.
2월 하순에 씨를 뿌리면 9월에 나누어 심는다.
10월에 볏짚 재를 3치정도 덮어주고, 흙도 얕게 덮어준다.
입춘이 지난 뒤 재속에서 싹이 나오면 잘라 먹을 수 있다.
따스한 2월중에 싹이 나 채소로 자라면 그 다음에 오래된 뿌리를 갈라내어
항상 남겨두었다가 나누어 심으면 씨를 뿌릴 필요가 없다.
잎이 3치정도 자라면 잘라내되 햇빛 속에서 자르는 것을 삼간다.
1년에 5번 이상 자르지 않는다. 씨를 거두려면 1번만 자른다.
8월에 꽃이 피고 무성해지면 소금에 절여 저장하였다가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였다.
9월에 씨를 거두려면 축축해지지 않도록 그늘지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린다.
겨울에 뿌리를 움 속에 옮긴 다음 마분으로 북을 주면 따뜻해져서 바로 1자 정도로 자란다.
바람이나 해를 보이지 않는다. 그 잎이 노랗고 연해서 구황(韭黃)이라고 한다.
부추 뿌리가 여러 해가 지나면 서로 얽히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는다.
8월에 따로 이랑을 만들어 나누어 심는다.
나누어 심을 때는 늙은 뿌리는 쳐내고 연한 뿌리를 심는다.
염교
염교는 '창자’라고도 하며 부추가 큰 것을 이른다.
종자를 거두어 불에 쬐여 심기 때문에 화총(火蔥)이라고도 한다.
부드럽고 좋은 땅을 3번 갈아 심는다.
2~3월에 건조한 이랑에 1자 간격으로 심되 잎이 나오면 바로 김을 매준다. 김은 그 후로도 여러 차례 매준다.
8월에 뿌리를 심었다가 정월에 나누어 심되 기름진 토양이어야 한다.
한 그루에 가지가 여러 개가 나오면 뿌리가 커진다.
5월에 잎이 파랗게 되면 파낸다.
그 뿌리가 부실하면 식초에 담가 저장하면 좋다.
생강은 지붕을 만들어 주고,
마늘은 옮겨 심으면 사발 만해 지고,
불에 그슬린 부추는 염교라 하고…….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됩니다.
건강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