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가(輓歌)
한국의 전통장례절차 가운데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소리, 즉 상여소리(輓歌)를 통해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면 모든 인간이 운명적으로 맞이하는 죽음의 가장 큰 특징은 無常이며, 그 無常이 슬픈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인생은 한번가면 다시는 못 오느니라" "만승천자 진시황도 불사약을 못 구했네" "불쌍허다 초로인생" "녹음방초는 연년이 푸르건만 우리네 인생은 올 줄 모르네" "꽃은 봄이 오면 다시 피나 인생 한번 가는 날엔 다시 오지 못하느니 어이 아니 처량한가" "세월아 네월아 오고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어 간다." "우리 인생은 한번가면 다시는 못 오느니라"
"인생 일장춘몽이로구나" "초로인생 우리들은..... 한백년을 못산다네" "세상사를 굽어보니 만사가 도시 몽중이라"
이처럼 만가에는 인생의 무상을 노래하는 가사가 많은데, 여기에서 죽음이란 무상한 것으로 생사를 초월한 열반이나 해탈이 아니라 너무나 아쉽고 슬픈 이별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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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허네..." "세월아 네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이 다 늙어간다." "일가친척 많다 해도 어느 누가 대신 가며 친구 벗이 많다 한들 어느 누가 같이 갈쏘냐 원통하고 "절통허네" "인제 가시면 언제나 오실라요 오시는 날짜가 일어나 주오" "하직을 헙니다 하직을 헙니다. 이 집 문전을 하직을 헙니다." "무정한 것이 세월이라 어느새 백발이 되어 요지경이 되었는가" "죽자 사자 하던 친구 유수같이 흩어지네 관암보살... 에--- 나는 가네 나는 가네 정든 고향 두고 서 나는 떠나가네" "인생이 태어날 때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 쥐고 가는 것을 관암보살" "황천에 무일점허나 오늘밤은 어디서 샐까. 인생사 뜬구름이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을 보고 웃지 마라" "아적나절 성턴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드니 몹쓸 병의 병이로다" "처자식도 다 버리고 일가친척 하직허고 영결종천 떠나가네" "친구 벗이 많다 한들 어느 누가 동행할까" ."삼천갑자 동박삭은 삼천갑자를 살았는디 요내 나는 무삼 죄로 한백년을 못 다 살꼬" "술집에 갈 때는 친구가 있지마는 북망산천에는 나만 홀로 가네 " "우리 인생 늙어진게 조석 상봉하던 친구 벗도 아니 찾아오네 " "어떤 동갑은 백년도 산다." "차마 서러워 못 가겠네"
한편 위의 상여소리처럼 대체적으로 인생무상과 슬픔을 표현하는 대목이 많지만, 그 무상함과 슬픔이 절망만이아닌 체념과 달관 같은 철학적 의미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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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죽으면 이 길이요 나도 죽으면 어와널" "너도 죽어 이 길이요 나도 죽어 이 길이로다" "만승천자 진시황도 불사약을 못 구했네" "인생이 태어날 때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 쥐고 가는 것을" "공자도 죽고 맹자도 죽고 누구나 한 번씩은 죽고 마는 세상" "여보시오 상두꾼들 너도 죽으면 이 길 가고 나도 죽으면 이 길을 간다"
또 위 만가처럼 죽음이란, 최고 권력을 누린 진시황이나 공자와 맹자와 같은 성인, 상여를 매고 가는 상두꾼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공정한 운명으로 묘사하면서 '맨손으로 왔다가 맨손 쥐고 가는 것'으로 한층 더 위로하는데, 이는 유교가 지배하는 조선조에 대중에게 불교나 민간신앙에 뿌리를 둔 자기 위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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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 불 밝혀 들고 극락세계로 찾아 가네" "청사초롱 불 밝혀 들고 극락세계로 맹인이 가오" "항하수에 목욕하고 보리수하로 나아가세" "반야용선 띄어보니 팔 보살이 호위허네 망상번뇌 얼킨 신세 노사고를 못 면하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극락세계로 나는 가네" "나무아미타불 백제야 뚤뚤 산천에다 모셔놓고 영혼만 본가로 모셔라 허네 나무아미타불 " "삼강오륜 잊지 말고 소원성취 부대 잊지 마라 삼강오륜 잊지 말고 정조 한식 단오 추석을 부디부디 잊지 마라" "생사윤회 영단하고 불생불멸 영생하소서" "보리수에 봄이 드니 우담바라 꽃 피었네"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이라 지옥천당 본공하고 생사윤회 본래 없다"
그래서 불교적 세계관이 깔려있는 위 만가처럼 관세음보살이나 아미타불의 구원을 희망하면서 극락왕생을 비는, 생노병사의 고통으로부터 해탈을 꿈꾸는 불교적 이상세계가 묘사되기도 한다.
이처럼 전해져오는 몇가지 만가를 통해서 살펴본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무상하고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는 체념과 함께 보다 나은 來世를 염원하는 종교적 희망을 특징으로 갖고 있기도 하다.
(자료; 국민장례원國民葬禮院 HOME)
진도 상여소리
◇ 1989년 9월 26일 진도군 지산면 관마리 장례식 현장에서 녹음한 상여소리. 풍물을 쳐서 반주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부분은 '가난보살'이라 하여 집에서 상여가 있는 동네 마당까지 관을 운반하면서 부른 것이고 뒷부분은 '에소리' 또는 '긴소리'라 하여 상여를 메고 가면서 하는 소리다. '가난보살'소리는 상여가 언덕을 오를 때도 한다. 이 밖에도 이 지역에서는 상여가 떠나기 직전에 하직인사를 하면서 부르는 '하적이야'와 다리를 건널 때 부르는 '천근이야', 다리 위에서 놀 적에 부르는 '나무아미타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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