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산행은 봄내음을 좇아 제주도에 다녀왔다. 촬영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제주도 로컬 클라이머 강성규님과 오경환님. 강성규님은 박영석씨와 K2까지 함께 오른 산꾼이고, 오경훈님은 제주도 광령계곡 바위에 길을 닦은 클라이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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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 흔적 광령계곡.
- 새벽 첫 비행기에 몸을 싣고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한라산에는 어제 다녀간 동장군의 마지막 입김으로 눈이 1m 이상 쌓여 있었다. 공항에서 15분 정도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이 광령계곡이다. 제주의 풍경은 언제 봐도 이국적이지만 광령계곡의 풍경은 또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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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날개(5.12b)를 등반 중인 강성규.(오른쪽) 초록날개를 펼친 바위를 오르는 오경환.
- 잠시 후 강성규님이 도착하여 짐을 나르고 그 후 오경환님이 도착하였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쑥스러운 산꾼들의 첫 인사를 뒤로하고 바위꾼들의 향연을 시작하니 광령계곡 마당은 너무나도 넓었다.
광령계곡-. 30여 개 루트가 산재한 이 계곡은 전체적으로 20여m 높이에 오버행을 이루고, 아주 매끄러운 현무암 암장이다. 이 암장은 70년대 말 윤대표씨를 축으로 대한산악연맹 등반기술위원회에서 자유등반화시키고, 손정준씨 등이 볼더링 루트를 개척하면서 제주 산악인들이 자극을 받게 되었으며, 이 사건이 그들에게 하드프리 개념을 심어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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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륙(5.13b). 자신이 완성한 루트를 오르는 문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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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순수 제주 산악인들의 힘으로 바윗길 개척이 활발히 진행되어 제주 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반지가 되었다. 현재 제주의 가장 대표적인 암벽코스는 이 계곡에 난 35개 바윗길로, 이중 80% 정도는 1999년과 2002년 사이에 개척되었다. 오경훈(서귀포 백록산악회), 정상수(제주산악회)-오경아(백록산악회) 부부, 장기환(제주산악회), 박지호(제주산악회) 등이 개척의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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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령계곡의 암장은 크게 ‘야외음악당’과 그 맞은편 ‘지상낙원’으로 나뉘어지는데, 높이 20m의 야외음악당은 전체가 오버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20개의 루트가 있고, 난이도는 5.8급에서 5.12b급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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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날개(5.12b) 크럭스에 도착하여 숨을 고르는 중.(오른쪽) 203(5.11b)를 오르는 강성규.
- 야외음악당 뒤편 동굴에 개척한 미완성(5.12a)은 직벽 페이스 등반 루트로 길이는 6m 정도다. 5.13급인 미완성 우측의 완성(5.13a)은 최근에 개척된 루트로 제주도 일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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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거미(5.11a)를 쉽게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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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환씨가 탄생시킨 스페이스 파티 2(5.11c)는 기존루트를 직선으로 연결시킨 것으로, 16m 정도의 페이스 등반루트다. 스페이스 파티 우측의 고독한 천사(5.12a/b)는 손정준씨가 91년에 개척한 것으로, 이 코스 외에 끝없는 방랑(5.12a), 돌무리 1(5.12a), 돌무리 2(5.12b) 등을 개척하였다.
촬영 전날에는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는 등 동장군의 마지막 심술이 만만치 않았다. 내려오면서도 많이 걱정하였는데 막상 도착하니 구실잣밤나무라는 사철 푸른 나무와 땅을 깊이 파고 지나간 용암 흔적으로 인해 생긴 이 계곡은 마치 또 다른 지하세계 같았다.
- 빙벽이 끝나고 암벽을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 특히 이쯤이나 장마철을 제외한 사시사철 즐기기에 너무나도 좋은 곳 같았다. 요즘 서울에서 설악을 다녀와도 기름값이 만만치 않은데, 저가항공기의 항공료는 평일 시간대별로 할인율도 높아 웬만한 곳을 다녀오는 기름값보다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단축되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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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용이 남기고 간 흔적.(오른쪽) 하늘 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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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오경훈씨는 스페이스 파티를 등반하며 광령계곡에 대한 애정 어린 옛 추억을 되살리며 규모나 난이도 면에서 어느 등반지 못지않은데도 클라이머들의 손길이 많이 미치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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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날개 위의 두 클라이머.(2) 야외음악당.(3)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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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령계곡은 제주시에서 8km 정도 떨어져 있다. 제주공항에서 15분 정도 거리로, 버스를 이용할 경우 중앙로에서 광령, 고성, 양잠단지행 버스를 타고 무수천 휴게소에서 하차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5,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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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버행을 오르는 강성규.
- 휴게소에서 북쪽 콘크리트 길을 3분 정도 따르면 경고문이 있고, 그곳에서 돌계단을 따라 계곡으로 100여m 더 내려가면 암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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