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농서(海東農書) 아홉 번째 이야기
채소류 재배법(고추, 상치 , 미나리, 표고, 두릅, 토란 등)
4월도 다 갔습니다.
5월엔 지금보다 더 따습고, 더 즐거워 질 겁니다.
고추
고추는 끝이 닳아 무디어진 붓 같고 색깔이 붉어야 볼만하다.
건조한 땅에 2월에 심으며, 4~5월에 비가 내리면 바람 막을 만 한 곳에 옮겨 심는다.
무와 함께 김치를 담그며, 부스러기는 간장에 절인다.
아욱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봄까지 자란 것을 동규(冬葵), 정월에 심는 것을 춘규(春葵)라 한다.
자주색 줄기와 흰색 줄기 2가지 종류가 있으며 또 ‘압각규’가 있는데 오리다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심을 때는 반드시 볕에 쬐여 말린다. 축축한 것을 심으면 옴에 걸려 기름지지 않는다.
땅은 좋지 않아도 상관없기 때문에 거름을 얇게 주는 것이 좋다.
아욱은 반드시 이랑을 만들어 씨를 뿌린다.
상치
상치는 흰색과 자색이 있다. 삶아서는 안 되며 날로 먹는다.
주물러 즙을 짜내고 소금과 식초에 비벼 먹는다.
2월에 기름진 땅에 심어 4월에 대가 올라오면 껍질을 벗겨 날로 먹는다.
맛이 오이와 같다.
가을에 심는 것은 서리가 내린 뒤에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미나리
미나리는 물 미나리와 밭 미나리가 있다.
붉은 것과 흰 것이 있으며, 2월에 싹이 자란다.
미나리는 뿌리를 캐다가 이랑에 심고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쌀뜨물과 소금물을 싫어해서 부어주면 죽는다.
집 근처 더러운 땅에 심되, 물이 충분한 곳을 골라 논을 만들고 2월에 거름을 주어 심는다.
미나리는 촘촘히 심어 곁가지가 뻗지 못하게 해야 한다.
7~8월 사이에 또 그 뿌리를 뽑아다가 다시 심어 미나리가 자라면 겨울 김치를 마련한다.
양하
양하 잎은 노랑머리 연꽃 같지만 보다 둥글고 그 줄기는 자색을 띠며 크기는 참취만 하다.
물이 흐르는 못을 만들어 양하를 심는다.
3~4월부터 7~8월까지 자라는 것을 ‘사박’이라하고, 맛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달다.
서리가 내린 이후는 ‘괴박’이라 하고 떫고 약간 쓰다. 잘라다가 국을 끓이면 모든 나물보다 맛이 좋다.
아주까리
잎은 대마와 비슷하다.
2~3월 사이에 생강과 토란 심은 밭두둑에 심는다. 줄기가 길고 잎이 커서 햇빛을 가릴 수 있다.
연할 때 잎을 삶아 밥에 싸 먹는다. 열매는 기름을 짜서 등을 밝힐 수 있다.
구기자나무
봄에 싹이 자라며, 잎은 석류나무와 비슷하다. 연하고 얇아서 먹을 수 있으며 감채(甘菜)라고도 한다.
가을에 열매를 거두면 봄에 심는다. 휘묻이와 꺾꽂이가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무성해 진다.
줄기, 열매, 잎, 꽃, 뿌리, 껍질을 모두 먹는다.
먹으면 오래 산다.
표고
뽕나무, 닥나무 등을 흙 속에 묻고 쌀뜨물을 주어 표고가 자라나길 기다린다.
아무 나무나 가져다가 6~7개월간 멱둥구미(짚으로 만든 속이 깊은 용기, 주로 곡식을 담아둔다)를 덮어 물을 뿌려 항시 축축하게 해 주면 표고가 자란다. 도끼머리로 나무를 때려 울려주면 쉽게 자란다.
차조기
기름진 땅의 차조기는 잎의 앞뒤가 모두 자줏빛이다.
척박한 땅에서 자란 것은 잎면이 푸르고 잎등이 자줏빛이다.
2~3월에 심는다. 또는 묵은 씨가 땅에 떨어져 저절로 자란다.
4~5월에 비가 내린 뒤 옮겨 심는다. 잎을 따서 고깃국을 끓이는데 넣으면 아주 좋다.
닭이나 게의 독을 없앨 수 있다.
맨드라미
키가 5~6자이고 작은 것은 몇 치에 불과하다. 3월에 심는다.
곰취
산속에 저절로 자란다.3월에 곰취를 심고 잎이 피기를 기다렸다가 물에 씻어 밥을 싸 먹는다.
두릅
깊은 산중에 자란다.
초봄에 땅의 얼음이 풀릴 때 밭에 옮겨 심고 물을 준다.
10월 하순에 1자 정도로 가지를 잘라 실내의 화분에 꽂아두고 따스한 물을 주면 가지에서 순이 나온다.
신감채
신감채는 겨울에 움에서 기르는 당귀의 순이다.
10월에 당귀 뿌리를 캐서 움을 만들고 그 속에 심는다.
날마다 숯 3~4되를 불피워준다.
40일이면 은비녀 같은 순이 나오며, 꿀을 찍어 먹으면 아주 맛있다.
토란
밭에 심는 토란과 물에 심는 토란 2가지가 있다.
토란은 2월에 심기가 제일 좋다. 6~7치 거리를 띄어서 심는다.
토란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 3월에 여러 사람이 오가고 보는 눈이 많고 솥 닦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서는 알이 많이 달리지 않는다.
서리가 내린 뒤 거두며 겨울에 먹으면 병이 생기지 않는다. 그 나머지 달에는 많이 먹어서는 안 된다.
토란을 심는 구덩이는 사방 깊이 모두 3자로 하고 콩깍지를 가져다가 구덩이에 넣어 두께 1자 5치가 되도록 밟아준다.
구덩이 위에 축축한 흙과 거름을 섞어 1자 2치가 되도록 덮은 다음 물을 주고 발로 밟아준다.
토란 5알을 심으면 3자의 길이로 자라므로 구덩이 하나에서 3섬을 거둘 수 있다.
토란 종자는 둥글고 길며 끝이 흰 것이 좋다.
지붕 남쪽 처마 아래 구덩이를 파고 숫돌과 겨를 바닥에 깐 다음 종자를 넣고 짚으로 덮어 준다.
3월에 꺼내어 기름진 땅에 묻고, 잎이 3~4개 정도 나오면 5월에 물 가까운 곳에 옮겨 심는다.
이때 하니(개천의 진흙)나 재거름 썩은 풀로 북을 준다.
토란은 부드러운 흰 모래땅을 좋아하고, 간격을 넓게 해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한다.
토란 그루는 깊이 심어야 뿌리가 크다. 봄에 심되 가을에 흙을 북돋아준다.
이때 상강(霜降)에 그 잎을 짜서 낸 액을 땅에 뿌려주면 클수록 토란이 기름지다.
토란은 이른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이나 비가 내린 후에 김을 매주어야 한다.
만약 한낮에 김을 매면 시든다.
오곡을 심으면 풍년이 들거나 흉년이 들기도 하는데 이는 하늘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란은 사람의 힘에 매여 있어 제 때에 거름과 북을 주면 큰 이득을 보고 흉년을 넘길 수 있다.
누리가 날아들면 초목의 잎이 남아나지 않지만 오직 토란은 먹지 않으니 널리 심는 것이 좋다.
참마
산약(山藥)이라 한다. 산 속에 자라는 것을 가져다 심을 수 있다.
한식(寒食) 전후에 흰 모래땅에 심는다.
구덩이는 길이 1길 이상, 깊이와 너비는 각각 2자로 판다.
잘 썩은 우분과 흙을 섞어 두께 1자 정도로 깔아준다.
기름지고 길며 위에 가시가 달린 산약을 골라 3~4치가 되도록 자른다. 이때 반드시 대나무 칼을 쓴다.
비늘같이 늘어세워 서로 가깝게 구덩이 속에 누이고 다시 거름을 5치 정도로 덮어준다.
대변으로 거름 주는 것을 삼간다.
가물면 물을 주되 너무 습하지 않게 한다. 싹이 크게 자라면 받침을 세워준다.
서리가 내린 뒤 땅이 얼면 캔다.
뿌리의 대가리를 따로 땅에 묻었다가 봄에 얼어 손상되지 않게 한다.
흰쌀알과 같은 것이 달린 뿌리를 골라 우선 씨를 거둔다.
길이 1길, 너비 3자, 깊이 5자 되는 구덩이를 파고 사방을 벽돌로 막아준다.
그래야 흙 속으로 뿌리가 뻗지 못한다.
그 구덩이에 거름흙을 채워 줄지어 씨를 심고 구덩이를 메운다.
싹이 나면 받침을 세운다.
1년이 지나면 뿌리가 아주 굵어져 1년은 먹을 수 있다.
종자는 1치 정도로 잘라 심는다.
고구마
홍산약(紅山藥)이라 한다. 외국에서 들어와 ‘번저’라고도 한다.
모래땅에 심되 12월 섣달에 밭을 갈고 대변으로 북돋아주었다가 춘분이 지난 다음에 심는다.
밭을 2자 깊이로 갈고 씨고구마를 길이 2~3치 길이로 잘라 심고 줄기가 뻗으면 그 줄기를 잘라 땅에 심는다.
종자를 남기는 법 중에는 고구마 말고도 줄기를 남기는 방법이 있다.
말린 볏짚이나 왕겨를 단지에 깔고 고구마 줄기를 둥글게 똬리를 틀어 단지에 넣고 그 위에 다시 볏짚이나 왕겨로 단지의 아가리를 막아준다.
다음에는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그 구덩이에 2~3치 정도 볏짚이나 왕겨를 깔고 고구마 줄기를 담은 단지를 거꾸로 구덩이에 넣고 흙을 4~5치로 북돋는다.
이듬해 청명이 지난 후 꺼내면 싹이 터 있을 것이다 이걸 심는다.
고구마는 2~3치마다 한 마디를 이루고, 그 마디에서 뿌리가 나와 고구마가 달린다.
마디에 흙으로 북을 주면 고구마를 얻을 수 있다.
남쪽 밭이면 동지(冬至)에, 북쪽 밭이면 상강(霜降)에 모두 캐야 썩지 않는다.
고구마의 13가지 장점
1. 1묘에 수십 섬을 거둘 수 있다.
2. 색이 희고 맛이 달며 모든 흙에 심기 좋다.
3. 사람에 유익한 것이 참마와 같다.
4. 도처에 자라며 줄기로 심을 수 있다.
5. 가지와 잎이 땅에 붙어 있어 바람에도 손상되지 않는다.
6. 미곡의 흉작에도 재해를 입지 않는다.
7. 변(제사 때 쓰는 그릇)에 가득 담을 수 있다.
8. 술을 빚을 수 있다.
9. 말려 가루를 내어 과자나 떡을 만들 수 있다.
10. 날로 또는 익혀 먹을 수 있다.
11. 심을 만한 밭이 적어도 소출이 많고 물대기가 용이하다.
12. 봄, 여름에 심으면 초겨울에 거두며, 잎이 무성해 잡초가 자라지 못한다. 오직 흙을 북돋아주면 된다.
13. 뿌리가 흙 속 깊이 있어 싹을 다 먹으면 여전히 다시 돋는다. 벌레의 해가 없다.
2월에 밭을 갈아 마분을 뿌리고 흙을 부드럽게 해 준다.
3월에 비온 뒤 개이고 2~3일 후에 심는다.
꼭지가 위로 향하게 하고 꼬리는 아래로 향하되 비스듬하게 해 준다.
덩굴이 자라면 매일 김을 매주고 흙을 북돋아준다.
5월에 비가 내려 흙이 축축하면 마디를 흙으로 덮는다.
7~8일이면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흙에 심을 때는 반드시 4마디에서 끊어주고 흙을 북돋아야만 뿌리가 고정되어 씨가 든다.
9월 서리 전에 캐서 좋은 것을 골라 씨톨로 삼는다.
토란이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는 게 재미있습니다.
고구마는 열매를 저장했다가 땅에 심어 그 줄기를 잘라 심는 게 보통인데,
선조들은 줄기를 단지에 넣어 땅에 묻어 두었다가 심었다니 놀랍네요.
그럼
건강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