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번뇌와 그 원인 ②
지난 법문 시간에 나무의 수액과 같은 번뇌는 수액을 만드는 조건인 공기, 토양, 물, 빛에 해당하는 감각적 쾌락을 영양분으로 해서 자라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이 문제를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좋고 아름다운 것을 보려 하고, 아름답고 듣기 좋은 소리를 들으려 하고, 향긋한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 하고, 부드럽고 기분좋은 촉감을 느끼기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눈․귀․코․혀․몸의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즐거움 즉 감각적 쾌락은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실제적인 즐거움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이 감각적 쾌락은 위험하고 치명적인 피해까지 초래한다고 하셨습니다. 치명적(fatal)이라는 말은 죽음을 불러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무지와 잘못된 견해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고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감각적 쾌락을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무지에 가려서 불행[苦, dukkha]을 행복[樂, sukkha]이라고 여기는 꺼꾸로 된 생각을 내는 것입니다.
무지 때문에, 이 무지에 가려서 우리 인간은 아무런 마음의 제어도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감각적 쾌락의 대상에서 쾌락을 얻으려고 헤맵니다. 감각적 쾌락의 대상을 원하고 욕구하며 갈망합니다. 그래서 혹시 이런 쾌락의 대상을 손에 넣게 되면 잘 되었다고 여깁니다. 이것도 역시 갈애(taṇhā)입니다. 아름다운 대상, 좋은 소리, 향긋한 냄새, 맛있는 음식 그리고 몸의 감촉 특히 이성간의 성적인 접촉 등의 감각적 쾌락을 얻는 일을 인생의 진정한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 대상들을 얻기 위해 삶의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붇습니다. 이 쾌락의 대상에 대한 갈애가 점점 커지면 강한 집착이 생겨납니다. 꽉 움켜쥐고는 내 것이다라는 집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지 때문에 갈애가 생기고, 갈애 때문에 집착이 생겨나는 조건적인 관계[緣起的 生成]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강한 집착이 생기면 인간에게는 다시 자아니 영혼이니 하는 영원한 실체(Jīva-atta)로서의 자아(ego)가 있다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잘못된 견해입니다. 이 자아관념은 바로 마음과 몸(nāma-rūpa)이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정신적-물질적 현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도 집착(取, upādāna)의 하나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의길 2002b_80-146.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