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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11. 11. 이집트 카이로 *
11일 11일은 소위 ‘빼빼로 데이’로서 우리 가족의 날이다. 우리 식구 4명이 횡으로 서있으면 빼빼로 네 개를 세워놓은 것과 똑 같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해마다 이 날이 되면 빼빼로를 먹으며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곤 했는데 외국에 나와 바쁜 여행일정에 쫒기다 보니 날짜 가는 줄도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이날은 10일간의 연수 일정 중 8일째 되는 날인데 내일이면 귀국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연수 마지막 날이다. 여행에 지쳐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팀원도 있었지만 막상 마지막 일정에 도달하자 모두들 뭔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오전에 학교를 방문할 계획이어서 아침 8시 30분에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 만났던 현지가이드 강은영씨의 안내로 버스를 타고 10시쯤에 카이로 시내에 있는 COLLEGE DE LA SALLE를 방문했다. 이 학교는 기독교(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로 유․ 초․ 중․ 고․ 특수학교가 종합된 학교였다. 학교 입구에서 아랍어 통역을 해 줄 한국인 선교사 여종련씨를 만났다. 인상이 선하고 호감이 가는 목소리를 가진 분이었다.
사진 1) 라살레 학교 입구에서
사진 2) 라살레 학교(1)
사진 3) 라살레 학교(2)
이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이집트는 금요일이 휴일이라 학교가 쉬는 날이라고 해서 교장선생님은 안계시고 행정의 총 책임자인 로베르씨가 마중을 나와 우리 일행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로베르씨가 직접 음료와 과자 등을 내왔다. 로베르씨는 학교 현황에 대한 우리들의 질문에 대하여 친절하게 상세히 답변을 해주었다. 상당히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었으나 여기에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이 학교방문은 국외 연수라는 명분을 채워주기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차라리 공립학교였으면 이집트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슬람국가에서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바티칸 교황청 소속의 사립학교 하나를 보고 이집트의 교육제도 등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는가?
사진 4) 라살레 학교 응접실
사진 5) 로베르씨로부터 학교 현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 모습 대화시간을 마치고 로베르씨의 안내로 보통교실, 음악실, 미술실, 컴퓨터실, 수학실, 교사 집무실, 평가실, 행정실 등 학교시설물 전반을 둘러보았다. 이집트에서는 그래도 괜찮은 수준일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도 사물함, 책걸상, 컴퓨터, 칠판, 사무 집기, 교실 환경 등 거의 모든 것이 우리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깔끔하게 잘 정리된 복도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는데 그곳 학생들의 질서의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짐작케하였다. 그리고 무대가 있는 강당은 다른 시설에 비해 좋아 보였으며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그들의 질 높은 교육수준이 느껴졌다.
사진 6) 어릴적 추억을 자극하는 보통교실의 낡은 책상과 칠판
사진 7) 컴퓨터 실
사진 8) 특별실
사진 9) 깔끔하게 정리된 복도 모습
사진 10) 무대가 있는 강당
학교 방문을 마치고 12시 20분쯤에 Alezba Village 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 식당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특이하였다. 전통식 방법으로 빵을 굽고 있는 여인들과 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도공의 모습이 보이고 낙타, 당나귀 하며 전체적으로 민속촌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뒤뜰에는 풀장과 호텔도 있었다. 꼬마 염소를 안고 있는 귀여운 소녀는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모델료(?)를 기부 받기도 하였다.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 주위를 다니며 전통악기로 노래 한 곡을 들려주고 1달러씩 요구하는 3인의 악사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진 11) Alezba Village 식당 입구 안내표지판
사진 12) 식당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빵을 굽는 여인들
사진 13) 도자기 공예 모습
사진 14) 식당 안에서 전통악기로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악사들
오후 1시 30분 카이로 남쪽 25㎞ 지점에 위치한 멤피스(Memphis)로 이동하여 고대 무덤 단지가 있는 마을 사카라(Sakkara)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 계단식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초기 형식으로 왕과 귀족의 분묘인 마스타바(아랍어로 긴의자, 벤치를 뜻함)를 계단식으로 몇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인데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사카라에 있는 이집트 고왕국 제3왕조 제2대 조세르왕(B.C 2660년경으로 추정)의 피라미드라고 한다. 이것은 마스타바를 6층으로 쌓아 올린 것으로서 밑변 190m×125m, 높이 62m로 알려져 있다. 제3왕조시대에는 이와 같은 계단식 피라미드가 많이 만들어졌으나 제4왕조시대에는 자취를 감추었다 한다. 조세르(ZOSER)왕 치하의 재상이며, 제사장이고, 의사이며, 사상가이자 건축가인 임호텝(Imhotep)이 조세르의 무덤으로 고안해 사카라에 건설한 '계단식 피라미드'는 세계최초의 대규모 석조 건축물로서 파라오의 절대 권력과 조직화된 국력을 짐작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ZOSER' 란 단어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바로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름이 아닌가? 피라미드 주변으로 신전의 흔적과 무너지고 부서진 유적들이 많이 있었다. 파피루스를 형상화한 기둥도 있었고 또 어딘가에 들어가 무엇인가를 본 것 같은데 뭘 보았는지 사진을 보아도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진 15)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
사진 16) 계단식 피라미드 주변 유적지(1)
사진 17) 계단식 피라미드 주변 유적지(2)
사진 18) 계단식 피라미드 주변 유적지(3)
사진 19) 파피루스를 형상화한 돌기둥
사진 20) 계단식 피라미드 유적지 박물관
오후 4시경 버스로 멤피스(멘피 Menfi) 야외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멤피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으며, B.C 3100년경 제1왕조의 창시자 메네스가 상이집트와 하이집트(삼각주 지대)의 접점인 이곳을 통일왕국의 도읍으로 정한 것을 시작으로 고왕국시대에는 수도로 번창하였다고 한다. 현재는 초기의 기념물들은 찾아보기 어렵고 지금은 야자숲으로 둘러싸여 거의 폐허화 되다시피 하였다.
사진 21) 멤피스 고대 유적지의 야자 숲
오늘날 멤피스 유적지에서 발굴된 조각상 등 유물들은 시내의 현대적인 미트 라히나(Mit Rahina) 마을의 아주 작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조각상은 박물관 건물 내부에 드러누워 있는 람세스 2세의 석상이다. 이 람세스상은 쌍둥이 조각상으로 다른 하나는 카이로 람세스 광장의 중심부에 수직으로 서 있고, 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 거상은 하단부의 다리가 없는 한 부분으로 길이가 약 30m에 달하는데 원래는 밖에 있는 프타흐 신전 옆에 세워져 있던 것을 옮겨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크기도 놀랍지만 고대에 만든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옷의 모양이나 근육의 움직임까지 정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22) 박물관 실내에 누워있는 람세스 2세 조각상 박물관 밖의 정원에는 다른 람세스 2세의 조각상을 비롯한 여러 모양의 조각상과 비석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알라바스터(석고의 일종)로 만들어진 신왕국 시대의 스핑크스상도 있었다. 공중화장실에 가면 현지인이 문앞에 기다렸다가 뒤따라 들어와서는 두루마리 휴지 한 장 떼어주고 1달러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이 도착 첫날 카이로공항 화장실에서부터 있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될 수 있는 데로 오줌을 참고있다가 호텔에 가서 해결하곤 하였는데, 오줌이 너무 마려워 박물관 뒤뜰에 있는 화장실에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문 앞 계단에 앉아있던 칙칙하게 생긴 현지인 청년이 뒤따라오며 안내를 해주는 척 하더니 내게 1달러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얄밉다는 생각에 거절하고 나왔는데 한편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다시 그를 불러 우리나라 돈 1000원권 지폐 한 장을 손에 쥐어 주며 “디스 이즈 코리안 머니 원 싸우전드원 어바웃 원 달러”라고 했더니 좋아서 악수를 하고 난리를 쳤다.
사진 23) 박물관 정원에 서있는 람세스 2세 조각상
사진 24) 박물관 정원에 전시된 여러 모양의 조각상과 비석
사진 25) 박물관 정원에 전시된 알라바스터 스핑크스상
오후 5시경 관람을 모두 마치고 호텔로 가는 도중 가이드의 안내로 ‘아미르’라는 향수가게에 들렀다. 인사말과 향수에 대해 설명을 하며 간간이 아주 큰 소리로 짧게 끊어서 ‘하, 하, 하’라고 호탕하게 웃는 꼭 마약밀매 조직의 두목같이 생긴 주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각각 특색 있는 여러 종류의 향수 원액을 팔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유명한 향수도 원액은 여기서 나온다고 자랑을 하였다. 향수 원액에 알콜을 1대 9의 비율로 섞어 희석하면 보통 쓰는 향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원액 한 병이면 향수병으로 수십병의 고급향수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상당히 고가인 원액 값이 부담이 되어 용기 있는 몇 사람 외에는 대부분 망설이다가 구경만 하고 나왔다.
사진 26) 향수가게 주인
사진 27) 향수가게에 진열된 상품과 판매원
사진 28) 갖가지 모양의 향수병
저녁 6시가 되어 클레오파트라 궁전 호텔 1층에 있는 구룡관 식당에서 여유롭게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 숙소인 ZOSER 호텔로 돌아왔다.
사진 29) 클레오파트라 궁전 호텔 입구
사진 30) 구룡관 식당
사진 31) 저녁식사
사실상 연수 마지막 날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숙소 1층에 있는 호텔바에서 팀원모두 가이드와 함께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쫑파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로비에서 나팔소리 등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놀라서 나가봤더니 결혼식 피로연을 시작하는 소리였다. 사실 카이로 방문 첫날 저녁에도 1층 연회장에서 신랑 신부를 비롯한 일가친지들이 가무를 즐기며 피로연을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 처럼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행사를 시작하는 것은 색다른 광경이었다. 아마도 이집트 부유층 자제의 결혼식 풍경으로 보이는데 제법 잘생긴 신랑신부의 모습에 호감이 가고 축하의 춤을 추는 하객들을 보니 나도 그 틈에 끼어서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사진 32) 호텔 결혼식 풍경(1)
사진 33) 호텔 결혼식 풍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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