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여덟 번째 강연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날입니다. 헝가리는 한국과 같은 우랄알타이어계 민족으로 왠지 모르게 친숙감이 드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스님께서도 말씀하시길 이번 세계 100회 강연 일정을 잡으면서도 이런 문화적 유사성 때문에 꼭 한번 방문해 보고 싶었던 나라였다고 합니다.
새벽3시30분에 기상하여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5시에 오스트리아 교민 김혜원 보살님이 해주신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6시반에 헝가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1시간 정도를 차로 달리자 슬로바키아 국경이 나타났고,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시내를 조망하는 성이 보여 잠시 올랐습니다. 비바람이 너무 강해 오래 둘러보지 못하고 바로 헝가리 국경으로 넘어왔습니다. 대평원을 지나며 2시간 정도를 달려 오전 11시 무렵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릴 장소인 한국문화원에서 강연 준비를 맡아주신 장정숙 보살님과 몇몇 봉사자분들, 그리고 한국문화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을 모두 만났습니다. 장정숙 보살님은 헝가리에 주재원 가족으로 이곳에 와 있는 분입니다. 헝가리에 온 지는 2년 되었고 2~3년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살님과 친분이 있는 주재원 가족 몇몇 분들이 함께 이번 헝가리 강연을 모두 준비해 주셨습니다.
한국문화원에서 남은 밥, 김치, 김으로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한 후, 장정숙 보살님과 주재원 가족 두 분의 안내로 부다페스트의 상징적인 유적지 몇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부다페스트는 1873년 도나우 강의 서쪽의 ‘부다’라는 도시와, 동쪽의 ‘페스트’라는 도시가 행정적으로 합쳐져 이뤄진 도시입니다. 부다는 왕궁이 있던 곳으로 귀족들이 주로 거주하였고, 페스트는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였던 곳이라 합니다. 우선 왕궁과 화려한 중세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부다성을 먼저 가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붕이 형형색색의 타일로 장식되어 눈길을 끄는 마치시 교회와 어부의 요새였습니다. 마치시 교회는 헝가리 왕의 대관식 미사가 열렸던 곳이라고 합니다.
▲ 부다성 안의 대표적인 명소, 마치시 교회.
▲ 어부 요새에서 바라본 도나우 강과 국회의사당과 전경. 부다페스트 유적지를 자세히 안내해주고, 강연 준비까지 도맡아 주신 주재원 가족분들. 어제밤 벼락치기로 헝가리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마치시 교회 앞에는 성벽 위에 어부의 요새라는 신고딕풍의 회랑이 연결되어 있었는데, 도나우 강과 그 너머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부다성의 왕궁의 언덕 맨 끝자락에 이르니 거대한 왕궁이 나타났습니다. 왕궁 내부에는 헝가리 국립미술관과 부다페스트 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는데, 스님께서는 역사박물관을 잠시 관람하셨습니다.
▲ 부다페스트 역사박물관
부다페스트의 역사는 마자르족이 정착하기 이전부터 BC 3세기 켈트족이 점령했다가 로마 군대가 이를 점령하고, 이후에는 유목민족인 훈족이 물밀 듯이 들어왔는데, 헝가리라는 오늘날의 국명은 훈족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마자르족(헝가리족)은 896년경에 이 지역에 유입되었는데, 1500년대에 투르크족이 침입하여 거의 150년 간 머물렀다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원으로 이들이 퇴각하고 약 200년 동안 이 왕조가 부다페스트를 점령했습니다. 19세기 말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 하에서 있었는데, 이 때 유명한 건축물들이 붐을 이루며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는 패전국의 편에 서서 잔혹한 전투를 치루게 되면서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고 구 소련의 지배에 들어갑니다. 암울한 시기가 끝나고 EU 회원국이 되면서 독특한 전통유산이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부다성을 둘러본 후 세체니 다리를 건너 페스트 지역으로 넘어갔습니다. 페스트 지역의 중심가로 가니 크고 웅장한 이슈트반 대성당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경건히 기도한 다음 조용히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 이슈트반 대성당.
다음은 영웅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1896년 마자르족의 카르파티아 분지 정복 10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기념비들이 서 있었습니다.
▲ 영웅 광장
영웅광장 건너편에 있는 시민공원에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추모 동상이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헝가리 리스트 음대에서 음악 활동과 공부를 하셨는데 원래 음대 안에 있던 추모 동상을 이곳 시민공원에 옮겼다고 합니다.
▲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 추모 동상.
마지막으로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을 찾았습니다. 워낙 크게 지어서 지금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많다고 하는데, 아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당시에 지었으니 제국의 경영을 고려하여 짓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국회의사당은 야경이 가장 유명한데, 시간 여유가 없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 부다페스트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 전경.
앞서 스님 일행을 맞이해주신 김재환 한국 문화원장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헝가리 민족은 흥겨움을 가진 민족으로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으며, “아빠”, “언니”라는 단어는 발음도 같고 그 의미도 같다고 합니다. 부다페스트에는 현재 1300명 정도의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에서 온 주재원 가족들이 많고, 그 중 유학생들이 40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의대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인건비가 싸서 기업들은 한국타이어, 제일모직, 삼성전자 등 제조업 위주로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예전에 북한 유학생들이 와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고, 한국의 제조업 공장에 헝가리 사람들이 많이 취업해 있어, 헝가리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은 편이라고 합니다.
오후 4시30분에는 헝가리 필리스 산에 원광사라는 절을 짓고 유럽 포교를 하고 계신 청안스님이 강연이 열릴 예정인 한국문화원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청안스님은 한국에서 6년간 숭산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수행한 후, 지금은 헝가리에서 월1회 법회와 10일 명상을 지도하며 유럽인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스님께서는 청안스님과 함께 주 헝가리 한국대사님으로부터 저녁 식사 초대를 받으셔서 대사관 관저로 함께 이동해 남관표 대사님 부부와 저녁식사를 가지셨습니다. 대사님은 스님의 즉문즉설을 유튜브로 직접 보셨는지 “스님께서 대중들의 고민에 대해 거리낌 없이 속시원히 답을 해주시는 걸 보았다” 며 “헝가리 사람들을 위해서도 한번 설법을 해주시면 좋겠다” 는 요청을 했습니다. 대사님의 요청에 스님께서는 “그렇다면 청안스님이 오늘 저녁에 있는 즉문즉설 강연을 한번 들어보시고 과연 헝가리 사람들에게도 이런 설법 방식이 효과가 있겠는지 체크해 달라” 며 부탁하셨습니다. 청안스님도 흔쾌히 동의하셔서 저녁 즉문즉설 강연에 함께 참석했습니다.
▲ 주 헝가리 대사님과 함께 저녁식사.
대사님은 스님께 헝가리와 한국 양국 간의 외교 관계와 유럽에서 헝가리가 갖고 있는 위상, 경제수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스님께서는 “대사님이 헝가리와 한국 양국 간의 관계에 참 많은 애정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시며 방명록에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기시고 저녁 강연을 위해 한국문화원으로 돌아오셨습니다.
▲ 오늘 즉문즉설 강연이 열릴 헝가리 한국문화원 입구.
저녁7시에 시작한 강연은 헝가리 교민 77명이 참석하여 안정감 있고 여유있게 진행되었습니다. 김재환 한국문화원장님은 “헝가리에 문화원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교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며 스님의 법문에 대한 교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총 7명이 질문을 했는데, 그 중에 헝가리에서 한국 기업을 다니고 있는 30대 여성 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저는 헝가리에서 한국 기업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현지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보니까 이분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떨어지는 부분들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그러다보니까 짜증을 낼 일이 아닌데도 순간순간 짜증을 낼 때가 많고, 짜증을 내고 나면 돌아서서 후회합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성질이 더럽다 이런 얘기네요. 성질이 더러우면 더러운 데로 그냥 살던지, 개선을 하던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성질이 더러운 데로 그냥 살면 사람들이 질문자를 멀리하게 되겠죠.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됩니다. 성질대로 살고 싶으면 손해를 감수하던지, 손해를 덜 보려면 어렵더라도 성질을 고쳐야 합니다.
그런데 성질이라는 것은 무의식에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안 고쳐집니다.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이면 금방 고칠 수 있는데,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단 말이죠. 성질 안내겠다고 결심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첫째, 고치려고 해도 안 고쳐지기 때문에 성질대로 살고 그냥 손해를 보는 길이 있습니다.
둘째, 고치려고 하면 굉장한 각오로 임해야 합니다. 성질을 낼 때마다 온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주면 무의식에서 겁을 내서 고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성질을 한번 낼 때마다 전기 충격기로 자신의 다리를 한 번씩 지지는 겁니다. 세 번만 지지면 성질이 나올 때마다 몸이 벌벌 떨릴 겁니다. 이렇게 무의식에 자극을 주면 고쳐집니다. 이렇게 하기가 좀 힘들다면, 성질을 낼 때마다 삼천배를 해보세요. 그렇게 세 번만 삼천배를 하면 절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다가 성질이 올라오다가 딱 멈춥니다.
셋째, 지속적으로 꾸준히 연습을 해서 고치는 길이 있습니다. 성질 안내는 연습을 꾸준히 오랫동안 해서 성질을 안내는 것이 습관이 되도록 하면 자기 통제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할래요? 천천히 고치려면 매일 108배씩 천일을 하던지, 빨리 고치려면 전기 충격기로 지져버리던지, 어느 쪽으로 할래요?“
“매일 108배를 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매일 108배를 하면서 자신에게 암시를 줘야 합니다. ‘저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내이면서 자기 암시를 주세요. ‘나는 화를 안내겠습니다’ 하는 의지와 각오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왜냐하면 ‘화를 안내겠습니다’ 매일 결심했는데 나도 모르게 화가 나니까 결심한 것이 계속 안 지켜져서 자신에게 실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꾸 되내이세요. 화가 나는 데도 ‘나는 화가 나지 않습니다, 화를 낼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보세요. 화를 내려고 할 때 다른 한쪽에서 화를 내려고 하는 자기를 딱 알아차려 보세요. ‘아이고, 너 또 미치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자꾸 자각을 하면 화가 일어나려다가 쑥 내려갑니다.
이 성질을 못 고치면 회사에서만 힘든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해도 사는 게 힘들어집니다. 아이를 낳으면 아이까지 엄마의 성질을 닮아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매일 108배를 하면서 ‘화 낼 일이 없습니다’ 자꾸 되내이면서 절을 하면 실제로 화를 낼 일이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헝가리 직원들이 내가 시키는 데로 제대로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헝가리 직원들이 질문자가 시키는 데로 척척 일을 잘하면 질문자는 직업이 없어집니다. 현지 직원이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한국 직원이 필요한 겁니다. 그 사람들이 한번 가르쳐주면 한 번에 척척 잘하면 회사에서 한국 직원을 비싼 월급 주고 데려올 필요가 있을까요? 현지 직원은 한국 사람보다 월급이 2분1 밖에 안 되는데, 이 사람들은 시키는 데로 한 번에 딱 못한단 말이죠. 그래서 이것을 다시 뒷정리해줄 한국 직원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키는 데로 척척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지금 밥 먹고 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일을 못할 때 화를 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고, 당신들 덕분에 제가 밥 먹고 삽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헝가리 사람들이 한번 알려주면 한 번 만에 일을 잘 처리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이익일까요? 손해일까요? 손해입니다. 한번 가르쳐줘서 한 번에 알아버리면 5년만 지나면 한국 사람들은 곧 철수해야 합니다. 금방 익혀서 자기들 것으로 습득하면, 굳이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니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좋은 겁니다. 현지 사람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여기 와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짜증날 일이 없습니다. 화 낼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되내이면서 매일 108배를 해보세요. 108배를 하기 힘들면 언제든지 전파상에 가서 전기 충격기를 구입하세요!(웃음)“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는 헝가리 직원들 덕분에 지금 자신이 밥 먹고 산다는 말에 질문자도 활짝 웃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항상 이렇게 한쪽 측면만 바라보는 저희들에게 다른쪽 측면도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아무 문제가 없음을 일깨워 주십니다.
▲ 헝가리 원광사 주지 청안스님.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고 청안 스님은 “모든 스님들의 설법이 일방적인 강연 형식이 많은데, 법륜 스님은 대중들의 고민 속으로 바로 들어가셔서 대화하기 때문에 이런 설법 방식은 헝가리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즉문즉설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소감을 들려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주재원 가족들이 많이 참석한 관계로 아이들의 교육 문제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습니다. 스님께서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짚으시면서 창의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유를 들어가며 자세히 얘기해 주셨습니다. 참석한 교민들도 모두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기쁜 마음으로 강연을 듣고 돌아갔습니다.
▲ 오늘 강연 준비를 맡아 준 장정숙 보살님과 두 딸, 그리고 주재원 가족분들.
강연을 마친 후 책 사인회와 더불어 봉사자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밤11시가 다 되어 오늘 숙소인 이송혜 보살님 댁에 들어왔습니다. 보살님 댁 거실과 방에서 하룻밤 묶고 아침식사를 한 후, 내일은 부다페스트에서 500km를 달려 체코 프라하로 갑니다. 내일은 체코에서 또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