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총협 “발전방향 설립은커녕 정책 세우기 어려워 개선시급”
정부 재정지원사업 준비에도 차질… 추진·구성원 합의 역부족
전문가들 “원인은 교육부… 총장 길들여 식물대학으로 변질”
[한국대학신문 정윤희·김소연 기자]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에 가입된 41개 국·공립대 중 강릉원주대·공주대·한국방송통신대·전주교대 등 10곳(24.4%)에서, 지역거점국립대는 전체 10곳 중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 등 4곳(40%)에서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총장 공석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정된 총장후보자를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임명 제청을 거부·연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입을 모은다. 총장 직무대행은 일시적으로 행정업무를 담당할 뿐 대학의 변혁을 이끌고 전체구성원의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대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공립대의 총장 공석 장기화가 지속될수록 교육발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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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대 총장 공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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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구성원 의견조율 필요한’ 정부 재정지원사업 준비 흐지부지… 교육개혁 무기한 지체 = 현재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은 △강릉원주대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공주대 △부산대 △충남대 △한국방송통신대 △전주교대 △진주교대 등이다.
교육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총장이 임기 중에 사고 등으로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60일 이내 2인 이상의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장관에게 추천해야 한다. 그런데 각 대학 내부에서 총장 직선제와 간선제 등 총장 선출 방식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본지 1월 5일 기사 '지역 거점 국립대 절반이 총장 공석'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54979 참고)
총장 공석이 장기화 될수록 대학발전도 표류하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한 각 부처별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총장 공석 장기화를 겪고 있는 대학에서는 어느 사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목표 설정 및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유지한 부산대는 총장 공석 장기화 우려는 현실화되고, 기존의 정부사업에 선정돼 받기로 한 사업비 일부도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총장직선제를 유지한 부산대에 대학 특성화(CK) 사업 본부예산과 학부교육 선도대학(ACE) 육성사업비의 절반 등 총 18억7300만원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부산대 관계자는 “신규 재정지원 사업 선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기존사업 예산은 더 악화될 것을 각오하고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임 총장 임용제청 없이는 발전기금을 모금할 수도 없어 학교 상황은 점차 힘들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총장선거 간선제로 선거를 치뤘지만, 22개월째 총장 공석에 놓인 공주대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준비에 차질을 겪고 있다. 정민걸 교수회장은 “지난 2년간 국립대로서 예산국회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총장 직무대행이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행정 처리를 해 주는 역할을 할 뿐 장기적인 대학의 목표를 설정하고, 핵심 추진세력이 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최근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있어서도 장기 목표에 준해 과감히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식 총장이 언제 들어올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계획에 따른 실천도 요원하다. 박명구 경북대 기획처장은 “총장 공석으로 대학의 장기계획을 짜고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직대 체제에서 추진하려 하면 일각에서는 ”다음 총장이 와서 할 일을 왜 먼저 하느냐“하는 의견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학교 발전은 그야말로 ‘방치’될 뿐”이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표성 부재 문제도 꼬집었다. 사업 준비에 따른 대학 구성원의 공감대 형성하고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합의를 하더라도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기획처장은 “대내외적으로 학교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업 추진 동력도 정식 총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학생과 학부모들도 당장의 졸업장에 ‘총장 직무대행’으로 직인이 찍혀 나가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교육계 비판 거세 “교육부 책임 방기” “국립대 위상 날로 떨어져” = 대학가에서는 국립대 총장의 공석 상태가 길어지는 데 원인으로 교육부를 지목했다.
전북대 모 교수는 “국립대는 국가기관으로 교육부가 국가 기관의 장을 2년 가까이 공석인 채로 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서 “교육부가 대학 총장을 길들이기 하고, 식물 대학을 만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원대 모 교수도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도 하고, 나라에서 운영하는 대학에 있다는 자긍심이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국립대 교수로서, 학자로서의 자존심 모두가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총장이 나온다 한들 과연 대학 운영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겠나. 교육부 입맛에 맞춘 총장, 교육부가 정한 방식대로 총장을 선출하라고 국립대를 압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립대 총장 공석으로 인해 국립대 발전방향을 세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고등교육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립대의 총장이 없다보니 대학 발전방향이나 대학내부 정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난 14일 수원에서 열린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태범석) 정기총회에서도 공석 사태 등으로 인해 갈수록 국립대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데 대해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교육부가 국립대 발전을 위한 지원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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