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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깍지 사법
정진명
1.온깍지사법의 정의
온깍지 사법은 전통사법을 재구성한 것이다. 전통사법이란, 우리 조상들이 남긴 우리 활에 관한 유일한 기록인 『조선의 궁술』을 말한다. 이 책 속에는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사법의 전체를 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 그것이 5천년 동안 우리 겨레가 추구하고 완성해온 유일한 전통이면서 정통인 사법이다. 따라서 전통사법이란 이 사법을 말하는 것이다.
온깍지 사법은 바로 이 사법을 계승한 사법이다. 계승이란 말을 쓰는 것은 『조선의 궁술』에 묘사된 사법이 전체의 얼개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한 세부 내용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 재해석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활을 배우는 사람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한 것이 온깍지 사법이다.
온깍지 사법의 가장 큰 특징은, 서술 방법을 『조선의 궁술』과는 달리 했다는 점이다. 즉 『조선의 궁술』은 대체로 공간지각형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즉 활쏘기 하는 사람의 몸에 작용하는 점을 중심으로 설명한 것이다. <궁체의 종별>이라는 제목이 그것을 설명한다. 그러나 활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활을 들어서 당기고 발시하는 시간차 순서로 하게 된다. 그래서 『조선의 궁술』에 나타난 공간지각형 서술방식을 시간차 순으로 바꿔서 서술한 것이 온깍지 사법이다. 따라서 온깍지 사법은 시간지각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동작이 전개되는 순서대로 사법을 설명한 것이다.
따라서 온깍지 사법이란, 제 멋대로 사법을 설명하여 이름 붙인 것이 아니라, 『조선의 궁술』에 들어있는 사법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서술한 것이다.
2.온깍지 사법의 실제
한국의 전통 사법은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다. 예비동작, 본동작, 마무리동작이 그것이다. 다시 이것을 더 잘게 나누면 동작은 대략 열 마디로 할수 있다. ①발모양, ②손가짐, ③살메우기, ④걸치기, ⑤죽올리기, ⑥엄지발가락누르기, ⑦깍지손끌기, ⑧만작, ⑨발시, ⑩거두기가 그것이다.
발모양부터 살메우기까지가 활을 쏘기 위한 예비동작이고, 걸치기부터 발시까지가 본동작이며, 거두기가 마무리 동작이다.
예비동작 |
①발모양 |
②손가짐 | |
③살메우기 | |
본동작 |
④걸치기 |
⑤죽올리기 | |
⑥엄지발가락누르기 | |
⑦깍지손끌기 | |
⑧만작 | |
⑨발시 | |
마무리동작 |
⑩거두기 |
주의할 것은, 활을 들어올리기 시작해서 마무리할 때까지 멈춤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편의상 이렇게 10마디로 나누어 설명하지만, 그것은 방편일 뿐 모든 동작은 물이 흐르듯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1)발모양 : 비정비팔
비정비팔(非丁非八)이란 발의 모양이 한자의 정짜도 아니고 팔짜도 아닌 모양이라는 뜻이다. 두 발이 놓인 모양이 어떻게 보면 팔짜나 정짜를 닮는 것 같은데, 정확히 보면 그 글자와는 다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우궁의 경우, 먼저 왼발을 과녁의 왼쪽 귀를 향해 놓는다. 그리고 오른발을 왼발의 장심 부근에 댔다가 자신의 주먹이 둘 들어갈 만큼 벌린다. 그러면 몸은 과녁과 거의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진다.
2)손가짐
줌손 : 줌손은 반드시 '흘려쥔다'. 흘려쥔다는 것은 활을 잡았을 때 손가락이 줌통을 감싼 모양이 활과 비스듬히 만나는 것을 말한다. 그냥 무심코 막대기를 잡듯이 쥐면 손가락과 활채는 직각으로 만난다. 따라서 줌손은 반드시 흘려쥐어야 한다. 이 흘려쥐는 원리는 화살이 통을 치고나가도록 고려한 것이다.
깍지손 : 깍지손은 반드시 상삼지 세 가락으로 쥐어야 한다. 깍지를 낀 엄지가락으로 시위를 걸고 검지와 중지로 엄지가락의 손톱을 덮는다. 이때 엄지가락의 손톱 끝은 중지의 한 중간쯤에 걸리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다. 특히 외가락으로 쥐면 뒤가 부실해져 게우기 쉽다. 게우지 않더라도 자칫하면 봉뒤나 채쭉뒤가 되어 보기 싫은 궁체를 이룬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깍지손을 반드시 세 가락으로 쥐고 끌어야 한다.
3)살메우기
시위에 화살의 오늬를 끼우는 것을 말한다. 이 동작을 가리키는 말은 많다. '먹인다, 메운다, 끼운다, 건다'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활터에서 많이 쓰는 말은 먹인다와 메운다이다.
활을 잡고 왼쪽 허벅지에 대고 있던 줌손을 배꼽 앞으로 들어올리고 괴춤의 화살을 뽑는다. 활을 잡은 줌손의 범아귀를 조금 벌려 화살의 아랫마디쯤을 살짝 잡는다. 깍지손의 엄지와 검지로 오늬를 잡는다. 이때 오늬끝이 검지의 둘째마디까지 깊이 들어오도록 잡는다. 그리고는 주욱 밀어넣는다. 싸리나무로 된 오늬가 시위에 닿을 때쯤 살을 시위에 기대어놓고 엄지를 들어 시위를 아귀 안으로 들인다. 그리고 다시 엄지로 오늬를 잡고 밀어서 오늬홈을 절피에 바로 댄 다음 잡아당긴다. 그러면 톡 하고 끼워진다.
4)걸치기
깍지를 시위에 걸고 활을 들어서 활의 아랫고자를 불거름에 걸친다. 이때 온몸의 힘을 빼고 오른손의 어깨로 왼손과 활을 든 상태다. 이 상태에서 줌손은 잘 흘려 쥐었는가, 과녁의 평소 조준점은 어디인가, 호흡은 잘 되는가, 마음은 비웠는가 하는 모든 것을 점검한다. 활쏘기가 막 시작되는 것을 점검하는 것이면서 활쏘기 동작의 시작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때 반드시 오른손 죽머리와 중구미를 쳐들고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시 직후에 뒷손의 자세가 잘 안 나온다. 발시 후 깍지손이 뻗는 방향은 대개 여기에서 결정된다. 여기서 죽을 미리 들어놓지 않으면 만작시에 죽이 아래로 처져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입문자에게 이 걸치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궁체를 완성한 뒤에는 이 부분을 생략하기도 한다.)
5)죽올리기
걸치기에서 자세 점검이 모두 끝났으면 천천히 활을 들어올린다. 이때 왼손엔 힘을 빼고 오른손의 힘으로 들어올린다. 왼손은 딸려 올라가는 것이다. 이 동작이 바로 '아낙네가 물동이를 이듯이' 한다는 것이다. 오른손의 중구미를 높이 쳐들면 바로 그 동작이 된다. 대신에 죽을 들지 않으면 물동이를 이는 동작이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걸치기 동작에서 미리 뒷죽을 높여놓아야 한다. 따라서 걸치기에서 이 동작을 제대로 해주어야만 이 동작이 그대로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연결된다.
줌손을 자기의 이마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더 높이 들어도 상관은 없다. 대신에 이마 밑으로 떨어지면 좋지 않다. 이마가 뒷죽을 높이 끄는 데 필요한 가장 낮은 높이이기 때문이다. 이때 오른손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왼손보다 오른손이 조금 더 높다. 그렇기 때문에 살촉은 밑으로 처져있다. 촉을 과녁 바로 위에 살짝 올려놓는 것이 좋다.
다 들어올린 상태에서는 앞손과 뒷손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깍지손을 끄는 동작이 시작된다. 이른바 '앞죽이 둥글다'는 것은 이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하면 가슴과 팔 안에 큰 나무가 들어있는 듯한 모양이다. 이것이 '큰 나무를 끌어안듯이 한' 모양이라는 것이다.
6)엄지발가락 누르기
다 올렸으면 엄지발가락으로 땅을 지그시 누른다. 그러면 몸이 앞쪽으로 살짝 움직인다. 이것은 땅에 닿은 발바닥의 면적이 넓어지면서 발바닥에 드리운 몸 전체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조금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때 정수리의 백회혈과 아랫배의 단전, 그리고 발바닥의 용천혈이 일직선 상에 놓이면서 선 상태에서는 가장 안정된 자세를 이루게 된다. 이 동작은 하체를 안정시키고 천기와 지기를 받아들여 불거름에 모으는 가장 중요한 동작이다.
이때 엄지발가락을 너무 많이 눌러서 발바닥이 땅에서 들뜨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세가 더 불안정해진다. 겉으로 보기에 잘 표시가 나지 않을 만큼 지그시 누른다. 이 동작을 할 때 발꿈치를 들썩들썩 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남들 눈에 뜨이지 않을 만큼 슬며시 누르면 몸의 무게 중심이 저절로 앞으로 이동한다.
7)깍지손 끌기
엄지 발가락으로 땅을 지그시 누르고 숨을 완전히 내쉬었으면 천천히 뒷손을 끈다. 동시에 앞손도 과녁으로 민다. 앞손이 벌써 이마 앞으로 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뒷손이 당겨지는 반동으로 앞으로 조금 더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동작은 깍지손이 움직이는 것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이름을 '깍지손끌기'라고 한 것이다.
깍지손을 끌 때는 반드시 귓바퀴를 스치도록 당긴다. 깍지손을 당기는 동작이 발시 후 손의 모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높이 당길수록 좋다. 귓바퀴가 가장 낮은 선이다.
깍지손을 끌면서 동시에 숨을 들이쉰다. 따라서 깍지손은 숨을 들이쉬는 것과 같은 빠르기로 끈다. 숨을 들이쉬면서 그와 같은 빠르기로 깍지손을 당기는 것이다. 깍지손을 당기면서 동시에 허벅지에도 힘을 가하기 시작한다. 불거름(하단전)을 팽팽히 긴장시키는 방법이 바로 허벅지를 조이는 것이다. 그래야만 하체가 안정된다.
여기서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깍지손 끌기, 숨 들이쉬기, 허벅지 힘주기가 그것이다. 그래서 사대에 서기 전에 충분히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당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연습이 제대로 되기 전에 설자리로 나가면 관심이 과녁에 가있기 때문에 셋 중에 어느 한 가지를 잊고 만다. 그래서 주살질로 당기기 연습을 충분히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세 가지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 다음에 사대에 나서야 한다.
8)만작
깍지손을 다 끌고 줌손을 다 민 것을 우리말로 '온작'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만작'이라고 한다. 만작은 <滿作>이라고도 쓰고 <滿酌>이라고도 쓴다. 둘 다 제 작까지 가득 당겼다는 뜻이다.
이때 살대는 광대뼈와 입꼬리 사이에 걸쳐있어야 한다. 뒷죽을 높이 끌어서 가슴을 완전히 펴면 살대는 저절로 이 높이로 걸린다. 살대가 입꼬리 밑으로 내려가면 발시 후 깍지손이 제 방향으로 빠지지 않는다. 체형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입꼬리가 손이 올바른 방향으로 빠지도록 해주는 최저선이다.
다 당긴 상태에서 죽이 제대로 섰는가를 확인한다. 붕어죽이 되거나 앉은죽이 되거나 하여, 죽이 제대로 서지 않았으면 중구미를 틀어서 바로잡는다. 중구미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줌이 서질 않는다. 줌이 서지 않으면 살은 거의 뒤난다. 그리고 깍지손을 잘 빼더라도 앞나고 뒤나고 하여 살이 한통으로 몰리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만작 상태에서 중구미를 엎어서 반드시 줌이 서도록 해야 한다.
깍지손을 억지로 짜지 않는다. 깍지손을 억지로 짜면 손목에 힘이 들어가서 발시가 되어도 손이 제 방향으로 빠지지 않는다. 따라서 만작상태에서 깍지손을 고정시키고 중구미를 틀어서 줌을 바로 세우면 하삼지에 저절로 힘이 가면서 그 반동으로 깍지손도 적당한 힘으로 조여진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줌손을 밀어서 그 반동으로 깍지손을 짜야지, 일부러 깍지손을 비틀어서 짜면 안된다.
만작은 살이 머무른 상태가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지만, 앞뒤로 계속 나아가고 당겨지던 양손이, 더 이상 밀고 당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지 결코 멈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계속 힘을 가하면서 밀고 당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게우게 된다. 이때 당기는 힘은 손목이 아니라 중구미와 죽머리에 걸려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슴 전체를 움직여서 가슴 한 가운데에서 힘이 양쪽으로 나누어지도록 힘을 쓴다. 이것을 '빠갠다'고 한다. 과녁 머리에 줌손을 박아놓고 뒷쪽 죽머리의 힘을 어려서 젖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어 당긴다. 이 힘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 가슴이 빠개지면서 순식간에 발시로 이어진다.
보통 만작 상태에 얼마나 머무르느냐 하는 것이 따라 속사(速射) 여부가 결정된다. 2∼3초 가량 머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살이 들어오자마자 내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것을 택하느냐 하는 것은 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활을 스포츠로 여겨서 건강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여긴다면 지그시 참았다 내는 것이 좋다. 그것은 단전에 힘이 어느 정도 머무는 시간을 주는 것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다.
살을 다 당겨서 만작에 이르렀을 때는 허벅지에도 힘이 다 들어가서 바윗덩이처럼 단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분문(糞門)을 빨아들이면서 꽉 조인다. 이렇게 하면 불거름(丹田)이 팽팽히 긴장하면서 숨이 가장 깊이 들어온다. 이른바 단전호흡이 되는 것이다. 천기와 지기가 불거름에서 만나 활쏘는 사람을 우주의 한 중심으로 세우는 경지가 여기서 열린다.
9)발시
발시는 화살이 과녁에 맞는 것을 결정하는 마지막 순간의 가장 중요한 동작이다. 발시는 찰나에, 아주 가볍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아주 짧은 순간에, 그리고 가볍게 이루어지려면 오랜 세월 동안 연습을 하여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발시의 가장 중요한 요령은 깍지를 뗄 때 깍짓손꾸미로 빼는 것이다. 줌손을 과녁머리에 고정시켜놓고 깍짓손의 중구미로 정확히 끌며 버티면 힘이 가슴을 중심으로 양분된다. 이때 몸 전체는 마치 쇳물을 부어서 주조한 것처럼 한 덩어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양분된 상태에서 가슴 한 복판을 힘의 중심으로 삼고 뒷손의 중구미를 지그시 더 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더는 당길 수 없을 만큼 힘이 응축된 절정의 순간에 힘의 균형이 뒤쪽에서 허물어지면서 화살이 과녁을 향해 튕겨나간다. 그러니까 발시 직전의 팽팽한 힘을 허무는 것은 깍짓손이고, 줌손은 깍짓손 떼임의 반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이때 뒷손은 살을 떠나보낸 반동으로 저절로 펴진다. 뒷손이 펴지는 방향은 깍지손을 끌 때 결정된다. 만작 시에는 누구나 줌손부터 깍지손 중구미까지 일직선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만작이 될 때까지 머리 위에서 양손이 내려오면서 활을 당겼기 때문에 발시 직후에는 손이 아래쪽으로 처지는 것이 순리이다. 따라서 뒷손은 호랑이가 꼬랑지를 늘어뜨린 것처럼 밑으로 처지게 해야 한다. 뻣뻣하게 수평으로 펼쳐지는 것은 발시 후에 손에 힘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멋은 좀 있어 보일지 몰라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뒷손이 빠지는 것은 약간 기울기가 있다. 우리 활의 원리가 그렇게 기울기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활은 수직으로 서있는 것이 아니고, 줌앞으로 조금 기울어있기 때문에 활이 기울어진 그 각도만큼 뒷손이 빠지는 방향도 기울게 된다. 그것이 자연스런 이치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손과 뒷손이 갈라지는 힘의 방향이 어긋나서 살이 통으로 가지 않는다. 활을 25도 기울였으면 뒷손도 수직에서 25도 기운 방향으로 빠지고 30도가 기울었으면 30도 기운 방향으로 빠져야 한다. 손이든 손바닥이든 이 각도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발시할 때 뒷죽을 낮게 끌리면 여러 가지 불리한 점이 생긴다. 손이 낮으면 발시할 때 바깥쪽으로 홱 뿌리게 된다. 발시 순간 살대가 뺨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살은 뒤난다. 이것을 고치는 방법은 뒷죽을 높이 끄는 것밖에 없다.
10)거두기
거두기는 발시 후에 거두는 동작을 말한다. 전통 정통사법으로 쏘면 줌손은 과녁쪽으로 나가다가 불두덩 앞으로 지고, 뒷손은 큰 원을 그리면서 떨어진다. 그러니까 만작 상태에서 발시와 동시에 양손이 땅을 향해 반원을 그리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학이 날개를 접는 듯'한 동작이다.
이 동작은 살이 떠난 뒤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어찌 보면 명중률과는 상관이 없을 듯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 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살은 과녁을 벗어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활을 들어올리는 순간부터 동작을 거두기까지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이 살을 과녁으로 제대로 보내기 위한 연속동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앞의 연속 동작 중 어느 한 곳에서 부실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발시 후의 동작을 보면 살이 가서 맞는지 안 맞는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 활은 두 손이 원을 그린다. 만작은 그 원을 둘로 분할하는 지점이다. 만작이 되기 전까지는 머리 위로 올려서 손을 밀고 당기는 모양이 머리 위에서 반원을 그리고, 만작 이후에는 펴진 몸짓을 거두는 동작이 밑으로 반원을 그린다. 이 두 원을 합치면 완벽한 원이 된다. 이것은 우리 겨레의 춤사위가 대부분 덩실거리며 둥근 원을 그리는 동작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와 같은 동작은 우리 겨레한테서만 볼 수 있는 동작이다.
그런데 종종 발시 직후의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라는 말을 듣는다. 특히 궁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 점을 강조한다. 우리 활에서는 원래 발시 직후의 손모양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쏘고 난 뒤에는 손바닥이 어떻게 된다는 개념이 아예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 좋은 쏘임이 이루어지면 그 사람 특유의 연삽한 동작이 이루어진다.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라는 이야기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자세히 검토해보면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라는 주문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손바닥이 하늘을 보려면 우선 만작을 했을 때 뒷손이 높이 걸려있어야 한다. 결국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하라는 것은 깍지손을 높이 끌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강궁을 쓰면 뒷손을 아무리 높이 끌어도 손바닥이 하늘을 보지 않는다. 따라서 손바닥이 하늘을 보게 하라는 말은 연궁을 써서 연삽하게 내라는 뜻을 표현한 말이다.
손바닥이 하늘을 보도록 끌어도 손바닥이 완전히 수평으로 눕지는 않는다. 우리 활은 줌앞쪽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상태에서 발시하므로 뒷손이 빠질 때도 그 각도만큼 기울어서 빠지게 된다. 무리하게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요는, 연궁을 쓰고 높이 끌어서 뒷손을 연삽하게 뽑으라는 뜻을 취하면 된다.
일본 활에서는 마무리를 잔신이라고 한다. 검도에서나 궁도에서나 마찬가지이다. 잔신은 '잔심, 잠신, 잠심'이라고도 해서 일정치 않다. 한자로 <殘身, 殘心, 潛身, 潛心>라고 써서 비슷비슷한 내용을 이룬다. 큰 동작이 끝나고 난 뒤의 마무리 동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활의 동작을 설명하기 위하여 1960년대부터 활터에서 도입하여 썼다. 기록이 전혀 없는 국궁계의 풍토에서 우리 활의 이론화를 꾀하고자 한 사람들이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일본활의 개념을 도입해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 활에서는 애초부터 발시한 후의 손모양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발시 직전까지 자세가 올바로 이루어지기만 하면 마무리는 저절로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