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풍수]-집터만큼 건축에 임하는 정성 중요
풍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배산임수’라든지 ‘좌청룡 우백호’ 등의 조건을 갖춘 땅이 명당이라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땅을 소유했더라도 땅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풍수적으로 좋은 조건을 가진 땅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주택의 배치가 좋아야 한다.
풍수에서는 대문의 크기에 비해 집이 작은 것, 담장과 울타리가 안전하지 못한 것, 부엌이 적절히 위치하지 않은 것, 집터가 지나치게 큰 것 등을 금기시하고 있다.
이는 배치의 적절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함께 건축에 임하는 정성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
옛 조상들이 집을 지을 때는 각 과정별로 전문가가 있어서 제대로 된 집터를 고르고 위치와 방위를 결정한 후에 일이 시작되는 날을 택일하는 정성을 보였다.
땅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도 않고 사무실에 앉아 도면을 그리는 설계사, 그 도면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집을 짓는 기술자, 자고 나면 바뀌는 일용 노동자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대의 집짓기는 책임있는 집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곳곳에서 부실공사의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에 비해 옛 사람들의 집짓기를 살펴보면 집터가 인간의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인식 하에 집터를 고르고 집의 방향과 위치를 고르는 풍수사, 건물을 설계하고 뼈대를 세우는 대목, 그밖에 흙일 전문가인 토역, 기왓일 전문가인 와공, 창호 전문가인 소목 등 각 부분의 전문가가 동원되었고,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로 채워졌기에 내 일처럼 모든 작업을 정성스럽게 해나갈 수 있었다.
풍수사는 일의 진행 일정도 잡았는데 각 시기별로 건축이 올바로 됐는지 확인하는 기간을 두고 택일을 했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집터가 필요하고 제자리에 건물을 배치해야 하며, 좋은 날을 받아 공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땅과 시기의 선택에 관한 전문가로서 풍수의 역할이 필요했다.
그러나 좋은 터나 시기의 선택만으로는 좋은 집을 이룰 수 없으며 건물의 형태 또한 격식을 갖추어야 했다. 건물의 형태는 설계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기에 설계를 담당하는 대목의 역할은 풍수의 역할 못지 않게 중요했다.
특히 대목은 풍수와 같이 자문만으로 끝날 수는 없었다. 비록 주요 건물의 배치나 공사 일정은 풍수의 결정에 따라야 했지만 집을 형상화하는 전과정이 대목의 손에 맡겨진 것이다. 또한 건축 중간중간에 고사를 지내면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단 감리까지 시행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건축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완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책임지고 일을 진행하던 대목과 중요 배치에 있어 조언을 해주던 풍수사의 결합은 우리네 주택이 자연과 동화하고 그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
어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