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다 큰 다음에 가장 후회가 되는 건 아이와 함께 식물을 키우지 못한 것이랍니다.
젊어서는 바쁘기도 했지만 도무지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 선물 받은 꽃화분이나 난도 죽여버렸으니까요. 혹 저 같은 젊은 엄마들은 너무 자괴감 느끼지 마세요.
나이가 드니까 무심하게만 대했던 자연이 그렇게 소중하고 고맙고 신기하고 애틋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는 자연을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방학 때 키워주면 아주 좋을 것 같아요.
낙향해 아이들의 방학 쉼터가 되어주는 어르신들이 존경스러운 이유죠.
노무현대통령이 고향인 봉하마을로 가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저도 은퇴하면 낙향해서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ㅎㅎ
암튼 더 늦기 전에 남향 빌라로 이사한 지난 여름부터 베란다 텃밭을 시작했습니다.
도시농부가 된지 채 일년도 안된 새내기이지만 얼마나 잘 크는지 식물 키우기는 아이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식물은 키우기가 매우 쉬우면서도 또 손이 많이 가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이틀, 여름엔 거의 매일 물을 줘야 하지만 물만 주면 아주 잘 큽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식물을 키우면서 얻은 아이 키우기의 교훈에 대해 한 번 쓸게요.^^
오늘 보여드리고 싶은 것은 지난 겨울 발아해서 이른 봄부터 베란다에서 키우기 시작한
들깻잎, 당근, 방울토마토, 샐러리입니다.
당근은 잎이 뿌리보다 영양이 몇 배 높다고 해서 심어봤어요.
샐러리도 파는 곳이 별로 없으니 참 좋은 것 같아요.
어찌나 무성한지 요즘 열심히 잘라다 아침 식사 대신에 먹는 해독주스에 애용하고 있지만
너무 많아서 남에게 나눠주지 않으면 시들까봐 걱정되네요..
부추는 씨를 뿌렸더니 다 죽고 하나 발아를 해서 한 가닥만 있네요.
그래서 다시 실내에서 발아를 시키려고 준비중입니다.
처음 나오는 부춧잎은 약성이 좋아서 인삼에 비할만큼 좋다고 합니다.
이걸 잘라주면 그 다음엔 무럭무럭 자랍니다.
처음에 좀 가늘게 나오더라도 걱정말고 밑둥을 남기고 잘라주면 이처럼 금새 자랍니다.
여름에 가장 좋은 허브 바질 씨앗을 지난 일요일 지피펠렛에 넣었더니 오늘 다들 머리를 쏘옥 내밀며 올라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힘들게 왜 발아를 시키느냐, 모종을 사다 키우지...." 라고 말합니다.
힘들다고 남의 애를 입양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발아의 기쁨을 한 번 맛보고 나면 모종은 쳐다보지도 않게 된답니다.^^
4월 말에 섬진강변의 광양 매화꽃을 보고 왔는데... 여기는 꼭 한 번 봄에 가보세요.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그 때 4년된 매화나무 묘목 두 개를 사왔거든요.
화분에 옮겨심었더니 글쎄 열매가 열리는거에요.
얼마나 클지는 모르겠지만 화분에서 열리는 매실을 난생 처음 보자니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지난 여름 선물 받은 아주 단 무화과 열매를 잘 먹고 다시 새순이 돋아 열매를 맺는 중입니다.
정말 무화과는 꽃도 피지 않고 열매가 쏘옥 나오네요.
레몬은 초봄에 수확한다는데... 아직도 싱싱하죠?
이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매일 기쁨이 샘솟습니다.
올 봄 자녀와 함께 베란다 텃밭을 한 번 해보시지 않겠어요?
처음엔 잘 되는 것 하나만 해보시고... 차차 종류를 늘려가보세요.
저는 지난 해에는 루꼴라, 바질, 고수, 애플민트, 로즈마리, 라벤터 등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그러나 음식에 꼭 필요한 허브를 주로 키웠는데... 정말 식생활에도 도움이 됩니다.^^
바질은 모종을 사서 키우면 아주 쉽게 큽니다. 다만 흙을 부엽토를 많이 써서 늘 축축하게 습기가 차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큰 바질을 활용해 스파게티 만들 때 몇 잎 넣어주면 향이 그득하지요. 바질 페스토를 만들어 구운 바게뜨를 찍어 먹는 것도 아주 맛있습니다.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냉동해 두면 스파게티, 술안주, 빵과 잘 어울린답니다.^^
요
바질을 따서 만든 바질페스토 스파게티
이건 루꼴라 씨를 발아시켜 키운 루꼴라입니다. 여름 내 먹다 먹다 다 못 먹고 꽃을 피우도록 방치했답니다.
요건 루꼴라로 만든 루꼴라 피자입니다. 레스토랑에서 루꼴라 피자는 가격이 싯가라고 써 있는 것 아시요?ㅎㅎ 식탁을 살찌우는 베란다 텃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첫댓글 우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항상 마음만 그득한데 뭐든 죽이는 저주받은 망손이예요 작심삼일은 옵션이구요 ㅎㅎ 어릴때 할머니가 부지런하셔서 화분에 별거별거 다 키우고 물주고 그랬던 생각이 나네여 이중 젤 키우기 쉬운게 어떤 걸까요??갑자기 도전의욕이 불끈!!
물주는 걸 아이에게 시켜보세요. 아이는 죽이고 울어도 보고... 키워서 먹어도 보면서 과학을 깨우친다고 하잖아요. 바질 모종을 사서 키우면 아주 쉽게 성공할 듯 해요. 벌레에도 강하고 매일 아침에 물주고 창문만 조금 열어주면 되거든요. 아이가 그 맛을 좋아할지 모르겠네요...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빵에 찍어먹게 하면 좋을 듯한데... 위에 바질 사진도 올려 놓았으니 보세요.
@leastory 감사합니다 내일 바로 뛰어가서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여 ㅎㅎ 자기가 키우면 먹을거같아여 이 기회에 식성도 바꿔봐야겠네요
피자완전 맛나게 생겼다. 바람이 잘 지내고 있노? 굿모닝~♡
@햐니 엉 신학기되고 완전 바뿌 ㅜㅜ 나 원래 우리동네 나무늘본데 왜케 바쁜지 몰겠엉 우앙~~ 공부하기시른데 자꾸 여기저기서 공부하러오랭~
@바람이 불어 완전 재밌게 사는것처럼 들리는데?
@햐니 말을 왜그렇게해?아니아니 내가 바빠서~~(ㅋ쪼큰거 알지?)
@바람이 불어 쪼크였어? ㅋㅋㅋ 눈치없어서 먄해~ ( _ _)
@햐니 앗 전국민이 다아는 예원쪼큰데 ㅋ
헉 나도 식물죽이는데는 귀신 ㅋ 그냥 죽일때마다 애들에게 큰소리쳐요...집에 있는 살아있는 것들은 니들로도 충분하다고 ㅋ
교장쌤과 자라나는 채소들~
잘 어울려요~ 볕이드는 베란다에서 생명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네요~ ^^
아침마다 갈아드시고 계시지만 말입니다. ㅋㅋ
교장쌤~ 정성스럽게 쓰신 기분좋은 글 좀 퍼갈께요~ 뿌잉뿌잉~♡
당근 환영이죠.ㅎㅎ
@leastory 감사합니동~ 다소곳~♡
일단 베란다를
치워야 ㅠㅠ
먼저 한 가지만 키워보시고 그리고 재미 있으면 베란다를 치워도 늦지 않습니다요.^^
은퇴하셔도 먹고 사는덴 지장 없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