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농서(海東農書) 열한 번째 이야기
과실류 재배법(배나무, 팥배나무, 밤나무, 개암나무 등)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나무 이야깁니다.
이제 산의 나무도 모두 잎을 내고 한해살이의 초입을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무는 무성하겠지요.
우리도 어김없이 올 한해 무성하게 삽시다.
배나무
배에는 청수(靑水), 홍수(紅水), 추향(秋香) 등이 있다.
작고 일찍 익는 것을 난리(爛梨)라 한다.
배나무를 심을 때는 배를 통째로 묻는다.
해가 지나고 봄이 되어 땅이 풀리면 옮겨 심되 잘 썩은 거름과 물을 많이 준다.
겨울이 되어 잎이 떨어지면 땅 가까이에서 베어 죽이고 잿불로 윗부분을 태워준다.
2년이면 열매를 맺는다.(배에는 10개의 씨가 들며 그 중 2개만이 배나무가 되고 나머지 8개는 팥배나무가 된다.) 꺾꽂이 한 것은 더 빨리 열매가 맺는다.
배나무 접붙이기
1. 삽접법-줄기를 접붙이는 법
팥배나무를 쓴다. 팥배나무가 팔뚝 이상이면 마음대로 꽂아도 된다.
팥배나무가 큰 것은 배나무 가지 5개, 작은 것은 2개를 접붙인다.
배나무의 잎눈이 약간 싹트기 시작할 때가 제일 좋고, 잎눈이 피려고 할 때는 좋지 않다.
우선 팥배나무를 땅으로부터 5~6치 되도록 톱으로 자른다.
대나무를 비스듬히 깎아서 팥배나무의 껍질 부분과 흰 목질 부분에 찔러 넣어 공간을 만든다.
후에 배나무 양지쪽의 가지를 비스듬히 자르되 겉껍질은 벗겨준다.
이때 푸른색껍질이 손상되지 않게 갈색 껍질만을 벗겨낸다.
그런 다음 팥배나무의 껍질과 흰 목재부분 사이에 끼워 넣는다.
이때 각각 나무의 목재부분은 목재부분에 껍질부분은 껍질부분에 잘 맞추어 준다.
그 후에 그루의 껍질이나 뽕나무 껍질로 동여매 준다.
그리고 잘 섞은 진흙으로 봉해주고 위에 흙으로 북돋아 덮어준다.
2. 탑접법- 뿌리를 접붙이는 법
같은 굵기의 나무를 쓴다.
팥배나무를 뿌리로 하고 뿌리 윗부분의 배나무를 접붙인다.
두 나무를 쐐기모양으로 비스듬히 깎아 낸 후 올려 태우듯이 붙여준다.
그 후에 소똥을 진흙처럼 개어 싸매주고 흙으로 북돋아 보호해준다.
3. 의접법
뿌리로 쓰고자 하는 팥배 나무를 화분에 심어 큰 배나무사이에 걸어둔다.
각각의 나무의 줄기를 잘라 붙여 수액이 통하게 잘 묶어 둔다.
후에 상처가 아물면 큰 나무의 가지를 잘라내고 화분의 나무를 땅에 심는다.
팥배나무를 열십자로 쪼개면 실패한다.
나무의 수액이 모두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배나무가 자라고 팥배나무에서 잎이 나오면 모두 따낸다.
세력의 분산을 막기 위함이다.
꺾꽂이할 때는 원줄기 뿌리에서 나온 가지를 쓰는데, 나무 모양은 보기 좋으나 5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다.
반면 비둘기 발톱모양을 한 늙은 가지는 3년이면 열매를 맺으나 그 모양이 보기 흉하다.
춘분 10일전에 지팡이 모양의 왕성한 배나무 순을 가져다가 양쪽 머리를 자르고 인두로 지져
진액이 빠지지 않도록 하고 땅에 뉘어 심으면 바로 살아난다.
춘분(春分)날 정자(丁字) 모양을 한 배나무 순(정자丁字의 양쪽을 인두로 지져 뿌리로 삼는다.)을 가져다
깊이 2자 정도 묻으면 살아난다. 이 방법은 오직 춘분날에만 가능하다. 춘분 하루 전이나 하루 후에는 안 된다.
배나무는 돌배와 접붙이는 것이 좋고, 뽕나무에 접붙이면 맛이 더욱 달다.
또는 버드나무 가지에 접붙이면 두 나무 모두 산다.
대개 멀리 배나무를 옮길 때는 뿌리 아래쪽을 3~4치 불에 태우면 수백 리를 가더라도 살아난다.
배나무가 늙어 열매를 맺지 못하면 두꺼운 껍질을 벗겨내고
속대(骨)를 드러나게 하면 무성해지고 열매를 많이 맺는다.
배는 첫 서리가 내린 후 거둔다.
무와 배를 같이 저장한다.
또는 배의 꼭지를 깎아서 무 위에 꽂아 저장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신 맛이 나는 배는 물에 푹 삶으면 맛이 달고 사람에 해가 되지 않는다.
팥배나무(당리棠梨)
붉은 것을 두(杜), 흰 것을 당(棠)이라 한다.
두는 떫고, 당은 달다. 산속에서 자라고 배나무보다 작다.
3월에 흰 꽂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산사열매 만하다.
배나무와 접붙이면 아주 좋다.
밤나무(율栗)
큰 것을 판율(板栗), 작은 것을 모율(茅栗)이라 한다.
밤은 묘목을 심지 않는다. 묘목을 심으면 비록 살아나도 죽고 만다.
밤이 막 익어 벌어지려할 때 방송이 전체를 땅에 깊이 묻는다.
3월에 싹이 나면 캐어 옮겨 심는다.
수년 자란 것은 사람이나 가축이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한다.
3년 이내일 때는 10월에 항상 풀로 싸매었다가 2월에 풀어준다.
밤을 심을 때는 알이 3개 든 밤송이를 심는다.
만일 하나만 실한 밤송이를 심으면 그 나무의 열매는 한 개만 든다.
밤송이를 땅에 묻을 때는, 우선 땅을 파고 밑에 기와를 깔아 뿌리가 뻗지 못하게 한다.
가을이나 겨울에 구덩이를 파고 잘 썩은 거름을 넣은 다음 흙을 덮고 표시해 둔다.
이듬해에 밤송이에서 싹이 나면 봄에 표시해둔 구덩이에 옮겨 심는다.
혹 싹이 난 연후에 쥐가 땅속의 밤을 갉아 먹으면 그 밤은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한다.
밤을 딸 때는 남김없이 따야 이듬해 나무가 무성해진다.
서리가 내려 저절로 떨어져 벌어진 밤은 오래 저장할 수 있으나, 벌어지지 않은 것은 그렇지 않다.
말린 밤을 저장하려면 볕에 말리고, 생밤을 저장하려면 축축한 모래에 저장한다. 그러면 초여름에도 햇밤과 같다.
개암나무
2가지 종류가 있다.
생김새가 밤나무 같고 알이 작으며 맛 역시 밤과 같은 것이 있다.
다른 하나는 잎이 여뀌 같으며 호두 맛이 난다.
밤나무와 함께 같은 땅에 심으면 흉년을 구제할 수 있다.
그 줄기와 가지를 태워 등을 밝히면 연기가 나지 않는다.
내(奈)
내는 빈파(頻婆 사과의 다른 이름)와 능금이라고 하며 한 종류의 2품종이다.
나무의 열매는 능금과 비슷하나 크고 흰 것, 푸른 것, 붉은 것 세 가지가 있다.
종자를 심지 않고 묘목을 심는다.(종자를 심으면 자라기는 하지만 맛이 좋지 않다.)
뽕나무 가지 휘묻잇법을 쓸 수 있고 능금과 접붙일 수 있다.
능금나무
내금(來禽)이라 한다. 금능금과 홍능금이 있다.
가지 휘묻잇법은 내(奈)와 같다.
능금의 씨를 심어 자란 것은 그 꽃은 예쁘고 능금과 같지만 열매는 작아 팥배만하다.
사과나무나 능금나무를 접붙일 때는 모두 이 나무를 쓴다.
능금나무에 송충이가 생기면 누에나방을 나무 밑에 묻어 놓거나 물고기 씻은 물을 부어주면 즉시 없어진다.
또한 능금나무에 벌레가 생겨 망을 치면 자단나무로 못을 만들어 벌레 구멍에 박아주면 없앨 수 있다.
또한 유황가루로 구멍을 매우거나 산초나무로 못을 만들어 구멍에 박아주면 벌레가 죽는다.
보통 꽃나무나 과일나무는 이 방법을 쓴다.
냉금단(冷金丹) 만들기
능금 100개를 꿀에 10일 담갔다가 꺼낸다. 후에 꿀 5근, 고운 단사(丹砂)가루 2냥에 넣어 섞은 후 진흙을 발라 봉해두었다 1개월 후에 꺼내 그늘에서 말린 다음 식후에 술 마실 때 1~2개를 먹으면 아주 좋다.
나무의 접붙이는 법과 해충 방제, 심는 법 등 다양한 이야기였습니다.
나무 한그루 심을 결심이 섰는지요?
건강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