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아침, 리는 메카닉스빌 교차로에서 롱스트리트와 D.H 힐 부대와 함께 있었다. 오전 8시에 롱스트리트와 힐 사단의 배치가 끝났다. 이제 잭슨의 부대가 작전 위치에 있으면, 북군의 우익을 에워쌀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잭슨으로부터 소식이 없었다. 당시 잭슨은 북군이 설치한 장애물과 저격병에 지연되어 예정보다 20킬로나 떨어져 있었다. 시간상으로 4시간이나 늦은 것이다. 잭슨부대와 A.P 힐 사단을 연결하는 브렌치 여단도 마찬가지로 늦어졌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만약 오늘 공격을 못한다면, 북군은 남군의 작전을 간파하고 병력을 증원하거나 측면에 진지를 건설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남군은 기습을 할 수가 없게된다. 리는 시간이 흘러갈 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오후 3시, 전방에서 포성이 들렸다. 잭슨이 도착했는가? 리는 전방으로 가서 북군 진지를 관찰하였다. 하지만 뭔가 잘못됬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전대로라면 잭슨의 기동만으로 북군은 비버댐 크리크 진지를 버리고 철수해야 하는 데, 북군은 진지를 고수한 채 남군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북군의 강력한 진지를 정면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북군을 공격한 남군의 사단장은 A.P 힐 장군이었다. 북버지니아군에서 가장 젊은 사단장인 36세의 힐은 잭슨의 도착을 기다리다가 지쳐 직접 북군을 공격한 것이다. 힐은 메카닉스빌 방향에서 비버댐 크리크의 북군 진지를 정면에서 부딪쳤다. 힐 사단을 상대한 북군은 맥콜장군의 8천 병력이었다. 1만 5천의 남군이 들이닥쳐도 워낙 진지가 우수해서 막아낼 수 있었다.
리가 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 리는 힐이 잭슨을 기다리지 않고 전투에 돌입한 것을 알게됬다. 잭슨의 위치는 파악이 안되고 있다. 힐 사단의 공격은 막강한 진지에 막혀 좌절되었다. 리는 D.H 힐 사단의 리플레이 여단에게 북군의 측면을 우회하도록 하였다.
전투는 밤 9시에 종료되었다. 남군의 사상자는 1천 5백명. 북군은 4백도 안되었다. 힐 사단의 공격은 아무 의미가 없는 손해였다.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던 잭슨이 제 위치에 있지 못했기 때문에, 남군의 정면돌격은 의미가 없었다. 리가 동원한 5만이 넘는 병력 중에 불과 1만 5천명만이 전투에 참가했다. 전투로만 말한다면 한마디로 실패한 작전이었다.
그렇지만 전략적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6월 26일과 27일 사이에 잭슨은 북군의 후방인 올드 콜드하버에 도착한다. - 비록 6시간이나 늦었지만- 북군은 전날의 전투에서 잘 지킨 비버댐 크리크 진지를 내주고 물러나게 된다. 맥클레란이 보기에는 ‘20만의 남군’ 자신의 정면과 후방에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됬다. 강력한 ‘남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북쪽의 버지니아 중부 철도를 넘겨주고 남쪽의 제임스강의 화이트하우스 항구로 보급기지를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맥클레란이 말하기를 ‘기지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군수장교는 강 북쪽의 물자를 남쪽으로 이동하고 병참장교는 12만의 보급이 가능한 대규모 보급기지를 화이트하우스에 만들어야 할 판이었다.
맥클레란은 치카호마니 남쪽에는 매그루더와 후거의 2만 2천 병력밖에 없으며, 북군은 적어도 8만을 동원하여 두 사단을 쓸어버리고 수도를 접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 듯하다.
결국 남군은 한판의 싸움으로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게 된다. 북군을 강력한 방어진지에서 끌어내는 것과 리치먼드로의 진격을 저지하는 것. 맥클레란은 자신의 12만 군대의 ‘기지전환’을 위해 치카호마니 강 북쪽의 포터의 5군단에게 시간을 벌도록 하였다.
리는 첫날의 전투와 무관하게 북군이 진지를 넘겨주는 상황이 발생하자 무척 기뻐하였다. 작전계획에서 의도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포터의 방어진지에 대해서, D.H 힐 사단과 잭슨 사단을 북군의 우익으로, 롱스트리트와 A.P 힐을 북군의 좌익에서 공격하도록 하였다. 계획대로만 되면 6만의 남군이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터군단은 3만 5천이었다.
포터의 진지는 게인스밀 동쪽에 있었다. 참호와 목책을 이용한 강력한 진지에 포대도 잘 배치가 되었다. 먼저 A.P 힐이 오후 2시 반에 공격을 시작했다. 그 때 쯤이면 잭슨이 배후에 위치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되도록 잭슨의 공격은 없었고, 힐 사단의 공격은 격퇴되었다. 잭슨이 또 늦은 것이다.
리는 롱스트리트에게 힐을 증원하도록 하고 잭슨에 대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였다. 잭슨은 지도가 정확하지 않았고 길안내하는 사람의 착오로 인해 길을 돌아간 데다, 너무 과로한 나머지 잠시 쉬었다 가기까지 하였다. 포성이 요란한 속에서 말이다.
하지만 너무 늦기전에는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잭슨과 D.H 힐 사단이 전방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잭슨은 전방을 둘러보고 부하들에게 말한다. “총검으로 전부 쓸어버려!”
이웰 사단의 2개 여단이 북군 정면으로 갔다. 힐 사단의 잔여병력과 롱스트리트의 병력이 북군 좌측에 위치했다. 하지만 롱스트리트와 힐은 현상유지에 급급했다. 새로운 부대가 필요했다.
오후 5시, 리는 그 새로운 부대를 찾았다. 휘팅 사단 휘하의 후드 여단. 리는 후드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말한다. “ 저 진지를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 할 수 있나?” “해보겠습니다.” 후드는 짧게 대답하고 전방으로 갔다.
후드의 텍사스여단. 리 휘하 최정예 여단이었다고 불리는 이 여단의 전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후드와 로, 그리고 롱스트리트 사단의 피켓 여단은 북군 진지로 진격했다. 북군 전방에서 20미터, 10미터.. 갑자기 북군 진지에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후드의 텍사스인들은 북군 진지로 쇄도하였다. 적의 진지의 한 축이 무너졌다.
리는 롱스트리트에게 진격을 명했다. 잭슨도 이 때는 제 위치에서 부대를 정렬하고 있었다. 남군은 특유의 함성을 지르며, 포터의 진지를 각방면에서 돌파했다. 22문의 대포를 남군에게 넘겨준 뒤 도주하였다. 포터는 7시간의 전투에서 6천명을 상실하였다.
게인즈밀 전투에서의 후드 여단의 돌파
리는 게인즈밀 전투에서 9천의 사상자를 냈다. 비록 엄청난 사상자였지만 비로소 원하는 승리를 얻었다. 북군의 우익을 무너트렸다. 이 순간부터, 맥클레란의 ‘기지전환’은 사실상 패주가 된다. 제임스강에 보급기지를 만들고 보급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전에 시간을 벌어야 하는 북쪽의 후위대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맥클레란이 생각하기에, ‘거대한 남군’이 자신의 후위대를 박살을 냈으니 이제 죽자살자 남쪽으로 도주하여 후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남군의 리치먼드 방위전은 이제 북군 섬멸전으로 바뀌게 된다.
게인즈밀 전투
첫댓글 맥클라렌.. 유능했지만 너무 지나치게 상대방을 과대평가하는 겸손함(?)이 문제였네요. 자칫 리장군의 작전을 그릇치게 할뻔했던 A.P힐...만일 내가 리였다면..이 넘의 엉덩이를 쪼개버렸을 듯..아.이미 쪼개져있구나
얼마안가서 맥클렐런이 번사이드로 교체되겠군요...사실 맥클렐란, 서부의 젊은 나폴레옹이라고 불릴만큼 재능있는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본다면 편협한 역사서술의 피해자...
음. 맞다..전에 게시판에 올라온 맥클라렌 장군에 대한 것중 그런 내용이 있었죠. 그것보고 저도 아까운 인물이구나..했는데..
퍼갈께요~
맥클렐런은 야전 사령관보다 후방의 지원 사령관이나 보급 사령관이 더 어울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