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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7일, 월요일, Yeniseysk, Lesosibirsk 기차
(오늘의 경비 US $27: 아침 25, 점심 28, 저녁 25, 간식 20, 버스 10, 60, 10, 택시 450, 짐 보관 50, 환율 US $1 = 25 ruble)
어제는 목이 칼칼하고 몸 컨디션이 안 좋더니 밤에 기차 안에서 자는데 오한과 고열이 났다. 자다가 추워서 일어나서 담요를 얻어서 덥고 잤는데 고열이 나서 벗어젖히고 잤다. 몸살이 단단히 났구나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거뜬하다. 목이 아프던 것도 없어지고 오히려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참 이상하다. 이럴 때 어떤 때는 감기 몸살이 2, 3 주씩 가고 (올 봄 3월 한국에서 그랬다) 어떨 때는 오늘처럼 하루 밤 앓고 나면 그만이다. 한참동안 고생하겠구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다. Tomsk에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는데 옷을 따뜻하게 입지 않아서 감기 몸살에 걸렸던 것 같다. 앞으로 따듯이 입어야겠다.
아침 7시에 Lesosibirsk에 도착하였다. 역전에 Yeniseysk 행 버스가 열차 도착을 기다리고 있으나 제법 무거운 배낭을 기차역 짐 보관소에 맡기고 가볍게 Yeniseysk에 다녀오기 위해서 타지 않았다. Lonely Planet에 의하면 매 시간마다 Yeniseysk 가는 버스가 있다고 나와 있다. 역사에 들어가니 조그만 역이라 그런지 짐 보관소는 없고 짐을 넣는 라커가 있으나 라커를 쓰려면 토큰이 필요한데 매표원이 9시에 출근해야 토큰을 살 수 있단다. 어쩔 수 없이 2시간을 기차역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9시에 배낭을 라커에 넣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가니 Yeniseysk 가는 버스가 아침 7시와 9시에 있고 다음 버스는 오후 1시에 있단다. 기차나 버스 스케줄은 Lonely Planet에 나온 것을 전적으로 믿는 것이 아닌데 별 생각 없이 믿은 내가 경솔했다. Yeniseysk를 배낭을 지고 구경하더라도 아침 7시에 역전에 대기하고 있던 Yeniseysk 행 버스를 (기차 도착과 연계 된) 탔어야 했다. 오후 1시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하고 안 갈 수는 없고 해서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갔다.
날씨가 영 안 좋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다. 그래서 그런지 Yeniseysk에 도착해보니 하나도 좋은 줄을 모르겠다. 별로 볼 것이 없다. Lonely Planet에 왜 그렇게 Yeniseysk 칭찬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다 허물어져 가는 교회 몇 개 있는 정도다. Tobolsk의 Old City만도 못하다. 잠깐 구경하고 오후 1시 버스를 타고 Lesosibirsk로 돌아왔다. 밤 8시 기차로 Krasnoyarsk로 돌아간다.
Yeniseysk는 오래된 도시다. 1619년에 생겼다니 미국 New England에서 제일 오래된 Boston 같은 도시가 그때쯤 생겼을 것이다. Yeniseysk는 한 동안 Siberia의 모피산업의 중심지였다. 러시아는 1580년에 Siberia 개척을 시작해서 1639년까지 불과 60여년 만에 태평양에 이르렀는데 (미국은 200여년이 걸렸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개척을 한 이유는 Siberia의 모피 때문이었다. 당시 모피 값은 금값 못지않았던 모양이고 sable 같은 고급 모피 몇 장만 있으면 일생 일하지 않고 잘 살 수 있을 정도였다. Yeniseysk와 며칠 전에 들린 Yeniseysk보다 더 이른 1585년에 생긴 Tobolsk는 Siberia에 도로나 철로가 생기기 전에 Siberia의 강을 이용한 교통의 중심지 도시들이었다. 후에 도로와 Siberia 횡단철로가 그들 도시의 남쪽에 생기면서 Yeniseysk와 Tobolsk 같은 도시들은 낙후의 길로 들어섰고 Omsk, Tomsk, Krasnoyarsk 같은 도시들이 더 큰 도시로 성장했다.
Yeniseysk에도 Lenin 동상이 있었다. Lenin 동상은 웬만한 러시아 도시에는 다 있는 것 같다. 어느 도시이건 Lenin 동상이 있는 곳은 Lenin 광장이고 Lenin 광장 앞길은 Lenin Street이다. 전 세계적으로 Lenin만큼 동상이 많은 인물은 없을 것이다. 남미의 Simon Bolivar, 중국의 모택동, 인도의 Gandhi도 동상이 많은 사람들인데 Lenin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엔 Lenin 동상은 러시아에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없앨 수도 없고 그냥 놔두자니 눈에 거슬리는 그런 존재다. "저 사람은 누구야?" 하고 묻는 자녀의 질문에 부모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것인가? 러시아의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였던 "소련을 세운 위대한 사람이야." 하고 대답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 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게 Lenin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의 George Washington처럼 가르치지는 않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기차표를 살 때 매표원이 여권을 요구한다. 러시아 사람들도 주민 등록증인지 여권 같이 두툼한 증명서를 보여준다. 그런데 라커에 짐을 넣을 때도 여권을 요구해서 서류를 작성하는 것은 너무 하는 것 같다. 러시아 정부는 그 많은 서류를 다 무얼 할 것인가?
아담한 Lesosibirsk 기차역 건물
잡초가 무성한 Lesosibirsk 버스 터미널
Yeniseysk 안내 간판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은 Yeniseysk 박물관
Yeniseysk 옷 시장, 가죽 코트와 가짜 명품 운동복이 제일 많이 보였다
Lenin 동상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Lenin은 러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한국 생각이 나게 만드는 코스모스
2차 세계대전 사망자 명단, 약 5천명이나 되는데 인구 2만 정도의 Yeniseysk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Yenisey 강 선착장
길을 걷는 노인 부부
길거리에 개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후진국가 모습 중의 하나다
Yesniseysk 거리 풍경, 파란 하늘이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름답게 장식해 놓은 창
수도원 높은 담 너머로 보이는 교회 건물
Yeniseysk 버스 터미널
한국 중고 버스를 타고 Lesosibirsk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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