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 같은 시운(詩韻)을 / 유공희
시를 쓰고 싶다
황토강산(黃土江山)이 되어 가는 산천을 울게 하는 시를.
긴 겨울밤에 오나니와 유행가에 시들어가던 젊은 사람들이 소리없이 눈물 흘리는 시.
붉은 흙에서 풀을 쥐어뜯는 가시내의 손톱 위에 떨어지는 눈물 같은 시운(詩韻)을.
맘보바지와 매니큐어가 부끄러워지는 빨갛게 김이 솟는 내장 같은 시운을.
그것은 찢어진 창마다 메마른 손가락들을 더듬는 태양의 냄새 같은 것.
쓰러진 군복(軍服)에 꽂힌 한 송이 같은
새벽 베갯머리에 흘러오는 종달새의 노래 같은
먼지가 이는 길가에 줄 넘는 소녀의 호흡 같은
주인 없는 뜰 안에 밤 새 타는 모닥불 같은……
아 그것은 지나간 세월에 대한 뜨거운 뉘우침같이 오열하는 시운.
그것은 사실 숱한 사람들의 슬픈 삶의 뜻!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 속에도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오가는 이웃들의 핏발선 눈 속에서도
쥐어 보는 너의 손에서도 자라온 것.
이를테면 아득하게 잊혀진 램프에 켜지는 불꽃 같은 시운을……
그것은 너와 내가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는 것.
태양과 같이 언제나 우리의 둘레에 있는 것.
조용히 풀밭에 누우면 전신에 느꺼운 것.
아 그것은 우리들이 산다는 의미!
그것은 까맣게 잊혀진 설움……
뜨거운 피의 흐름처럼 우리의 육신과 산천 속에 깨어 있는 것.
시를 쓰고 싶다!
시시로 잊혀져 가는 것들 속에서
짓밟힌 꽃잎이 토하는 피 같은 시.
산골짝마다
황토와 모래 틈에서도
두견이 짝지어 울부짖는 진달래같이 붉은 시운을…….
첫댓글 두견이 짝지어 울부짖는 진달래같이 붉은 시운을...그런 시를 쓰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