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쓴맛을 좋아하시는지요.
주변에서 보면 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뭅니다.
달고 감칠맛 나는 것들도 많은데 굳이 쓴맛을 좋아할 이유도 없어 보입니다.
저는 좀 특이하지만, 쓴맛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소염제처럼 지독하게 쓴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요,
은은하게 느껴지는 쓴맛을 좋아합니다.
운남의 소수민족 태족의 요리 중에서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끓여낸 국물 요리가 있습니다.
고담탕(苦膽湯)이라고 하는데요, 이 요리에는 소의 쓸개를 넣어서 쓴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태족 요리 중 하나입니다.
쓴맛이 나는 고담탕을 먹으면 미각도 살아나고 다른 맛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먹고 나서 느껴지는 감칠맛과 단맛도 일품입니다.
운남 여행을 앞둔 분 중에서 쓴맛을 즐기는 분이라면 꼭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반대로 쓴맛을 싫어하는 분이라면 끔찍한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고요. ㅎ
사람들이 쓴맛을 꺼리게 된 이유를 인류학적으로 살펴보면 수렵, 채집생활의
결과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산에서 뜯은 여러 풀들 중에서 쓴맛을 내는 풀은 독초, 혹은 약초로 구분하였습니다.
주식으로 삼아서 자주 먹는 것은 아무래도 별다른 맛이 없거나 은은한 단맛을 내는 식물 위주였습니다.
이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의 뇌는 쓴맛을 좀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보이차를 마시면서 느껴지는 쓴맛도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지독하게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쓴맛을 포함해서 우리가 보이차를 마시면서 느끼는 모든 맛은 차에 들어있는 화학성분이 내는 맛입니다.
차를 마시면 차탕에 녹아있는 맛을 가진 성분이 혀의 미뢰에 닿게 됩니다.
그러면 미뢰에 있는 미각세포가 해당하는 성분을 자극으로 인지하고 그 자극을 신경을 통해 중추로 보냅니다.
중추에서 대뇌피질로 전달된 자극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으로 인지됩니다.
맛을 느끼는 메커니즘은 어렵고 복잡해 보입니다만, 차를 마시고 그 맛을 인지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감각으로 세지도 못할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차에 있는 여러 맛 중에서 보이차의 쓴맛은 어떤 성분이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보이차에서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성분은 카페인입니다.
아주 안정적인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한 화학 반응에 성질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생차나 숙차의 쓴맛을 내는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찬물에는 잘 녹지 않고 뜨거운 물에 잘 녹아 나옵니다.
정제한 순수 카페인은 냄새도 없습니다. 다만 강한 쓴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양의 생차와 숙차를 비교해 보면 숙차에 카페인의 함량이 더 높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발효 과정을 통해서 생기는 일련의 변화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카페인이 쓴맛을 낸다고 해도 차에서는 약간 다르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차황소나 차홍소, 폴리페놀 성분과 결합하여 일련의 복합물질을 형성하는데요,
이 물질은 차의 신선한 맛, 상쾌한 맛을 내주는 성분입니다.
그러니 차에서 카페인의 함량은 일정수준 이상 되어야 좋은 맛이 나옵니다.
카페인의 함량이 더 높은 숙차는 왜 생차보다 쓴맛이 덜하게 느껴질까요.
이것은 카페인을 제외하고도 보이차에는 쓴맛을 내는 다른 성분이 있어서입니다.
쓴맛을 내는 다른 성분은 바로 폴리페놀입니다.
생차와 숙차를 비교해보면 폴리페놀의 함량은 생차에 훨씬 많습니다.
많은 것은 40%를 넘기기도 하는데요, 발효를 마친 숙차는 보통 10%내외입니다.
무려 네 배나 차이가 나니 쓴맛의 정도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폴리페놀은 쓴맛도 있지만 떫은맛도 가지고 있습니다.
숙차는 쓰고 떫은맛의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줄어들어서 생차보다 부드러운 맛이 나옵니다.
폴리페놀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카테킨입니다.
보통 전체 폴리페놀 중 80%를 차지합니다.
카테킨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눕니다.
에스테르형 카테킨과 비에스테르형 카테킨입니다.
여기에서 강한 쓴맛,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에스테르형 카테킨입니다.
주로 어린 차나무에서 따낸 이파리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같은 보이차라고 하더라도 어린 차나무에서 따낸 이파리로 만든 생차는
늙은 차나무에서 따낸 이파리로 만든 차보다 쓰고 떫습니다.
첫댓글 그래서 대지차보다 고수차가 더 부드러운 맛을 내는가요? ^^
맞습니다. 고수차에는 부드럽고 상쾌한 맛을 내는 비에스테르형 카테킨의 함량과 비율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