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지도 한달이 지나고 알바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정작 공부하러 온 넘이 너무 돈버는 이야기에 치중하는거 아닌가 싶어 일본어 공부에 대해서 적으려 합니다.
일본어 학교에서 레벨테스트를 했습니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아이우에오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급반으로 편성되었습니다. 물론 백모군도 같은 반으로 편성이 되었지요(떨어지고 싶어도 잘 안되네여).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시려는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한 문법정도 공부하고 오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일본어 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이용하던 전철이 JR 죠오반카이소쿠였습니다. 편도 30분정도로 토리데(取手)에서 우에노(上野)를 왕복하는 전철입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전철에 팔랑거리는 광고(나카츠리)가 많이 걸려있지만, 지가 첨에 일본에 왔을 때는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신선한 광경이었지요. 재미도 있고 좋은 공부 자료가 되었습니다. 사전을 한손에 들고는 광고에 나와있는 한자를 어떻게 읽는지를 공부했습니다. 먼저 소리내어 읽고는 맞는지 틀리는지를 사전으로 확인하면서 공부했었지여. 하지만 용기가 필요합니다. 엄청 챙피합니다. 겅부하는 넘이 체면차리면 늘지 않습니다. 언어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주위의 이상한 눈초리를 느끼시더라도 용기를 내서 한번 실천해보시지요.
하루는 방과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버릇처럼 광고를 보면서 한자 읽기를 백모군과 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대생풍의 카와이이(귀여운) 아가씨가 계속 웃습니다. 신경이 쓰였지만 무시하고 계속했습니다. 모르는 한자가 나왔습니다. 역쒸 크게 소리내어 읽고는 사전으로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옆에서 지켜보던 그 카와이이 아가씨가 참견을 하면서 맞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당하는 경험이라 쑥스러우면서도 조금 놀랬습니다(역시 챙피해).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에 참견 안하는게 대부분의 일본 사람인디...대학에서 국제교류 관계의 써클에 참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후 그 여대생을 전철에서 만난적은 없었지만...
전철에서 광고를 이용한 공부와 병행했던 것이 신문의 사설입니다. 대학때 교수의 과제로 사설을 노트에 옮겨 적어서 제출했던 기억이 저의 한자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서 일본어 공부에 응용했습니다. 우선 신문배달을 하다보니 공짜로 보고 싶은 신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되었지요. 유학생 입장에서 신문을 볼래도 한달에 조간만 보면 3500엥, 석간도 보면 3860엥(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차이가 얼마 없습니다)의 금액은 부담이되겠지만, 신문배달의 좋은 점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첨엔 신문 사설을 노트에 옮겨 적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고 뜻을 달았습니다. 생각은 좋았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서(3시간 정도) 매일 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3일에 포기하고 방법을 바꾸었습니다(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계속되지 않으면 무의미). 사설을 오려서 노트에 붙이고 모르는 단어와 한자 읽기만을 찾아서 뜻과 요미카나(읽는 법)를 적어넣었습니다. 그래도 1시간반은 걸리더군요...실력이 없는넘이 할 수 있습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단축이 되어갑니다. 3달정도를 계속하니깐 30분 정도에 하게되더군요. 그래서 다시 노트에 사설을 옮겨 적는 방법으로 바꾸었습니다. 신문 사설이 좋은 점은 공부도 되지만 세상의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기승전결의 문장력이 늘어간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일본 회사에 취직해서도 보고서 등의 작성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가지 더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전업자들에게 술을 얻어 먹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입니다. 저녁 신문 배달이 끝나고 나면 바쁘게 돌아가는 백모군을 보내고는 미세(가게)에 남아서 전업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백모군과의 공동생계의 관계로 처음에는 저도 바로 집으로 돌아갔지만 공동생계가 끝난 이후는 넘 자유스러웠습니다. 물론 지가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가능했던 방법이지만...헤헤헤,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신문배달은 깜빡하고 신문을 안넣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문이 안왔다는 불착 전화를 받고 배달하기 위해서 당번이 있습니다. 전업자들이 아침과 저녁에 8시까지 돌아가면서 당번을 합니다. 대부분이 술을 좋아 하지만 특히 좋아 하는(아니 잘 사주는) 전업자가 두명 있었습니다. 스즈키(鈴木)상과 야마모토(山本)상입니다. 두 사람다 제가 이 가게에 온 이후에 사람이 모자라서 사장이 다른 가게에서 스카웃(?)해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희들에게 친절했습니다. 특히 야마모토상은 50대의 독신(이혼해서)이라 혼자서 저녁 먹기가 싫은지 학생이 돈이 어디 있냐며 저녁과 술을 잘 사주었습니다.
거의 매일 스즈키상이나 야마모토상과 술을 얻어 먹으며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다. 여기서 착각을 안하시는게 중요합니다. 술 마시면서 이야기만 하면 일본어 실력이 늘어가는건 아닙니다(조금은 늘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혼네와 타테마에가 있어서 틀린 표현을 하더라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정정시켜주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악역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해도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남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 합니다. 그래서 전제 조건을 붙여서 조금이라도 어색한 표현이나 일본 사람이라면 그런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정정시켜달라고 부탁하지 않으면 해주질 않습니다. 가끔은 기분이 나뻐지는 경우도 있지만, 증말로 좋은 공부가 됩니다. 거기에 술이 조금 들어가면 더욱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9시쯤 집에 돌아가면 백모군이 잔소리합니다. 시어머니도 아니면서 잔소리합니다. 겅부하러 온 넘이 맨날 겅부는 안하고 술만 마시러 널러다닌다고...지겹습니다. 잔소리 듣는 것도...내가 하는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 참견하지 말라고 얼버무려버립니다. 일본어 학교에서 테스트를 하면 제가 항상 성적이 좋습니다. 그해 일본어 능력시험에서도 반년에 저는 1급 합격했지만, 그렇게 열쒸미 겅부했던(?) 백모군은 불합격했습니다. 통쾌했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겅부하라는 잔소리 없어졌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제가 했던 방법입니다. 참고로만 삼아주시고 그대로 하셨다고 해서 반년에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합격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열쉼히 하면 뜻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첫댓글 글 잘 봤습니다~ 정말 힘든 생활이지만 항상 밝은 기운을 느낌니다~ 근데 백모군은 지금 잘 삽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