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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가 약을 훔치다 “유럽의 한 부인이 특수한 종류의 암을 앓아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부인의 병을 치료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약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약은 같은 마을에 사는 어느 약사가 최근에 발명한 라디움 종류의 약이었다. 그 약을 만드는 데는 원가가 상당히 비싼데다가 그 약사는 약값을 원가의 10배나 요구하였다. 라디움을 200 달러에 구입해 가지고 그 조그만 약을 2,000 달러에 팔려고 한 것이다. 병든 부인의 남편인 하인즈는 돈을 구하기 위해 아는 사람들 모두 찾아 다녔으나 그 약값의 절반밖에 안 되는 1,000 달러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하인즈는 그 약사에게 가서 자기 부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약을 1,000 달러를 받고 싸게 팔거나, 아니면 외상으로라도 자기에게 팔아주면 다음에 그 돈을 갚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 약사는 "안 됩니다. 그 약은 내가 발명한 약인데, 나는 그 약으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절망에 빠진 하인즈는 결국 약방을 부수고 들어가서 자기 부인을 위하여 그 약을 훔쳐내었다.”
콜버그는 소년들의 도덕적 추론구조를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 ․남편은 약을 훔쳤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만 하는가? ․약제사는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약제사가 부인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가? ․만약 정당하다면 그리고 부인이 중요한 인물이었다면, 약제사를 더 심하게 처벌해야 할까? |
2) Kolhberg의 도덕성 발달 단계
(1) 제1수준, 전인습적 : 전도덕성
도덕적 선악의 개념은 있으나, 준거는 권위자의 힘이나 개인적 욕구에 관련시켜 해석한다.
① 1단계(주관화 - 복종과 처벌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판단한다. 권위자의 벌을 피하고, 권위에 복종한다. 3세-7세에서 나타나는 이 단계는 벌과 순종을 향하여 있다. 놀이 친구를 고자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나이 또래의 어린이는 “차라리 말하겠어. 그렇지 않으면 매 맞을 거야.”라고 말할 것이다.
② 2단계(상대화 - 상대적 쾌락주의)
약을 훔쳐서라도 하인즈는 자기 아내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자신의 욕구충족이 도덕 판단의 기준이며, 욕구 배분의 동기는 있으나 자신의 욕구충족을 우선 생각한다. 8세-11세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이 단계는 순진한 도덕적 상대주의(naive instrumental relativism)에 있게 된다. 앞 선 질문에 대하여 어린이는 오히려 다음과 같이 답변할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도록 고자질하지 않겠어요.” 제 2단계의 어린이들은 고도로 발달된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든지 모든 사람이 동등한 분깃을 받도록 공명정대함을 요구한다. 예를 들면 그런 어린이들은, 자신들은 잠을 자야 되는데, 왜 더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이 더 늦게까지 자지 않아도 되는가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2) 제2수준, 인습 수준 : 타율 도덕성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대나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기며 사회질서에 동조하고자 하고 힘 있는 사람과의 동일시를 하려 한다. 다른 사람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사회 지향적 가치기준을 갖는다.
③ 3단계 (객체화 - 착한 아이 지향)
하인즈가 약을 훔치는 것은 약사의 권리를 침해하여 남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옳지 못하다고 판단한다. 대인 관계 및 타인의 승인을 중시한다. 12세-17세의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이 시기는 상호 인격적 일치가 나타난다. 청소년은 다른 사람의 관점과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고려할 수 있다. 정의는 항상 다른 사람을 부정하고 해치지 않는 옳은 것에 대한 인습적 형상(image)을 포함한다. 아무리 반항적인 청소년일지라도 항상 그들의 도덕적 개념을 유지해 주는 동년배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도덕적 판단의 특징적인 결과는 보다 덜 반항적인 청소년들과도 마찬가지이다.
④ 4단계 (사회화 - 사회질서와 권위 지향)
법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하인즈의 행동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며, 사회 속에서 개인의 의무를 다한다. 18세-25세의 시기에 주로 나타난다. 이 때에는 법과 질서가 호소력이 있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인가, 아니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행위가 법을 어겼는가? 또는 공공의 질서를 심각하게 방해 하였는가 이다. 정의는 자신의 의무를 행함으로, 자기 자신의 사회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소수의 권리에 대한 예리한 감각은 없다. 가장 성숙한 측면이 탈 인습적 측면이다. 여기에서 도덕적 관습이 이해된다. 그러나 다른 것을 고려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3) 제3수준, 후인습수준 : 자율도덕성
자신의 가치관과 도덕적 원리원칙이 자신이 속한 집단과 별개임을 깨닫게 되면서 개인의 양심에 근거하여 행위를 하게 된다.
⑤ 5단계 (일반화 - 민주적 법률)
하인즈가 약방문을 부수고 들어간 것은 잘못이나 인명을 구하기 위한 일이므로 용서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기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원리에 따라 행동한다. 사회적 책임으로서의 공리주의, 가치기준의 일반화를 추구한다. 25세 이상의 시기에 나타난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상호 유익을 위하여 합의를 시도한다. 그러므로 소수까지 포함된 모든 개인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이 모두의 관심거리가 된다. 어떤 친구의 비행을 말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이제는 그 친구가 그 행위를 하게 된 이유에 달려 있게 되고, 가능한 여러 행동이 그 친구와 보다 넓은 공동체에 끼칠 영향력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의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⑥ 6단계 (궁극화 - 보편적 원리)
법이나 관습 이전에 인간 생명이 관여된 문제로서 생명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우선하여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보편적 도덕 원리를 지향한다. 스스로 선택한 도덕 원리, 양심의 결단에 따른다. 제 6단계에 있어서(극히 소수만이 단계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에 나이를 들 수가 없다) 보편적 도덕의 원칙을 인식하게 된다. 사회적 질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와 모든 사람을 결속시키는 도덕적 원칙에 대한 존중이 극에 달하게 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지고의 측면에 인도하기 때문에 의무적이다. 어떤 상황에 있어서의 정의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동등하게 생각하는 것이며, 모든 사람이 결코 수단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목적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⑦ 7단계 : 우주적 영생을 지향하는 단계
콜버그는 말년에 7단계를 추가한다. 그것은 도덕 문제는 도덕이나 삶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주적 질서와의 통합이라고 보는 단계이다. 예수, 간디, 마틴 루터 킹, 공자, 소크라테스, 칸트, 본 회퍼, 테레사 등의 위대한 도덕가나 종교지도자, 철인들의 목표가 곧 우주적인 원리이다. 우주적인 원리가 속하는 것은 ‘내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율과 같은 곳에서 드러난다. 생명의 신성함, 최대다수를 위한 최선의 원리, 인간 성장을 조성하는 원리 등이 우주적인 원리에 속한다.
하인즈의 행동에 대한 도덕발달단계별 반응 예시(Shaffer, 1993 송명자, p287)
단계 1 |
괜찮다 |
훔친 약값이 실제로는 200불 밖에 안 될 것이다. |
나쁘다 |
남의 것을 함부로 훔치는 것은 죄가 된다. 약값이 비싸므로 비싼 것을 훔친 만큼 죄가 크다. | |
단계 2 |
괜찮다 |
약국 주인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또 언젠가 갚을 수도 있다. 아내를 살리려면 훔치는 수밖에 없다. |
나쁘다 |
약사가 돈을 받고 약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 | |
단계 3 |
괜찮다 |
훔치는 것은 나쁘지만 이 상황에서 훔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아내를 죽도록 버려둔다면 비난 받을 것이다. |
나쁘다 |
아내가 죽더라도 남편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약을 훔치지 않았다고 해서 무정한 남편이라고 할 수 없다. | |
단계 4 |
괜찮다 |
사람이 죽어가는 마당에, 약사가 나쁘다. 아내를 살리는 것이 남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약값은 반드시 갚아야 하고, 훔친데 대한 처벌도 받아야 한다. |
나쁘다 |
아내를 살리려면 하는 수 없지만. 그래도 훔치는 것은 나쁜 행동이다.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규칙은 지켜야 한다. | |
단계 5 |
괜찮다 |
훔치는 것이 나쁘다고 하기 전에 전체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이 경우 훔치는 것은 분명 나쁘다. 그러나 이 상황에 처했다면 누구라도 약을 훔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나쁘다 |
약을 훔치면 아내를 살릴 수 있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하인즈가 전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훔친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 |
단계 6 |
괜찮다 |
법을 준수하는 것과 생명을 구하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법을 어기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수준이 높은 행동이다. |
나쁘다 |
암환자는 많고 약은 귀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약이 돌아갈 수는 없다. 이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감정이나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무엇이 이성적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참고) Piaget와 Kohlberg의 도덕성 발단 단계 비교
Piaget |
Kohlberg | |||
사실적 도덕성 (6- 10세) |
- 규칙이란 권위적 인물이 일방적으로 부과하며 매우 신성하고 결코 변경될 수 없음 - 행위의 객관적 결과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쉬움 |
전인습 수준 (자아 중심적인 특징) |
단계 1 (3-7세) 처벌과 복종지향 |
-처벌을 피할 수 있거나 힘을 가진 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도덕적 행위라고 판단 -처벌받는 행위는 나쁜 행위이며 그렇지 않으면 옳은 행위 |
상대적 (자율적) 도덕성 (10- 11세) |
- 사회규칙은 변경될 수 있음 - 행동 자체의 객관적 결과보다는 의도에 의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 |
단계 2 (8-11세) 상대적 쾌락주의 |
-자신이나 타인의 욕구 충족 여부를 기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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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습수준 (다른 사람의 판단과 의견을 고려, 사회의 인습· 규칙에 동조) |
단계 3 (12-17세) 대인간계 조화를 위한 도덕성 |
-다른 사람이 칭찬하는 행위가 도덕적 행위 -착한 소년-소녀지향 |
단계 4 (18-25세) 사회질서 및 권위유지 |
-현재의 법이나 질서와의 일치 여부가 기준 | |||
후인습 수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원리에 비추어 도덕 판단) |
단계 5 (25세 이상) 사회계약으로서의 도덕성 |
-사회적 합의에 의한 도덕판단 -융통성 있는 법의 개념 | ||
단계 6 보편적 원리에 의한 도덕성 |
-스스로 선택한 도덕적 원리에 따른 양심에 의해 도덕적 행위 결정 -도덕적 원리는 추상적이고 보편적 원리 |
문제 상황 ☞ “수학 시험 시간이다. 주관식 한 문제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한번 풀어봤는데 해법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그 문제를 풀던 연습장이 쉽게 손닿는 곳에 있다. 감독 선생님의 눈도 피할 수 있다. 이 시험은 내신 성적에 반영되는 중요한 시험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
● 1단계 : 만약 발각되어 처벌받을 위험성이 전혀 없다면 부정행위를 하겠다고 말 할 수 있다. 또는 감독 선생님의 눈을 피할 수 있다 해도, 만에 하나 발각되면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는 등 신체적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안 하겠다고 말 할 수도 있다.
● 2단계 : 내신상의 불이익을 받을까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말 할 수 있다. 또는 내가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학생의 내신이 불리해져도 나의 내신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정행위를 할 수도 있다.
● 3단계 : 선생님에게 발각되지 않아도 옆의 친구들이 보고 나서, 나를 부정행위 잘하는 놈이라고 놀려댈까 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 4단계 : 처벌에 상관없이, 나에게 이익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상관없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상관없이,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이며 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무조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안 할 수 있다.
● 5단계 : 단순히 교칙이나 사회 규범에 어긋나기 때문이 아니라, 부정행위가 사회에 보편화되면 사회구성원들이 살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아주 넓은 시야에서 생각하고 부정행위를 안 할 수도 있다.
● 6단계 : 극히 일부의 철학자들에게나 나타나며,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4) Kohlberg 이론의 검증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연령증가에 따라 전인습 추론(1,2단계)은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약 22세까지는 인습적 추론의(3,4단계) 사용이 증가하였다. 또한 후인습 추론(5,6단계) 도 연령에 따라 증가되었다. 그리고 10-16세 소년들이 5,6단계 추론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데 비해 24세 된 성인들은 약 10%가 후인습 수준에 있었다. 비슷한 연령별 추세가 멕시코, 버어마, 타이완, 터어키, 중앙아메리카, 인도, 케냐, 그리고 나이제리아 등에서도 입증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인습 후 수준이 도달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상 모든 사회에서 성인 대부분의 도덕추론수준은 인습적 도덕수준(3,4단계)에 머물러있다. Kohlberg에 의하면, 이와 같이 도덕발달이 멈추거나 한 단계에 고착되는 이유는 개인이 현재 수준의 도덕적 추론방식을 반성할 충분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Ⅲ. Kohlberg 이론의 특징과 시사점
1) Kolhberg의 이론의 특징
(1) 단계들이 불변의 연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를 제외하고 사람은 반드시 순서에 따라 각 단계를 거쳐 간다. 다시 말해서 도덕 발달은 다른 모든 발달처럼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진행되므로 하룻밤 사이에 지고의 도덕군자로 변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2) 단계들은 계층적 통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낮은 단계는 높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높은 단계는 낮은 단계의 도덕적 추론을 포괄하고 이해한다. 단계의 이동은 도덕적 추론을 구성하고 있는 일련의 인지적 구조가 재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3) 발달은 인지적 불균형이 생성될 때 발생한다. 도덕적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인지적 판단이 서지 못한 상태를 불균형이라 한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현재의 인지적 판단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새로운 인지적 구조로 전환하여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발달의 특성이다.
2) Kohlberg 도덕 발달 단계의 시사점
콜버그의 인지적 접근의 도덕성 발달이론은 인지적 요인을 중시하는 교육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콜버그는 교육에서 도덕적 추론능력 혹은 도덕 판단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토론식 수업을 제안했으며, 이것의 효과를 여러 연구에서 입증했다. 그는 학교에서 도덕성의 문제를 어린이에게 가르칠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도덕성 판단 단계에 맞게 소집단을 형성하여 도덕성 문제 및 도덕적 가치 갈등에 대하여 토론을 하게 함으로써 도덕성발달이 하위단계에서 다음 상위단계로 이행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어린이는 자신의 현재 도덕성 단계보다 한 단계 상위단계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며, 보다 상위단계의 판단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콜버그는 도덕성 발달이론은 부모나 교사들이 어린이의 연령에 따라 어떻게 도덕 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유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예컨대, 아주 어린 아동들이 나쁜 행동을 했을 때는 즉각적인 처벌로 어린이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성숙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사회적 제재보다 보편적인 가치기준 혹은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 더 적절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이 모든 문화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 하였으나 이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적인 서구문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점과 또한 도덕 판단력과 도덕적 행위는 일치하는가에 문제가 있다.
Ⅳ. Kohlberg 이론에 대한 비판점과 그에 따른 후속 연구
1) 콜버그의 이론에 대한 비판점
콜버그 접근법은 원리주의 혹은 연역적 도덕적 추론양식, 피아제식의 경성 발달단계의 개념, 수수하게 언어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연구 방법론, 그리고 지나치게 제한된 초기 발달단계와 관련하여 비판을 받아왔다. 콜버그의 이론에 대한 비판점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도덕적 추론양식
콜버그의 도덕적 추론양식에 대한 비판은 철학적 관점에서 제기되어 왔다. 그 동안 도덕 이론들은 근본 원리주의 방식을 고수하여 왔다. 다시 말하면, 줄곧 어떠한 “기본적인 원리”를 중심으로 도덕 이론들이 형성되어 온 것이다. 도덕 이론들이 근본 원리를 이론의 중심에 끌어들인 까닭은 사람들이 구체적인 도덕적 문제 사태에 봉착했을 때, 그러한 원리를 근거로 연역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연역적 도덕 추론 양식”의 도덕성은 원리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콜버그는 자신의 도덕 발달 이론의 철학적 배경으로 이러한 접근법을 채택하였던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정의는 곧 근본원리에 해당되었다.
도덕 철학자들은 1960년대 이래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말하는 “원리주의” 혹은 “연역적 추론양식”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바로 툴민(S. E. Toulmin)이다. 툴민은 합리적 윤리학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기존의 방법론들은 거짓 가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객관적 접근법의 옹호자는 마치 견문이 넓은 사람들은 가치에 관하여 일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하고, 주관적 접근법의 옹호자는 마치 사람들은 저마다 가치의 표준을 다르게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툴민의 지적은 사람들이 정의의 원리에 입각하여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는 콜버그의 관점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된다. 도덕적 문제에서 귀납적 추론 양식의 타당성을 제시한 것이다.
콜버그 이론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콜버그의 전기 이론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인간을 격리된 개인적인 의사 결정자로서 상정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의 이론적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자기 자신의 직관적 상상으로부터 자신의 도덕적 관점을 구성하는 존재이다. 즉, 인간이 자신이 속한 특수한 공동체 관계나 역사와 무관하게 보편적 표준에 입각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2) 발달단계 개념
콜버그는 발달의 모델로서 계단에 비유되는 피아제식 경성 단계 개념을 채택하였다. 이 개념에서 보면 발달이란 한 순간에 한 계단을 올라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계와 단계 사이가, 비록 중첩을 인정한다 하지만,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매우 경직된 단계 개념이다.
콜버그는 행위자의 도덕판단에 초점을 둠으로써 개인적 상대성과 문화적 상대성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불변적 단계 계열을 통해 발달하고 있는 문화적으로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버그에 있어서 보다 높은 판단의 단계란 양심이나 내면화라는 모호한 개념들보다는 한결 간결하게, 단계를 도덕적인 것으로 만들어주는 형식적 특성을 지닌다고 보았다. 개인의 행위가 그의 판단에 대응하는 한, 그리고 그 판단이 높은 단계에 속하기에 그만큼 더 선명하게 도덕적인 것으로 보는 한, 우리는 그 행위를 문화적 변수와 별개의 또는 상황적 편의의 요인과 무관한 상태에서 “도덕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 콜버그의 이와 같은 경성 단계 개념을 주장하지 않는다. 인지발달의 단계들은 사회 문화적으로 보편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시글러는 콜버그의 경성 단계 모델에 관한 잘못을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우선, 아동들은 모든 인지발달 영역들에서 대부분의 현상에 관하여 전형적으로 다중적인 사고방식들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한 인지 발달 변화는 아동들이 새로운 사고 방식들의 소개뿐만 아니라, 이들 방식에 의존하여 사고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는 변화를 포함하며, 그러한 변화는 일종의 계단식의 진보라기보다는 일련의 중첩되는 파동들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3) 연구 방법론
심리학자들은 콜버그가 도덕적 판단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연구 방법론을 심각하게 비판하여 왔다. 그의 연구 방법론은 순수하게 언어적인 방법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콜버그는 인터뷰를 통해 피험자들의 도덕 판단에 대한 정당화 자료를 수집하였다. 곧 피험자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제공하는 언어에 오로지 의존하여 평가를 하였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의 인지적 과정을 자기 스스로 보고하는 방식이 지닌 심각한 한계들을 지적하여 왔다. 심리학자들은 암묵적 과정들과 무언의 지식이 인간의 의사결정에 대해 갖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험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도덕적 판단들을 정당화하도록 요구하는 표준 교격화된 인터뷰 자료는 도덕적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지구조에 관한 평가가 “도구에 제한”되어 버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들은 도구로부터 자유로운 평가가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은 인터뷰 자료가 전혀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언어적 자료 산출물들은 마음의 복잡한 작용들을 자칫 잘못 나타내거나 혹은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준 규격화된 자료의 타당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주장이다.
(4) 초기 발달단계
많은 학자들은 콜버그가 주장하였던 도덕적 판단 발달의 초기 단계들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콜버그는 아동기(5-8세)에 주로 나타나는 1단계와 학동기(9-11세)에 주로 많이 나타나는 2단계는 인습 이전 수준으로, 1단계의 타율적 도덕성과 2단계의 개인주의, 도구적 목적, 교환의 단계가 이에 해당한다. 1단계의 타율적 도덕성은 처벌을 받기에 규칙을 어기지 않으며, 복종을 위한 복종을 하고, 또한 사람과 재산에 대한 물리적 손상을 피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여긴다. 2단계의 도구적 목적의 도덕성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될 때만 규칙을 따르며, 자신의 이익과 필요에 부합되도록 행동하고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한다. 옳은 일이란 공정한 것, 요컨대 공정한 교환, 거래, 협약이다.
그러나 데먼(W. Damon), 아이센버그(N. Eisenberg), 호프만(M. Hoffman) 등은 어린 아동들이 콜버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폭넓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어린 아동들은 타인들의 신체적 및 심리적 상태들을 해석하는 인지적 능력, 다른 사람들의 상태를 정서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적 능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불만을 경감시키려고 노력하는 행동 목록을 가지고 있다. 어린 아동들은 콜버그의 이론에서처럼 자기 중심적 반응 혹은 강한 힘에 대한 복종으로 그렇게 제한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센버그는 콜버그의 잘못이 추상적 정의를 지나치게 강조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엄격하고 절대적인 단계를 가정한데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녀에 따르면, 개인의 도덕적 판단은 문화적 특성이나 순간적 상황에 의해 영향받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발달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예측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높은 수준의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내일은 더 낮은 수준의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하는가 하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더 낮은 수준의 판단을 하는 과제 특징적인 경향을 보이므로, 도덕적 사고의 단계를 엄격하게 계단식으로 가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호프만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은 아주 어린 시기에서부터 이타적 행동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피아제가 말하는 감각운동기에 해당하는 2세 전후의 아동들은 다른 사람이 고통이나 어려움에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3-7세가 되면 다른 사람이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그가 누구인지도 안다. 비록 그 사람이 자신과 다른 감정이 있고, 지금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부적절하게 반응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공감 능력이 아주 어린 아기에게서도 발달되고 있다는 점이 콜버그의 초기 발달단계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2) Kohlberg 이론에 기초한 도덕성 발달에 대한 후속 연구
앞서 비판점을 살펴보았듯이, 1980년대 이후 콜버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자신의 접근법에 대한 몇 가지 한계들을 인정하고, 비판자들의 입장을 수용하여 수차례에 걸쳐 기꺼이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였다. 그는 도덕적 영역은 매우 넓고 다양하여, 어떤 하나의 접근법으로 그것을 개념화하고 또한 평가한다는 것은 그러한 다양성을 철저히 논하거나 혹은 설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였다. 도덕 심리학에는 다른 과정들(processes)과 구성들(constructs)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콜버그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단계에 대한 정의와 면담 자료를 점수화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인정하였고, 딜레마 토론을 통한 개인의 인지적 성장에 초점을 두었던 도덕교육 접근법을 “정의 공동체”의 건설로 전환시켰다. 그는 또한 자신의 3수준 6단계 이론을 모든 도덕적 영역을 포괄하는 추론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정의와 관련한 사고로 협소화시켰다.
콜버그 자신도 비판의 일부를 수용하여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였지만, 뿐만 아니라 이후에 신콜버그파는 콜버그 이론에 대한 그러한 비판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이론적 정립을 시도하였다. 신콜버그파란 콜버그의 주요 이론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인간의 도덕성 발달을 설명하고자 하는 일군의 학자들을 지칭하며, 대표적 학자들로는 레스트(J. Rest), 나베츠(D. Navaez), 투리엘(E. Turiel) 등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인지를 강조하고, 아동은 도덕에 관한 인식을 스스로 구성해 나가는 존재로 이해하며, 발달의 개념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습 이후 사고에 여전히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콜버그 이론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콜버그 이론이 갖고 있는 위의 비판들을 수용하여 다음의 네 가지 측면에서 이론을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1) 귀납적 추론 양식
그러나 툴민을 비롯한 현대 도덕 철학자들은 선험적인 도덕적 원리에 기초한 합의란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나의 특별한 공동체의 도덕적 체계는 다른 공동체의 도덕저거 체계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보편적 도덕적 체계에 대한 요구를 포기한다. 이들은 특정 공동체에서 몇 가지의 범례적인 경우들에 대해 실제적인 합의에 이르는 것은 선험적인 추상적인 원리들을 근거로 합의점을 찾으려는 소득 없는 노력보다 오히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많은 현대 도덕 철학자들은 도덕성을 특수한 시간에 있는 특수한 공동체에 대해 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도덕적 회의주의, 곧 모든 도덕적 담론은 단순히 개인적 선호의 승인이라는 신념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확립된 집단 관습과 전통에 대한 마음 없는 혹은 전혀 의심 없는 순응도 아니며, 그리고 도덕적 이상을 폐기하는 것도 아니다. 툴민과 같은 철학자들은 도덕적 사고가 반드시 원리의 측면에서 가장 믿을만하게 작동한다는 생각에 도전하였다. 사람들이 원리에 합의하지 못해도, 구체적인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서로 정당한 이유에 입각하여 합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도덕적 사고의 가장 진보된 형식이 도덕적 결정과 관련된 다른 사람들과는 무관한 개인의 사고 작용이라는 관점을 거부한다. 그들은 생명 지원체계의 제거에 대한 의학적인 윤리적 지침들의 발달을 예로 들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수년 동안 뇌사 상태에 빠져 생명지원체계에 의해 삶을 인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 상황적 특수성과 사회적 특수성이 의학적 “윤리”를 결정하게 된다. 의학적, 철학적, 법학적, 그리고 정치적 권위자들에 의해 합의가 형성되고, 그것이 생의학적 윤리의 지침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철학자들은 도덕을 하나의 본래적으로 타고난 사회적 현상, 곧 한 공동체의 특별한 경험들과 심사숙고 속에 체현된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도덕성이란 사회적 조직 그리고 집단 합의와 분리된 별개의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이는 관습적 도덕성이 상대주의가 무비판적 혹은 지각없는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 공동체의 특수한 역사와 맥락에 있는 도덕적 이상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콜버그의 구조/내용 구분에 대한, 인습 이후에 관한, 범 문화적 보편성의 주장에 관한, 그리고 도덕적 사회에서의 논쟁과 심사숙고가 차지하는 위상에 대한 함축들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 신콜버그파는 도덕 심리학에서 콜버그식의 연역적 도덕적 추론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들은 도덕적 민감성, 판단, 동기, 인격 등의 요소들이 도덕적 행동을 산출하는데 작용하는 네 가지 구성요소라 말한다. 각기 다른 구성요소들은 도덕성 발달에 대한 각기 다른 접근법들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콜버그도 후기에 이르러 도덕적 판단과 발달의 6단계 모델에 입각한 연역적 도덕적 추론 중심의 도덕교육 접근법에서 차츰 벗어나 도덕성의 사회적 구성에 초점을 둔 정의 공동체 접근법에 애착을 보였었다. 물론 그렇다 하여 콜버그가 추론 능력의 계발 중심의 접근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사회적 맥락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도덕적 추론 능력을 생각했던 것이다.
(2) 도식 이론
신콜버그파는 오랜 경험적 자료를 토대로 단계라는 용어보다는 도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도식이란 말은 요소들 간의 관계를 포함한 몇몇 자극 현상의 정신적 표상으로 이루어지는 인지적 구조로서, 피아제가 생물학적인 지식에서 빌어 온 개념이다. 도식이란 한마디로 아동 자신의 경험적 활동에 의해 조직화한 행동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이해의 틀’을 도식 또는 구조라고 말한다. 신콜버그파가 피아제가 사용하였던 도식이란 용어를 다시 사용하는 까닭은 인지구조의 유형이 몇 가지 중요한 방식에서 콜버그의 단계들과 다르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신콜버그파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도식이란 말이 기존의 콜버그의 단계 개념과 차이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인지구조들을 “조작”, 곧 콜버그의 “정의 조작”과 같은 측면에서, 정의하지 않는다. 둘째, 콜버그의 계단식 발달의 경성 단계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은 어느 한 때에 어느 특정 단계에 속한다는 콜버그의 가정도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 도덕적 도식의 보편성에 대한 선험적 주장을 하지 않는다. 즉, 신콜버그파는 도식에서의 범 문화적 일치에 대해 경험적 의문을 품고 있다. 끝으로, 내용을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구조만을 대상으로 하는 콜버그의 점수화 체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차별적 의미에서, 신콜버그파는 단계라는 용어 대신에 도식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콜버그의 이론에서는 발달이 정신적 조작의 측면에서 설명된다. 즉, 보다 나중의 단계들은 이른 단계보다 더 복잡한 정신적 조작들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발달을 설명한다. 그러므로 콜버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있는 보다 많은 것들을 보다 복잡한 방식에서 처리하게 되면서 발달한다. 그러나 신콜버그파는 이와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도식들은 세계에 관한 일반적 ‘내용’의 표상들이다. 이들의 도식 개념에 따르면, 결과물 혹은 내용의 측면에서 인지구조의 발달을 정의한다. 즉, 이들의 도식 개념에 따른 발달은 인지구조를 결과물 혹은 내용의 견지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의 개념이 보다 복잡해지고 또한 규범적으로 더 적절하다면, 그 사람의 인지구조는 발달한 것으로 여겨진다.
신콜버그파는 발달 도식으로 ‘개인적 이익’ 도식, ‘규범들의 유지’ 도식, 그리고 ‘인습 이후’ 도식 등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물론 이 세 가지 도식들이 도덕 판단의 완전한 의사결정 모델을 나타내는 것으로 제안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도식들은 콜버그의 단계들과는 다르지만, 아직 콜버그의 주요 개념들의 핵심들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콜버그의 단계 개념의 핵심과 구분하기 위해, 신콜버그파는 다른 용어들을 사용한 것이다. 예컨대, 콜버그가 사용하였던 “법과 질서”하는 용어 대신 “규범들의 유지” 도식이란 말을 쓴 것이다. 신콜버그파가 말하는 발달의 도식은 콜버그가 정의 조작의 측면에서 단계들을 기술하였던 것보다는 사회도덕적 관점의 측면에서 발달을 설명하였던 방식과 유사하다.
(3) 영역 접근
신콜버그파는 발달의 모델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콜버그의 경직된 계단 모델에서 파동 모델에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새로운 발달의 모델은 보다 발달된 사고를 점차적으로 사용하고 선호하는 빈도수가 증가하는 측면에서 상승운동으로 표현한다. 신콜버그파에 있어서, 발달이란 한꺼번에 한 계단이 변화하는 전환이 아니라, 보다 낮은 사고의 형식들에 대한 보다 높은 사고의 형식들의 점진적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신콜버그파가 기존의 콜버그의 경성 영역 접근법에서 연성 영역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다.
(4) 도덕성 개념의 확장
콜버그는 길리건과의 논쟁을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수정하였다. 그는 자신의 단계들이 ‘정의'의 범위에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곧 자신의 도덕적 딜레마와 점수화 체계는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그리고 자기가 한 구성원인 집단에 대한 특수한 관계와 의무들을 다루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제한되어 있다고 인정하였다. 콜버그는 이후에 6단계의 원리를 “인간 존중”으로 다시 정의하고, 여기에서 정의의 원리와 함께 자비의 원리를 포함시키고자 하였다. 이런 움직임은 자신의 6단계에 의해 포괄되었던 도덕성의 범위를 확장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약 반세기에 걸친 인지발달 이론의 역사에서 도덕적 사고에서의 정의 정향과 배려 정향이 이론적 차원에서 공히 확신을 갖게 된 것은 근래에 이르러서였다. 최근 들어 인지발달 이론은 길리건의 경험적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기존의 정의 정향과 함께 배려 정향을 구조화된 전체들로서 정의하는 인식론적 가정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콜버그 이론체계에서 ‘정의 구조들’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한 대안이다. “정의”는 이제 더 이상 도덕철학의 유일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첫댓글 머리가 터집니다. 공부하느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