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삶을 이룩해 가려는 뜻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없다면 문화는 없다. 그러므로 문화는 사람의 것이라고 한다.
왜 사람은 문화를 이루며 살려고 할까?
사람은 미래의 삶을 보다 낫게 하려는 뜻을 지니고 사는 까닭이다.
미래를 생각하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고 본다.
다른 짐승들은 항상 같은 방법대로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사람은 어제의 삶보다 오늘의 삶이 더 나아져야 하고
내일의 삶은 오늘의 삶보다 더욱더 나아져야 한다는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에게근 이러한 소망이 있는 까닭에 서로 모여 문화를 이룩한다.
그러므로 문화는 서로 함께 이루어 서로 함께 나누며 누리는 삶의 세계이지
소유(所有)되는 대상이 아니다.이런 문화의 요구를 만족시켜 주려는 사람을
문화인이라 한다.
그러나 문화생활을 하면서도 문화인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학식이 있고 명성이 자자하다 해서 문화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 외제차를 타고 외제 옷을 입고 사교생활을 한다 해서
문화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문화인한테는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의식(意識)이 항상 살아 있다.
그러므로 권세와 명성 재산 인기 등등이 문화인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
문화인은 배려(配廬)하는 마음이 강하다.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해서 행동하는 마음씨를 일러 배려라 한다.
그러자면 남을 존중하고 나를 살피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문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문화인으로서 산다는 것은 우리 함께 더 불어
산다는 뜻을 실천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과시하며 방자하게 사는 사람을
일러 졸부(拙夫)라 하는데 졸부 보다 더한 반문화인은 없다.
졸부를 소인이라 일컫는 까닭은 비문화인인 까닭이다.
비문화인이란 문화적이지 못한 인간이란 말이다.
그러니 비문화인은 짐승 같은 인간이란 말이다.
그러나 문화인은 나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고 내 가족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이웃도 역시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며 산다.
문화인은 베푸는 마음이 넉넉한 주인이다.
돈이 많아야 넉넉한 것은 아니다. 콩 한 쪽이라도 반으로 나누어 먹을 줄 알고
백지장도 서로 맞들면 더 가볍다는 이치를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재벌회장보다 더 넉넉한 사람이다.
남아돌아서 배푸는 마음씨보다 아쉬운 가운데서도 베풀 줄 아는 마음씨가
더 훈훈하고 감동적인 법이다. 문화인은 사치스럽게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기 보다
남 몰래 서로 행복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게 기꺼이
봉사하고 헌신하기를 즐거워 하는 당사자이다.
진정한 문화인은 무슨 대가를 바라고 봉사하지 않으므로 아무런 구김살 없이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며 사는 길을 트려고 노력한다.
남을 벗으로 끌어안는 마음씨는 시비를 걸기 보다 시비가 일지 않게 하며,
제 몫을 크게 하려고 공치사를 하지 않으면서 나와 너를 우리가 되게 하는 힘이 된다.
문화인은 이러한 정신의 힘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치는 주인이다.
그러므로 배려하는 의식이 박약한 사람은 아무리 유명하다 할지라도 문화인이
될 수 없는 일이다.
공자는 왜 군자가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을까?
군자야말로 문화인의 이상형인 까닭이다.
과거에 군자 아닌 사람이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에
5.18과 같은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문화인이 많을 수록 살맛 나는 세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