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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 북방 임
품다, 품팔이
壬의 금문 壬의 전문
壬의 금문 자형은 工의 세로획 가운데 부분이 굵은 점이 있으며, 전문 자형은 금문의 굵은 점이 긴 가로획으로 변경되어 있습니다. 갑골문의 큰 사각형이 금문에서는 굵은 점으로, 다시 전문에서는 긴 가로획으로 변경되는 것은 자형 변화의 일반적인 모양입니다.
따라서 工과 통용되는 갑골문 자형 중 하단부에 큰 사각형이 놓여 있는 형태가 壬의 갑골문 원자입니다.
工이 ‘품, 품꾼’으로 전문 직업이나 전문가의 뜻을 나타낸다면 壬은 ‘품팔이’의 뜻을 나타냅니다. 금문의 가운데에 있는 굵은 점이나 전문의 긴 가로획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분을 위한 가획, 즉 구분자로 사용된 것입니다.
惇德允元 而難壬人. 『書經』
도타운 덕이 진실로 으뜸이며, 품팔이를 물리친다.
상기 문장의 壬人(임인)은 사전적으로는 ‘ 간사하고 아첨 잘하는 소인’의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역이며, 壬이 실제 뜻하는 바는 ‘품팔이’로, 부(富)나 권력(權力)을 쫓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昔舜之命九官也 曰 朕堲讒說殄行.”, 曰 而難壬人. 一有讒說 壬人接迹於朝 則變亂黑白 眩惑視聽, 使上下疑惑 正人受誣. 『中宗實錄 4年 11月 15日』
옛날 순임금이 구관(九官)을 명할 때에, “짐은 참설(讒說)과 궂은 행동을 미워한다.”라고 가로고, “품팔이꾼을 물리친다.”라고도 말씀하셨다. 참설과 품팔이들이 한 번이라도 조정에 발을 붙인다면 흑백(黑白)이 변란(變亂)되고, 시청(視聽)을 현혹(眩惑)시켜, 상하로 하여금 의혹되게 하고, 바른 사람으로 하여금 무고(誣告)를 받게 한다.
先臣論益勳時避辭有曰: “甲寅以後, 奸凶柄國” 又曰: “不羞忝辱, 依附賊積” 果有一毫顧籍於壬人者, 而下語乃如是乎? 『景宗實錄 卽位年 8月 30日』
선신(先臣)이 김익훈(金益勳)을 논할 때, 피사(避辭)에 “갑인 이후 간흉들이 나라의 권력을 잡았다”, 또 “더럽고 욕됨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적도(賊徒) 허적(許積)에게 붙었다”라고 가로고 있는데, 과연 털끝만큼이라도 품팔이라는 것에 대하여 돌이키고 빌붙었음이 있었다면 하어(下語)가 이와 같겠습니까?
상기 두 구문에 사용된 ‘壬人’은 일반적으로 ‘간사한 사람’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壬자가 ‘간사하다’의 뜻이 나타날 리는 없으며, 실제로는 ‘품팔이’, 즉 뜨내기처럼 언제라도 떠날 수 있으며, 그 때 그 때의 이익을 쫓는 사람들에 대한 비하의 말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다른 일반적인 문장에서 壬에 ‘품팔이’의 뜻이 직접 도출되지 않는 것은 壬은 주로 천간(天干)을 나타내는데 쓰이게 되고, ‘품팔이’의 뜻은 工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며, 다만 인용구(引用句)에 한하여서만 사용된 것입니다. 상기 두 조선왕조실록의 壬人은 서경(書經)의 인용구입니다.
妊 아이밸 임
아이를 품다, 배다
妊의 갑골문
妊의 금문 妊의 전문
妊의 갑골문 자형은 女와 壬의 합자이며, 壬의‘품다’, 즉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여자라는 것에서 ‘배다(/배 속에 아이나 새끼를 가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妊娠(임신 ; 아이나 새끼를 뱀), 不妊(불임 ; 임신하지 못하는 일), 懷妊(회임 ; 아이나 새끼를 뱀), 避妊(피임 ; 임신을 피함) 등에서 妊이 ‘배다’의 뜻입니다.
현재는 姙(애밸 임)이 주로 쓰이지만, 전문에 없는 자형입니다.
飪 익힐 임
풀린 음식, 밥이 풀리다, 여물
飪의 전문
飪의 전문 자형은 食와 壬의 합자입니다. 壬의‘품’이 ‘풀리다/풀다’로 쓰여, ‘풀린 음식’에서‘밥이 풀리다’나, ‘풀린 음식’과 같은 관념적인 의미를 글자로 만들지는 않으며, 그에 부합되는 낱말을 형상화 시킨 것입니다. 현대국어에서 ‘여물’은 ‘말려서 썬 짚이나 풀’의 뜻이지만, 상고대에는 특정한 방식으로 만든 음식의 뜻도 아울러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烹飪(팽임 ; 삶고 지져서 음식을 만듦)에서 飪이 나타내는 바는 단단하고 무른 정도로서의 ‘여물다’의 뜻입니다.
色惡不食 臭惡不食 失飪不食 不時不食. 『論語』
색이 나쁘면 먹지 않았으며, 냄새가 나쁘면 먹지 않았다. 여묾(/여물은 정도)을 잃으면 먹지 않았고, 때가 아니면 먹지 않았다.
상기 문장의 飪을 ‘익히다’로 풀이하며, 失을 ‘놓치다’로 ‘익힌 정도가 적당하지 않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물론 ‘익히다’가 기본적인 뜻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熟(익을 숙)이 주로 쓰이며, 飪은 ‘단단함의 정도’로서의 ‘여묾’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紝 짤 임
실을 뽑다 ; 잣다, 실을 풀다 ; 짜다
紝의 전문 紝의 별체
紝의 전문은 糸와 壬의 합자이며, 현재는 같은 글자로 취급되고 있는 별체 絍는 糸와 任의 합자입니다.
전문 자형은 시황제와 이사에 의하여, 춘추전국 시대 각 국가별로 오/혼용되고 있던 자형을 하나하나 따져서 바로잡은 글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뜻의 글자를 두 가지로 만들었을 리는 없으며, 본래는 각기 다른 글자였으나 중국어 상에서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동자로 처리된 것입니다.
紝은 壬의 ‘품다’에서 ‘실을 뽑다’로 쓰여, ‘잣다(/물레 따위로 섬유에서 실을 뽑다)’를 나타내며, 絍은 그에 대응하여, ‘실을 풀다’에서 짜다(/실이나 끈 따위를 씨와 날로 결어서 천 따위를 만들다)’를 나타냅니다.
織紝(직임 ; 길쌈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에서 紝이 ‘잣다, 짜다’의 뜻입니다.
衽 옷깃 임
옷의 품는 부분, 여미다, 여물
衽의 전문
衽의 전문 자형은 衣와 壬의 합자이며, 壬의 ‘품다’에서 옷의 품는다는 것에서 ‘여미다(/벌어진 옷깃이나 장막 따위를 바로 합쳐 단정하게 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被髮左衽. 『論語·憲問』
두발을 헤치고, 왼쪽으로 여미다.
상기(上記) 구절에서 衽을 ‘옷깃’으로 보아, ‘左衽’을 ‘옷깃을 왼쪽으로 하다’로 풀이하기도 합니다만, ‘왼쪽으로 여미다’가 보다 정확한 풀이입니다.
王之燕衣服衽席. 『周禮』
왕의 제비차림 옷과 여물한 자리.
여물 ; ‘물알’의 전남 방언.
물알 (1) 아직 덜 여물어서 물기가 많고 말랑한 곡식알.
(2) [북한어]껍데기가 굳지 않고 무른 채로 낳은 새나 닭의 알.
(3) [북한어]명태의 알에서 여물지 않아 물렁물렁한 것.
상기(上記) 주례(周禮)의 문장에 사용된 衽을 ‘요, 깔개’ 등으로 보아, ‘衽席’을 ‘요’나 ‘잠자리’ 등으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왕의 ‘燕衣’는 ‘제비 옷차림’을 말하며, 정식 복장에나 제사 시의 복장에 비하여 편안한 차림새를 말합니다. 그에 대응하여 ‘衽席’은 편안한 자리로, 푹신한 자리나 여물한[/≒물렁한] 자리의 뜻입니다.
衽金革 死而不厭 北方之强也 而强者居之. 『中庸』
금혁(金革)을 여미고, 죽더라도 싫어하지 않으니, 북방(北方)의 강함인 것이다. 그러니 강자(强者)가 거한다.
상기(上記) 중용(中庸) 구절의 衽은 ‘요, 깔다’의 뜻이나, 심지어는 ‘깔개를 깔고 자다’로 보아, ‘衽金革’을 ‘금혁(金革)을 깔고 자다’로 풀이하기도 합니다. ‘金革’이란 본래는 ‘쇠붙이와 가죽’으로 ‘무기와 갑옷’의 뜻이며, 인신되어 ‘병장기의 총칭’으로 쓰입니다. 이것을 ‘깔고 잔다.’는 것은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의미입니다.
순우리말의 ‘여미다(/매무시하다)’의 뜻입니다.
任 맡길 임
품다, 한 사람분의 품 ; 짐, 품의 몫 ; 맡다
任의 갑골문
任의 금문 任의 전문
任의 갑골문 자형은 人과 工의 합자이며, 금문 및 전문은 壬의 합자입니다. 人은 ‘사람으로서의 특징이나 특질’의 뜻을 나타내며, 壬의 ‘품’에서 ‘품다(/품속에 넣거나 가슴에 대어 안다)’의 뜻을 나타내며,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정도로 ‘짐’의 뜻을 나타내며, 또 짐을 곁에 두고 있는 모양에서 ‘맡다(/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담당하다/어떤 물건을 받아 보관하다)’의 뜻도 나타냅니다.
갑골문에서 工의 소릿값 ‘품’이 나타내는 여러 의미들 중에서 금문에서부터 ‘사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의미’는 壬으로 분화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의미상의 분화는 갑골문에서부터 이미 발생한 것이지만, 任과 妊(아이밸 임)의 경우에는 人과 女라는 직접 사람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 자형이 있어, 工을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任務(임무)는 ‘맡은 일, 맡겨진 일’이 됩니다. 放任(방임 ;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둠)에서 任을 ‘마음대로 하다’로 사전적으로 뜻을 새기기도 하는데, 이는 순우리말의 ‘맡기다’에 대한 중국어식의 의역에 의한 것입니다. ‘(/마음)놓고 맡기다’가 가장 정확한 뜻입니다. 任意(임의 ;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함/대상이나 장소 따위를 일정하게 정하지 아니함) 역시‘내가 맡았다’의 예에서처럼 순우리말의‘맡다’에는‘마음대로 하다’의 어기(語氣)가 함의(含意)되어 있는 것입니다.
責任(책임 ;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任期(임기 ;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 擔任(담임 ; 어떤 학급이나 학년 따위를 책임지고 맡아봄), 信任(신임 ; 새로 임명되거나 새로 취임함) 등에서도 任이 ‘맡다’의 뜻입니다.
衆怒難任. 『左傳』
대중의 분노는 맡아내기가 어렵다.
상기(上記) 구절의 任을 ‘견디다’로 풀이합니다. 이 역시 순우리말의 ‘맡다’가 가지고 있는 어기(語氣)의 하나일 뿐입니다.
是任是負 以歸肇祀. 『詩經·大雅』
이에 품고, 이에 지고, 돌아와 제사(祭祀)를 비롯하네.
상기(上記) 시경(詩經) 구절의 任을 ‘어깨에 메다, 등에 지다, 안다[抱(안을 포)]’ 등으로 풀이하는데, ‘품다’의 뜻입니다. 壬의 ‘품다’에서 ‘사람이 품다’가 되는 것이며, 다음의 負(질 부 ; 등에 짊어 짐)과 대응을 이루고 있습니다. 負는 짐으로서는 ‘등짐’을 말하며, 任은 ‘봇짐’을 말하는 것입니다.
門人治任將歸, 『孟子·滕文公 上』
문인(門人)들이 짐 보따리를 챙겨 장차 돌아가려 하는데,
상기(上記) 맹자(孟子)의 구절에 사용된 任은 ‘짐 보따리’의 뜻입니다. 순우리말에서 ‘보따리’는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를 말하는데, ‘덩어리’의 어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짐’은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품에 안고 갈 수 있는 정도의 짐으로 ‘보따리/봇짐’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며, 壬의 ‘품다’에 따른 것입니다.
瞻望弗及 實勞我心, 仲氏任只 其心塞淵. 『詩經·國風』
아득히 바라보아도 미치지 못하고, 중씨(仲氏)는 품고 있을 뿐, 그 마음 닫음이 깊네.
상기(上記) 시경(詩經)의 任은 일반적으로 ‘미쁘다, 성실하다’ 등으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塞淵(닫음이 깊다)’에 견주어 보았을 때, 任은 ‘품다(/간직하다)’의 뜻임을 알 수 있습니다.
六行 孝友睦婣任恤. 『周禮』
육행(육행)은 효(孝)·우(友)·목(睦)·인(婣)·임(任)·휼(恤)이다.
상기(上記) 주례(周禮) 구문의 任(맡을 임)도 ‘품다(/보듬다, 안다)’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柔遠能邇 惇德允元, 而難任人 蠻夷率服. 『書經·虞書』
먼 곳까지 회유하여 능히 가까이 하며, 돈후하고 덕스럽고, 진실 되고 아름답게, 그렇게 남을 품어주는데, 어찌 만이(蠻夷)라도 솔방 복종하지 않겠는가.
상기(上記) 서경(書經)의 任은 일반적으로 ‘간녕(奸侫)하다’로 하여, ‘難任人’을 ‘간악한 자를 멀리하다’ 등으로 풀이합니다. 물론 이 任을 ‘放任(방임)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만이(蠻夷)가 복종하게 되는 상황과 ‘간악한 사람을 꺼림[難(어려울 난)]’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특히나 모두를 아우르는 제왕(帝王)의 덕목과도 잘 맞지 않습니다. 여기서의 任은 ‘품다(/보듬다, 안다)’의 뜻으로 사용된 것입니다.
[難(어려울 난)은 [나]로 읽히며, ‘어찌 ~하지 않으랴’의 뜻을 나타냅니다]
凭 기댈 빙
안석에 맡기다, 기대다
凭의 전문
凭의 전문 자형은 任과 几의 합자이며, 任의 ‘맡다’에서‘안석에 맡기다’로‘기대다(/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현재는 憑(기댈 빙)이 주로 쓰이지만, 전문 자형에 없는 글자입니다.
憑[/凭]藉(빙자 ; 남의 힘을 빌려서 의지함/말막음을 위하여 핑계로 내세움), 證憑[/凭](증빙 ; 신빙성 있는 증거로 삼음), 信憑[/凭]性(신빙성 ; 믿어서 근거나 증거로 삼을 수 있는 정도나 성질) 등에서 憑[/凭]이 ‘기대다’의 뜻입니다.
䣸 싱거울 염
풀린 장, 싱겁다
䣸의 전문
䣸의 전문 자형은 任과 醬(장 장)의 축약인 酉의 합자이며, 任이 ‘풀다(/액체에 다른 액체나 가루 따위를 섞다)’로 쓰여, ‘풀린 장’에서‘싱겁다(/음식의 간이 보통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약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恁 생각할 임/당신 님
마음에 품다, 품다
恁의 금문 恁의 전문
恁의 금문 및 전문 자형은 任과 心의 합자입니다. 任이 ‘품다’의 소릿값을 나타내어, 心으로 의미를 한정하여, ‘품다(/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마음속에 가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당신 님]으로 훈독(訓讀)되는 것은 ‘마음[心]에 품고[壬] 있는 사람[人]’에서 ‘임(/사모하는 사람)’의 뜻을 나타냅니다.
臣願殿下, 以忠信有終之道自任, 而大臣以相, 亦惟終之事自期, 君臣戮力, 共濟艱難, 不可只恁悠悠也. 『宣祖實錄 6年 11月 26日』
신(臣)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충신으로써 유종(有終)의 도를 스스로 맡으시고, 대신(大臣)은 정승으로써 또한 유종의 사리(事理)를 스스로 기약하여 임금과 신하가 죽을힘으로 함께 간난(艱難)을 구제해야 합니다. 단지 유유(悠悠)를 품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상기 구문의 恁이 ‘품다’의 뜻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恁이 ‘이러한, 저러한’ 등의 뜻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어의 영향입니다.
賃 품삯 임
품삯, 삯
賃의 금문 賃의 전문
賃의 금문과 전문 자형은 任과 貝의 합자이며, 任의 ‘한 사람 몫의 품’과 ‘값’의 뜻을 나타내는 貝가 합하여, ‘품삯, 삯(/일한 데 대한 품값으로 주는 돈이나 물건/어떤 물건이나 시설을 이용하고 주는 돈)’의 뜻을 나타냅니다.
賃借(임차 ; 돈을 내고 남의 물건을 빌려 씀), 賃貸(임대 ; 돈을 받고 자기의 물건을 남에게 빌려 줌), 賃夫(임부 ; 삯전을 주고 부리는 인부), 賃金(임금 ;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사용자에게 받는 보수) 등에서 賃이 ‘품삯, 삯’의 뜻입니다.
荏 들깨 임/풀릴 임
풀어놓은 풀, 들깨, 풀리다
荏의 전문
荏의 전문 자형은 艹와 任의 합자이며, ‘들깨, 풀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동식물의 명칭, 지명 등과 같은 고유명사를 나타내는 글자의 경우에는 배달말의 소릿값에 의한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유구한 세월 속에 환경과 거주지가 달라지면서, 사라지거나 부르는 소릿값이 사뭇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역사성’이 가장 두드러진 부분의 말들입니다.
任의 ‘품다’와 유사한 소릿값을 가진 ‘풀림/풂’로 가차되고, 艹는 ‘풀풀, 폴폴(/눈이나 먼지, 연기 따위가 흩날리는 모양)’의 뜻을 나타내는데, 합하여, ‘풀리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色厲而內荏 譬諸小人 其猶穿窬之盜也與. 『論語』
겉으로는 징근척하면서도 속으로는 풀고 있음은 소인(小人)에 어리자면, 그것은 마치 협문을 뚫는 게의 도둑과 같지.
상기(上記) 논어(論語)의 문장에 사용된 荏은 한결같이 ‘부드럽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여 ‘色厲而內荏’을 ‘얼굴빛은 근엄하면서 속은 부드럽다’의 뜻으로 새깁니다. 또 이를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반대말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외유내강의 반대말은 ‘겉으로는 강한 척하면서 속은 약하다’이며, ‘얼굴빛은 근엄하면서 속은 부드럽다’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아버지 상’입니다. 마음속은 인자하면서도 자식 교육 때문에 근엄한 표정을 짓는 상태를 ‘小人(소인)’에 비유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풀이입니다.
厲(갈 려)에서 萬(일만 만)은 배달말의 ‘징금/징검’의 소릿값을 나타내는데, [萬편 참조] 여기서는 ‘징그다(/듬성듬성하다, 성기다)’의 뜻이며, 荏(들깨 임)은‘풀다(/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을 하나하나 풀어헤치다)’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즉 겉으로는 쉽고 편하게 대해주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荏染柔木 君子樹之. 『詩經』
풀려서 물든 부드러운 나무, 군자(君子)가 심었을 지니.
상기(上記) 시경(詩經)의 구절에 사용된 荏은 ‘부드럽다’나 ‘점점’으로 풀이합니다. 하여 荏染(임염)은 ‘부드럽고 연약하다’의 뜻으로 국어사전에도 등재가 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染(물들일 염)을 冉·冄(나아갈 염/부드러울 염)으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染은 시경의 이 구문이 아니면 ‘부드럽다’나 ‘점점(/조금씩 더하거나 덜하여지는 모양)’의 뜻으로 사용된 용례가 없습니다. 끼워 맞추기 식의 풀이입니다.
荏染(임염)의 실제 뜻은 ‘풀려서 물들다’로 ‘풀어 헤쳐 놓은 듯 넓게 물들어 있는 어린 나무들’로 드넓은 목초지를 의미합니다. 상고대(上古代) 배달말의 비유적인 사용을 중국어로 풀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역에 지나지 않습니다.
栠 연할 임
풀린 나무, 푸나무/풋나무
栠의 전문
栠의 전문 자형은 木과, 任의 합자이며, 任이 ‘풀리다’로 쓰여, ‘풀린 나무’에서 ‘푸나무/풋나무(/갈잎나무, 새나무, 풋장 따위의 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의 뜻을 나타냅니다.
任이나 壬이 어떤 경우에는 ‘풀리다’의 소릿값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는 壬의 ‘품다’에서 ‘품’과 ‘풀리다’의 명사형인 ‘풂’의 소릿값이 유사한 것에 따른 것입니다.
예로 ‘벌다’와 ‘버리다’는 같은 음근(音根)을 가지면서 반대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벌다’에 ‘-이’ 접미사가 결합되어 ‘벌이다’에서 자음접변을 일으킨 현상으로 보입니다. 현대국어에서 ‘-이, -히, -기, -리’ 는 피동이나 사동의 접미사로(接尾辭) 역할을 하는데, 사동이나 피동에서 반의, 혹은 유사반의(類似反意)의 어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대국어의 입장에서 관찰한 음운현상이며, 고대나 상고대에는 달랐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적지 않은 한자들에서 반의의 뜻이나 이 任의 경우처럼 유사 반의를 동시에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 눈을 길게 읽으면 ‘snow’가 되지만, 짧게 읽으면 ‘eye’가 됩니다. 또 특이한 용례로 ‘여물다’는 ‘단단해 지다’의 뜻인 반면, ‘여물’은 ‘물렁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고대 국어에서 그 와는 또 다르게 강세나, 혹은 지금은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는 어떤 음소(音素)에 의하여 반의어(反意語)를 만들어 냈을 것입니다.
壬의 ‘품다’는 동작 행위에서 벌린 팔을 자신의 몸 쪽으로 당기는 모양으로 보았을 때, 그 반대의 개념인 품은 상태의 팔을 바깥쪽으로 다시 벌리는 것을 ‘풀다’로 본 것입니다.
이 ‘강세’나 ‘음소(音素)’는 접두사 不이나 非의 결합에 의해서 반의어를 나타내는 글자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반의나 유사 반의의 뜻을 가지는 글자들의 현재 한자음[讀(독)]과 그 글자들이 이루고 있는 자형 요소들의 소릿값의 비교를 통하여, 재현(再現), 혹은 재구(再構)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