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명칭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다시 바꾸고 야놉스키는 버진 레코드, 텔덱, RCA 등
음반회사와 생상, 댕디, 드뷔시, 루터슬롭스키, 메시앙, 풀랑, 루셀, 쇼송, 부르크너, 막스 레거 등 많은 다양한
프랑스 작곡가와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의 음원을 남긴다. 2000년 상임 지휘자를 이어받은 정명훈은 야놉스키가
견고하게 만들어 놓은 오케스트라 앙상블에 음악적 깊이와 또 다른 스타일의 앙상블을 덧붙여 점차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받게 된다.
정명훈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파리 관현악단이나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의 성장에 밀려나 있던 암울한 시기를
벗어나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프랑스 내에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투어를 통해 점차 세계 음악인에게
훌륭한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도이체 그라모폰과 계약을 맺고 베토벤, 라벨, 메시앙, 뒤튀외의 작품들을
녹음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양질의 연주자들을 뽑아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들이 고른 기량으로 오케스트라
발란스를 유지 할 수 있게 하였고 세대교체 역시 원활히 진행되어, 필자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2015년 현재가 이
오케스트라 역사상 가장 최상의 상태라고 본다. 이러한 이 오케스트라 성장의 절대적 역할은 지휘자 정명훈이었다.
지휘자 정명훈의 꿈은 서울 시향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서울 시향은 단원구성에서
프랑스 라디오 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전체 오케스트라를 고른 기량으로 만들기에는 인적
자원에서 아직 많은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지휘자로써 정명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라디오 필과 이별을 하지만 그가
이룩해 놓은 15년간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은 세계 메이져 오케스트라라는 명성을 얻기에 충분한 연주력,
음악성, 앙상블, 발란스를 갖추어서 그의 꿈은 이미 라디오 프랑스 필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잦은 통폐합과 명칭 변경으로 인하여 악단의 존재를 알리는데 많은 장애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低평가 된 오케스트라로 인식되고 프랑스내에서는 이미 음악인들에게 프랑스 최상의 오케스트라라는 찬사를 받고
있을 뿐만아니라 음악의 도시 빈과 독일에서도 점차 훌륭한 오케스트라라는 인식을 얻게 된다. 특히 독일어계
국가에서 프랑스 오케스트라들은 개개인의 능력에 비해 앙상블의 결집력은 떨어지고 프랑스 음악은 표현력이 뛰어
나지만 독일 음악에 취약하다는 인식들을 이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오케스트라도 견고한 앙상블로 독일음악을
독일인같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실지 연주를 통해 각인시켜주었다. 이는 지휘자 야놉스키와 정명훈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무늬만 지휘자, 무늬만 오케스트라, 무늬만 음악인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특히 무늬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존경 받지 못하고 어쭙잖은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외연 확대와 더 큰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와의 첫 10분가량의
만남에서 지휘자의 능력을 파악한다. 이 지휘자를 믿고 따를 수 있는지, 이 지휘자가 우리들에게 어떠한 다른 음악적
세계를 펼질것인지를 바로 첫 연습에서 파악이 된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의, 오케스트라 흥망이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핵심이다. 모든 오케스트라 성장의 성공 여부는 물론 단원들의
몫도 크지만 지휘자의 몫이 절반 이상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듯하다. 그래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은 좋은
지휘자 찾기에 전쟁을 치르듯 결사적이다. 오케스트라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좋은 지휘자 또 그중에 세계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마에스트로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하다.
2000년 지휘자 정명훈이 연륜으로나 에너지로나 가장 정열적으로 지휘할 수 있었을 때 라디오 프랑스의 선택은
15년이 흐른 지금 프랑스가 세계에 자랑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로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성장이다.
우리나라의 오케스트라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1980년대 초 우리나라도 세계인에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 KBS가 대대적인 공개 오디션을 통해 Kbs 교향악단을 신선한 단원들로 구성 해 재창단 시키고 의욕을
가지고 지원을 한다. 그때 재 창단된 단원들은 누가 보아도 당시 우리나라 인적자원으로 볼 때 최상의 조직이었다.
그러나 잘못된 시스템과 악단을 이끌고 확실한 방향으로 인도할 지휘자의 부재와 단원들의 더 나은 교수직으로 이직, 다른 오케스트라로 상향 이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서히 무너져 버리고 잘못된 상임지휘자의 선정으로 결정적
파산 상태에 이른다. 이는 Kbs의 관료주의와도 무관하지 않을것이다.
우리 서울 시향은 어떠한가? 똑같이 전면 개편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하여 만들어 논 서울 시향은 문제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차선책의 개편이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음악인이라면 거의 모두가 인정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지휘자
정명훈의 체계적인 계획에 기초하여 세계적 오케스트라로의 발돋음에 절대적인 조건들을 하나하나 이룩해 많은
발전을 한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서울 시향의 행정을 책임지는 대표의 잘못된 선정으로 인해 그 피해가 전체 서울
시향에 영향을 끼쳐 그동안의 공들인 과정들이 빛을 잃고 급기야에 미국 투어공연을 취소하기에 이른다.
이는 서울시 의회 관료주의의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서울 시향은 실망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련은 또 다른 기회의 시작이다."
무었이 문제였나를 냉철히 분석하고 재 창단의 각오로 헤쳐나간다면 더욱 한걸음 더 도약할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출중한 앙상블로 다져진 단원들이 존재하고 특히 지휘자 정명훈의 마음이 아직까지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에서 행정을 책임지는 메니져(대표)는 지휘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의
교훈으로 뼈져리게 느꼈을 것이다. 문화는 시장원리로 지배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교육등을 시장 경제원리로 재단해 나가는 것 만큼 위험한 발상이 없다.문화의 결실은 무형이지 유형의 가치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물질 우선주의,제일주의에 우리들의 정신적 가치관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
이는 참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점에서 우리들이 서울 시향을 바라보고 또 서울 시향을 다시 이르켜 세우는
문제는 우리들 문화 앞날에 관한 심각하고 중차한 문제이다. 졸속적으로 대표를 선정해서는 이제는 안된다.
벌써 시간을 정해놓고 선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린다. 훌륭한 선장을 찾기까지 지금 대행으로 있는 서울시청
담당자가 그역할을 하면된다. 서두르면 꼭 탈이나는 법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 시향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서울시 지배력(재정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능력을 갖춘 메니져의 선정이 절대적이다. 능력있는 메니져는 재정문제에서 확실한 방향과 넓은 후원인들을 확보
해야한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음악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벅차다. 이들이 음악에만 전념 할 수있게 오케스트라
내에서 발생되는 다른 모든 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메니져의 몫이다. 이런 중차한 일을 맡은 사람을 졸속적으로
뽑아서는 이제 절대 안된다. 메니져 선정이 서울시향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라는 심정을 가지고 냉철한 판단과
자세로 지휘자 정명훈과 시향을 책임지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니져 선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조명하며 장문의 글을 서울시향에 쓰는 이유는 같은 지휘자를 맞이한 두 오케스트라가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이다. 마리스 얀손을 비슷한 시기에 받아들인 RCO와 BRSO는 완벽한 시스템으로
세계에서 두번째 순위의 오케스트라라면 서로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을 이룩해냈다.
"모든것은 시스템에서 나온다. 정교하게 잘 짜여진 시스템은 갖추기가 힘이 들어서지 한번 갖추고 나면 저절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의 효용력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