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란을 한 10여년 키우다 보니 잡지도 구입하고, 여러 난인들과도 교류가 많이 있다.
어쩌다 나이가 차니 순서대로 난우회 회장도 하고 보니 이곳 저곳의 난 선배들에
대한 소식도 많이 듣는다.
그 중에서 난인들이 존경하는 '능곡 이성보선생'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난 잡지에 쓰시는 글을 읽을 때마다 우리의 잘못된 점을 질타하시고,
후배들을 옳은 길로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다.
선생께서 평생 모으신 수석과 난초, 괴석, 괴목 등을 가지고 거제도 척박한 곳에
내려가셔서 꼭 10년 전에 '거제 자연예술랜드'를 개원하셨다.
가끔 잡지에 이곳의 풍광을 올리셨는데, 10년을 별러 이 번에 다녀오게 되었다.
선생은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에 가시는 바람에 뵙질 못하였고,
선생의 정성어린 곳곳을 다녀보기만 했다.

많은 석부작과 목부작, 그리고 지금은 들어오기도 힘든 외국의 괴석과 괴목,
진귀한 식물들이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모두 오래되어 고태미가 나고 그 힘든 작업의 인고를 넉넉히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일단 수지를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입장료가 4천원인데, 식물을 좋아하는 우리가 보기에도 두 세번 계속해서
가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하물며 큰 관심 없는 관광객들이 한 번 다녀가고
친지들에게 권유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다.
전체 부지는 4천평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견학한 곳은 그 절반도 되어 보이질 않는다.
아마 점차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25명과 얽힌 사연들과 문인으로서 순수한 마음이
상업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 수 있었을까...그리고 점차 병들어가는 육신...경제적 문제.....
이러한 점들이 확장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석과 괴석, 난종류 외에는 식물 자체가 너무 흔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화창한 봄날에 꽃이라는 것은 멀구슬나무 두 그루 뿐이다.
요즘 한창인 붓꽃, 꽃창포 한 포기 없다..그래서는 관광객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물론 수석을 좋아하는 분들은 한 점만 보아도 며칠 동안 눈 앞에 그 돌이 아른거리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아아! 개인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업적이 거미줄로 덮혀가는 광경을 볼 때 슬프기 그지 없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는 분께서 손수 만드신 모든 것들이 쇠락하고 있음에.....
모든 식물들은 생기를 잃어가고, 돌은 이끼에 싸여가는 광경을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선생이 계시지 않은 뜰로 개울물만 소리내어 흘러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