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調 歌唱의 實際
시조 가창의 실제
고 두 석
(국립국악원 정가동우회장)
1. 들어가는 말
시조는 우리 겨레의 고유한 시가로서 민족의 얼을 담은 슬기로운 가락이다. 우리 선조들은 詩言志 歌詠言 歌與詩一道라 해서 詩와 歌는 하나의 道로 통한다고 했다. 그래서 시를 지으면 이를 창으로 불러서 시의 운치를 살리고 감동을 자아냈던 바, 요즈음엔 시와 창이 문학과 음악의 각각 다른 분야로 분리 되어버림으로써 옛날 우리 선조들이 느꼈던 감흥은 반감되고 말았다. 그 나라의 전통이나 문화가 시대에 따라 변모 되어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시조가 우리의 독특한 전통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함은 가락을 얹어 불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볼 때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그런 의미로 전통적인 시조의 맥을 잇기 위해서 시와 창이 서로 만남으로서 문학과 음악의 접점에서 시적 감동과 운률의 감흥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는 이의 접목을 다시 시도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최근에 와선 경향각지에서 시조 경창대회가 열리고, 시조창 애호가들을 많이 배출해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조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음을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된다. 차제에 우리 시조시인들도 자신이 작시한 시조를 낭송 대신 창으로 직접 불러봄으로서 자신의 시에 심취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조 가창의 실제에 대해 기술해보고자 한다. 시조창은 선율의 변화가 적고 단조로워 일정기간 조금만 익힌다면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곡이 단일곡이므로 한번만 익혀두면 평시조는 어떤 가사에 얹어 불러도 똑같은 곡으로 부르면 되므로 자기가 작시한 시조를 충분히 노래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별다른 반주 악기의 준비 없이도 자리를 마련하여 여럿이 巡唱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기에 대중적이고 일상화할 수 있는 음악이다.
2. 시조창의 음악적 특성
시조가 현재와 같은 형식의 노래로 불리우게 된 것은 대략 18세기 영조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조(1725 - 1776) 때의 가객 李世春이 일반 시조에 장단을 붙였다는 문헌( 신광수가 지은 石北集의 관서악부)상의 기록으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는데 당시엔 평시조만을 불렀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에 들어와서 평시조 이외에 지름시조, 사설시조, 사설지름시조와 같은 형태의 시조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시조창하면 평시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에선 평시조에 관한 가창 방법만을 다루고자 한다.
평시조도 지방적인 노래 특징에 따라 경제와 향제로 구분된다. 경제는 서울 지방을
중심으로 불리던 가락이며 향제는 다시 전라도 지방의 완제, 충청도 지방의 내포제, 경상도 지방의 영제로 나누어진다. 각 지방의 민요가 각기 그 특색이 다르듯이 시조도 선율의 변화나 시김새의 변화에 따라 그 특징이 달라서 그렇게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향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락에 있어서 경제는 중장 제 2각의 제 4박과 제 5박, 종장 제 1각의 제 2박과 제 3박에서 높은 속소리(세청)로 부르나, 향제는 그 부분을 속소리로 부르지 않고 평성으로 부른다는 점이 다르며, 장단에 있어서도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석암 정경태가 시조악보를 새롭게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았는바, 시조 애호가들의 대부분이 지금은 이를 석암제라 하여 즐겨 부르고 있다. 석암제는 경제와 향제의 좋은 점을 취택하여 알기 쉬운 선율보로 내놓고서, 이의 보급을 위해 경창대회, 연수회 등을 개최하는 등, 시조를 대중화시키는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3. 평시조의 가창 방법
(1) 먼저 장단을 알아야 한다.
시조의 한 장단을 1각이라고 한다. 1각에는 5박 장단과 8박 장단 두 가지를 사용하는데 평시조 한 수에는 다음과 같이 장단 구성이 되어 있다.
1각 2각 3각 4각 5각
<초장> 5 8 8 5 8 ( 5각 34박)
<중장> 5 8 8 5 8 ( 5각 34박)
<종장> 5 8 5 8 ( 4각 26박) < 총 14각 94박 >
1) 5박과 8박 장단의 구성을 알아보자.
* 5박 장단
1박 2박 3박 4박 5박
* 8박 장단
1박 2박 3박 4박 5박 6박 7박 8박
* 합박 : 양손으로 치는 박
* 지박 : 왼 손 식지로 치는 박
* 채박 : 채로 치는 박
* 궁박 : 왼 손으로 치는 박
궁박( ○ )은 왼 손, 채박 ( | )은 장구채를 잡은 오른 손, 지박( ○ )은 왼손 검지손가락의 표시이다. 1칸은 1박을 뜻하며 1박의 길이는 약 2초반 정도이다. 평시조 한 수를 부르는데는 약 3분 30초 정도 소요된다.
2) 장단 치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하면 된다.
시조창을 할 때는 대금(단소)과 장구를 반주로 사용하나, 준비가 안되었을 때는 양손으로 무릎장단만 짚어도 무방하다. 먼저 첫 박을 칠 준비자세로 양손을 어깨의 반 정도의 높이만큼 들었다가 양손으로 동시에 치며 '하 ㄴ 나'라고 속으로 센다. '하나'라고 빨리 발음하지 않는 건 1박의 길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 ㄴ'까지 양손을 붙이고 있다가 '나'소리에서 왼손 식지 만을 세워든다. 여기까지가 제 1박이다. 즉 그 박을 치고 나서 다음 박의 준비동작 까지가 한 박이 된다. 두 번째 박도 역시 '두ㅡ울'이라고 속으로 발음하는데 '두ㅡ'에서 식지로 짚어주고 '울'하면서 오른 손을 드는 셋째 박 준비동작 까지가 제 2박이다. 이런 식으로 제 3박, 제 4박, 제 5박을 쳐나가되 제 5박을 칠 때에는 '다ㅡ'에서 채를 치고 '섯'에서는 양손을 든다. 이제 제 2각인 8박으로 넘어갈 준비동작을 하기 위해서다. 8박 장단도 5박 장단과 같은 요령으로 치면 된다. 이렇게 해서 장단 치는 법을 터득한 뒤에 무릎장단에 맞춰 혼자서도 창을 얼마든지 부를 수 있다.
(2) 다음은 음계에 대해서 알아보자.
서양의 오선보에는 7음계가 있듯이 우리 전통음악은 12음계로 구성되어 있다. 서양음악의 7음계와 우리 음악의 12음계와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아라비아 숫자 '1'로 표시되는 황종, '4'로 표시되는 중려, '5'로 표시되는 임종의 3음계가 주로 시조창에서 쓰이는 음계이다.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황종은 서양음악의 '도'에 해당되는 음을 내면 되고, 중려는 '파', 임종은 '솔'에 해당하는 음을 내게 된다. 이 기본 옥타브에서 한 옥타브 더 올라가면 아라비아 숫자는 '1'로 표시하고 기본 율명 앞에 청(淸)자를 붙여서 '청황종'이라 하는데 이는 서양음악의 '높은 도'에 해당하는 음계를 지닌다. 마찬가지로 중려가 한 옥타브 올라가면 '청중려(4)'로 부른다. 또한 기본 옥타브에서 한 옥타브 내려가면 아라비아 숫자는 '1'로 표시하고 기본 율명앞에 배(倍)자를 붙여서 '배황종(1)' '배중려(4)'등으로 부르며 '낮은 도' '낮은 파'를 내면 된다.
이 음들을 쉽게 익히기 위해서 가락선으로 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 황(황종)과 중(중려) (나) 황과 임(임종) (다)중과 황
(라) 중과 임 (마) 황과 중, 임
(3) 악보 보는 법을 터득해야한다.
악보를 볼줄 알아야 그 악보를 보면서 창을 할 수 있다. 시조 악보로는 정간보와 선율보(가락보)가 있는데, 정간보는 우물 정(井)자 모양의 칸으로 되어있다. 각 칸은 시가(時價)를 나타내며, 각 칸 안에는 음의 높이를 나타내기 위해, 황종 중려 임종 등의 율명을 기재하고 있다. 정간보를 일반인들이 보고 부르기엔 어려운 감이 있어 이를 가락선으로 표시하여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그려진 악보로 선율보가 있다. 선율보는 음의 높고 낮음, 음의 오르내림, 목을 막았다 트기, 음을 세게 흔들기 혹은 약하게 흔들기 등을 그림으로 그려 표시했으므로 초심자들도 쉽게 보고 부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는 선율보를 보면서 부르는 법을 익히도록 하겠다. 선율보 에서는 가락선 표시 방법과 부호 표시 방법만 알면 누구나 쉽게 보고 부를 수 있다.
1) 가락선 표시
직인성(直引聲) : 곧게 쭉 뻗는 소리
전성(轉聲) : 반음 간격으로 오르내리며 흔드는 소리
요성(搖聲) : 얇고 완만하게 흔드는 소리
가성(假聲) : 속청. 가늘게 내는 속 소리
2) 부호 표시
된소리 표 : 후두를 막았다 떼는 소리
전성 표시 : 흔드는 소리
반음 올림표
밀음 표 < >와 같은 역할
숨 쉼표
상삼각(上三角) : 반음 올렸다가 원 위치로 환원함
하삼각(下三角) : 반음 내렸다가 원 위치로 환원함
악보를 보고 부를 때 이상의 가락선과 부호 표시를 잘 터득해서 시조창을 해야한다.
(4) 이제 악보를 보고 실제로 시조창을 해보자.
다음에 수록된 악보는 경제로 된 선율보이다.
1) 시조의 내용을 먼저 알고 부르자.
< 사설 >
자네 집의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草堂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請해옴세
百年덧 시름없을 일을 議論코저 하노라
< 지은이 > 김육(金堉) (1580 - 1658)
조선왕조 효종 때의 영의정. 학자. 자는 백후(伯厚). 호는 잠곡(潛谷). 청풍 사람. 충청감사로 있을 때 대동법(大同法)을 실시하도록 상소하고, 영상이 된 후에 이에 대한 절목(節目)을 작성하여 정부에 바쳤으며 먼저 호서지방에 단행하여 성공하였음. 학문에 조예가 깊으며 그 중에도 경세에 뛰어나 "구황찰요(救荒擦要)" "벽온방( 瘟方)"을 저술 간행하고, 특히 서양 역법을 잘 알아 시헌력(時憲曆)을 시행했음. 시호는 문정(文貞).
< 풀이 > 자네 집의 술이 익거든 꼭 나를 부르시게
초당에 꽃이 피거든 나도 자네를 청하겠네
만나면 백년동안 근심이 없을 일을 의논하고자 하노라
2) 악보를 보고 직접 불러보자
악보를 보면 맨 윗줄에 장단 표시가 되어 있다. 5박 장단은 왼편에, 8박 장단은 오른편에 되어 있으니 이 장단에 맞춰 부르란 뜻이다. 그 아래로 2개의 가락선으로 가락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바, 윗줄은 중려성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고 아랫줄은 기본음인 황종성의 흐름을 나타낸 것이다. 가락선 밑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호 표시는 이미 앞에서 기술했으므로 생략한다. 부호 표시와 함께 적혀있는 아라비아 숫자도 이미 12 음계표를 통해서 기술한 율명을 나타낸 것으로, 예를 들면 1은 황종을, 4는 중려를, 5는 유빈을, 1은 청황종을 표시한 것이다.
① 초장의 제 1각 (초장 첫 5박)
'자네'를 중려(파)음으로 발성을 시작하되, 첫음인 '자'만 중려에서 반음 높은 유빈성으로 하여 '네'에다가 빨리 붙인다. 증려성으로 2박까지 서서히 소리를 하되 2박에 가까울수록 점점 세게 밀어준다. 3박에서 반음 높이로 오르내리며 흔드는 전성을 하다가 4박에서 '지'발음을 함과 동시에 'ㆆ' 부호가 있으므로 목을 한번 막았다 터준 후, 황종성(도)으로 떨어져 실을 풀어 내리듯이 잔잔히 떨어주면서 5박 끝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진행한 후 1각을 마치고 숨을 쉰다. 이 대목을 부를 때는 한운출수(閒雲出峀)라 하여 한가한 구름이 산등성이에 떠오르는 듯한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이는 예의염치를 알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선비의 삶을 소리로 묘사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② 초장의 제 2각 (초장 첫 8박)
1박에서 '술이 -'를 황종에서 중려로 높이면서 3박까지 점점 세게 소리를 밀어주다가 3박 끝에서 황종으로 살짝 떨어뜨려 'ㄱ'을 재빨리 발음하고서 4박인 중려로 올라가서 전성을 해준다. 이때 3박 끝에서 황종으로 살짝 떨어질 때는 출렁하는 맛이 있게 한 후에 4박으로 올라서야 한다. 4박과 5박을 전성으로 흔든 후에 6박에서 8박 까지 증려로 쭉 뻗어 마무리 한 후에 숨을 쉰다. 2각에서는 처음 부분을 약하고 부드럽게 시작하여 3박부터 점점 더 강하게 소리를 밀다가 4,5박에서 전성을 강하게 한후 6,7,8박은 점점 여리게 여운을 남기듯 처리한다. 1박에서 8박 까지 한 호흡으로 길게 연결되어야 하나 호흡이 짧은 경우 5박이 끝난 후 도둑 숨(살짝 쉬는 숨)을 쉬면 된다. 이 대목을 부를 때는 연비여천(鳶飛戾天)이라 하여 나르는 솔개미가 창공을 배회하듯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선비는 삶의 목표를 뚜렷이 정해놓고 살아가는 동안 어떤 상황에선 온몸을 투신하기도 하고 다시금 유유히 관조하는 제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선비의 의연한 기품을 묘사한 대목이다.
③ 초장의 제 3각 (초장 둘째 8박)
1박의 '부디'를 발성할 때 '부'는 유빈성으로 내고 '디'는 중려성으로 내되, 평조로 곧장 끌고 가야 된다. 소리에 점점 힘을 실어주면서 무거운 느낌으로 끌고 가다가 4박 들어서면서부터 5박까지 계속 흔들어 준다. 이때는 전성처럼 흔들지 말고 표가 나지 않도록 느슨하게 소리를 흔들어 주어야 한다. 5박 중간쯤에선 된소리 부호가 2개 있으므로 목을 두 번 연속해서 막았다 터주면서 음을 중려 에서 황종으로 떨어뜨린다. 6박에선 계속 황종으로 전성을 하다가 7박 끝에서 잠깐 숨을 쉬고 8박은 배중려의 낮은 소리로 무겁게 내면서 황종에 도달해야 한다. 이때 1박에서 7박 까지는 한 호흡으로 끌고 가다가 잠깐 숨을 쉰 다음에 8박에서 호흡을 다시 시작하여 제 4각으로 바로 들어간다. 이 대목을 부를 때는 한상효월(寒霜 月)이라 하여 찬 서리 내린 새벽달처럼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이는 삶을 청냉(淸冷)하고 투명하게 살아가는 선비의 기개와 지조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이렇듯 시조창을 통해서 선비 정신을 은연중 체득케 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④초장의 제 4,5각 ( 초장 두 번째 5박과 세 번째 8박 )
첫 발성은 2각의 1박처럼 시작한다. 1박에서 '부르 -'는 황종 에서 중려로 음을 높인 후에 중려로 2박까지 끌고 가다가 3박에서는 전성을 강하게 해준다. 4박에서는 '시'발음을 냄과 동시에 'ㆆ'가 있으므로 목을 한번 막았다 터준후, 황종으로 음을 떨어뜨려 잔잔하게 요성을 하면서 5박 끝까지 진행한 후 숨을 쉰다. 그리고 나서 제 5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첫 박 에서 황종으로 '이 -' 하면서 중려로 밀어 올린다. 계속 중려성 '이 - 소'로 음을 끌고 가는데 초장의 종지음이 중려이기 때문에 6박까지 진행한 후 6박 끝에서 완전히 종지 한다. 나머지 7박과 8박은 여음(餘音) 2박이라 해서 쉬게 된다. 이때 중려성을 평조로 진행하지만 약간 강약의 표현을 해주게된다. 즉 1박에서부터 서서히 평음으로 나가다가 5박과 6박에서는 좀 더 세게 밀었다가 멈추게 된다. 이 대목을 부를 때는 잔연고등(殘煙孤燈)이라고 해서 외로운 등불에 하늘거리는 연기처럼 소리 묘사를 한다. 이는 시조의 한 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삶이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 시작과 끝을 장엄하게 마무리하면서 운명에 순응할 줄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다.
⑤ 중장의 제 1각 ( 중장 초 5박)
1박에서 '초다 -'를 중려성으로 내면서 약한 요성으로 떨 듯이 진행하다가 2박 들어가기 직전부터 임종성으로 한음 높여서 '아-' 모음으로 끌고 가되, 중려를 향해서 음을 풀어가면서 이동한다. 이렇게 임종에서 1율 아래로 떨어뜨린 상태로 3박을 마무리 하고 4박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ㅇ'받침을 붙이고 '에' 발성으로 들어간다. 4박과 5박은 느슨한 요성으로 흔들며 진행하다가 끝낸다. 이 대목은 2박 임종성으로 살짝 들어서 '아-'모음으로 풀어내릴 때가 점입가경이 된다. 그래서 이를 묘입운중(杳入雲中)이라 해서 아득히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형상을 소리로 그려내는 것이다. 높은 이상을 꿈꾸며 인생의 포부를 펼치려는 기상으로 묘사되는 대목이다.
⑥중장의 제 2각 ( 중장 첫 8박 )
일단 '꼬' 발음을 중려로 내면서 2박 까지 끌고 가다가 3박에서 전성을 강하게 한후에 받침인 'ㅊ'을 붙인 후에 다음 속청을 내기 위해 호흡을 조정한다. 다음 4, 5박의 속청이 평시조에서는 절묘한 대목인데, 먼저 4박을 중려성으로 전성을 하며 들어가다가 바로 청황종으로 높여 가성으로 발성을 하면서 또한 전성도 겸해 진행하다가 5박에는 상삼각 부호가 있으므로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청황종 보다 1율 높은 청태주 음 까지 빨리 올라갔다 청황종으로 내려온 후 다시 중려 전성으로 5박 까지 진행한다. 4,5박을 요약해서 표시하면 <중려 전성 - 청황종 속청 전성 - 청태주 속청 - 청황종 속청 전성 - 중려 전성> 순서로 소리를 처리한다. 6박의 중려는 평음으로 이어지다가 7박에 가서는 전성으로 끝내고 숨을 쉰다. 이때 4박에서 7박까지 한 호흡으로 처리하고 숨을 쉰다음 8박의 중려로 밀고 가서 8박 끝에선 황종으로 재빨리 내려갔다가 중장 제 3각으로 연이어 들어간다. 이때 8박 끝에서 황종으로 떨어질 때에 초장의 제 2각 3박과 같이 출렁거리는 느낌으로 표현하도록 한다. 이 대목은 고산방석(高山放石)이라 하여 높은 산에서 돌 구르듯이 소리를 하라고 했다. 우리 삶이 항상 유유자적할 수만은 없다. 숨가쁘게 달리며 살아야 할 경우가 수없이 많다. 설사 그렇더라도 창자(唱者)는 음의 높낮이와 속도감을 조절하며 소리를 정확히 끌고 가야 하듯이, 우리의 삶도 윤리와 도덕, 그리고 규범을 지키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와중에서도 인간답게 살아가는 법을 우리는 시조창을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⑦중장의 제 3각 ( 중장 두 번째 8각 )
1박의 '나 -'를 중려성으로 발성하여 잔잔한 요성으로 끌고 가다가 2박에서 '도'를 발음함과 동시에 된소리 부호(ㆆ)가 있으므로 목을 한번 막았다 터준 후에 황종으로 음을 떨어뜨려서 5박까지 진행한다. 이때 2박에서 4박 까지는 평음으로 내다가 5박이 가까워질 때 잔잔한 물결이 치듯 요성을 한다. 5박을 마치고 잠깐 숨을 쉬고 나서 6박에서는 '자'를 유빈성으로 시작하여 곧 바로 밀어올려 중려성에서 '네'를 발성하면서 나간다. 8박에선 전성으로 강하게 흔들어 주는데 8박 끝에 하삼각 부호가 있으므로 유빈 - 중려 - 유빈으로 재빨리 처리한 후 제 4각으로 들어간다. 이 대목은 장강유수(長江流水)라 하여 장강의 물이 흐르듯이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인생도 따라 흐른다. 물은 역행하지 않는다 . 세상을 순리적으로 살아라 한다. 이 대목을 하다보면 일회성인 우리의 인생, 장강의 물처럼, 선비의 시조 소리처럼 순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창자 스스로가 터득케 된다.
⑧중장의 제 4, 5각 ( 중장 두 번째 5각과 세 번째 8박 )
제 4각의 1, 2, 3박은 초장 제 1각 5박 장단의 축소 형태로 볼 수 있다. 1박에서 '처'를 중려성으로 끌고 가다가 끝에서 받침 'ㅇ'을 붙인 후 2박 들어선다. 2박에서 '해'를 발성함과 동시에 된소리(ㆆ)를 처리하면서 황종으로 떨어뜨린 후 2박과 3박은 완만한 요성으로 끌고 간다. 3박을 마친 후 숨을 쉬었다가 4박의 '오 - 오'는 황종에서 중려로 밀어 올려 끌고 가다가 5박에서 강한 전성을 해주되, 5박 끝에서 받침 'ㅁ'을 붙이면서 쉬지 않고 곧 바로 제 5각으로 들어간다. 제 5각은 중려로 계속 뻗다가 4박에서 황종으로 소리의 끝을 사뿐히 내리면서 종지한다. 초장의 종지음은 중려로 끝나지만 중장의 종지음은 황종으로 끝나므로 끝맺을 때 약간 출렁이듯 약하고 짧게 맺도록 해야 한다. 여기 중장에서는 여음 4박이 되어 창자는 나머지 4박치는 동안 충분히 숨을 고른다. 이 대목을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 하여 모래사장에 기러기가 사뿐히 내려 앉듯이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아득한 구름 속에 길 떠나는 나그네 같은 인생, 고산 방석(高山放石)하듯 숨 가쁘게 살기도 하고, 장강유수(長江流水)처럼 유유자적 순리적으로 살기도 하다가, 기러기 사뿐히 내리듯 한 폭의 그림처럼 한 장(障)을 마무리 하는 인생,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⑨ 종장의 제 1각 ( 종장의 초 5박)
1박에서 '바 -'는 유빈성에서 반음 아래인 중려로 풀어 내리는 하행 진행이다. 사설 붙임은 '백년'을 산음(散音)이 안되도록 하기 위해 '바익년'으로 한다 그래서 1박에서 '바 -'로 풀어 내리다가 2박에서 '이 -'를 속청 전성으로 청황종 까지 올려 내다가 3박 '녀 -'에서 상삼각 부호가 있으므로 청태주 까지 재빨리 올렸다 청황종으로 내리면서 속청을 풀고 나서 중려음으로 떨어뜨린 후 겉소리로 전성을 해나간다. 이 대목의 소리내는 방법은 중장 2각의 4, 5박 자리와 같다. 3박 끝에서 받침 'ㄴ'을 붙인 후 4박은 중려, 5박은 중려 전성으로 나가다 받침 'ㅅ'을 붙여준 후 숨을 쉰다. 평시조에서는 속소리로 처리해야하는 곳이 중장 제 2각과 종장 제 1각 두 군데가 나오는데 이를 매끄럽게 잘 처리할 줄 알아야 시조창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 이 대목을 원포귀범(遠浦歸帆)이라 하여 먼 포구에서 돌아오는 돗단배처럼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시조에서의 종장은 마지막 장으로서 우리 인생으로 보면 황혼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모진 풍파를 무릅쓰고 만선이 되어 귀항하는 어선처럼, 우리 인생도 이제는 많은 업적을 쌓고 낙향하여 말년을 준비해야 할 때에 이르렀다. 애내곡 부르면서 귀항하는 뱃길처럼, 향리에서 후학이나 가르치기 위해 낙향하면서 귀거래사를 읊는 선비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가.
⑩종장의 제 2각 (종장의 첫 8박)
1박에서 3박 까지는 중장 제 2각 처음과 같이 중려로 뻗어 나가다가 3박에서 전성을 해준 후 끝에서 받침 'ㅁ'을 붙이고서 이어서 4박으로 들어가는데, 4박의 사설 붙임 '어-'를 중려에서 황종으로 떨어뜨려서 3단계로 순차적으로 음을 끌어올려 쌍받침 'ㅂㅅ' 과 모음 '으'를 붙여 5박 중려성으로 끌고 간다. 5박 끝에서 된소리 부호 2개가 있으므로 목을 두 번 막았다 터준 후 황종으로 떨어뜨려 받침 'ㄹ'을 붙이고 6박 7박은 황종 전성으로 밀고 간다. 7박 마치고 잠깐 숨을 쉬었다가 8박은 초장 제 3각 8박처럼 배중려로 깊숙이 내려갔다가 요성을 하면서 황종으로 올라온다. 이 대목은 동정추월(洞庭秋月)이라고 해서 넓고 넓은 동정호에 가을달이 떠있는 것처럼 소리 묘사를 하라고 했다. 산자수려한 자연경관에 에워싸여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호수만으로도 그 정경은 아름다운데, 그 위에 떠있는 휘영청 밝은 달은 삼라만상을 숙연케 한다. 이러한 정경 속에서 아름다운 시가 잉태되고 결고운 소리가 직조되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성 이태백이 채석강 에서 완월 하며 시를 지어 읊었고, 소동파는 적벽강 추야월을 보고 적벽부를 읊었다는 그 달을 연상하며 시조창을 하다보면 창자는 어느덧 시인이 되고 만다. 아름다움만을 보고 살면 아름답게 살아진다. 자연과 시조창은 이미 하나가 되어 어울리면서, 읊는 이나 듣는 이 모두 자연과 동화된다. 우리 삶은 이런 대목에서 여유와 낭만이 넘치게 된다.
⑪ 종장의 제 3각과 제 4각 (종장의 두 번째 5박과 마지막 8박)
사설의 자수가 2자이므로 '의'를 황종에서 내고 '론'을 중려로 낸 후, 다시 중려로 뻗어 나가다가 3박에서 전성을 힘있게 해준다. 3박 끝에서 하삼각 부호가 있으므로 유빈 - 중려 - 유빈으로 재빨리 하삼각 처리를 해주고 나서, 4박과 5박은 평음으로 끌고 간다. 5박이 끝나도 숨 쉬지 말고 바로 제 4각 1박으로 들어가서 종지 한다. 종지음은 계면조 기본음인 황종음으로 종지 하는데 각이 지지 않도록 부드러운 곡선처럼 끝맺는다. 이때 호흡은 제 3각의 1박에서부터 제 4각 1박에서 종지 할 때까지 한 호흡으로 해야 한다. 여기 종장에서는 여음 7박이 되므로 제 4각 8박 중에서 1박만으로 소리를 끝낸다. 그리고 마지막 사설 '하노라'는 시조창에서는 부르지 않고 생략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선율보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대목은 완여반석(完如磐石)이라 하여 맺음은 반석처럼 하라고 했다. 시조의 3장이 모두 끝나는 순간이다. 유종의 미는 움직일 수 없는 튼튼함에서 나온다. 끝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인생의 마무리도 어떠해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 공자는 명미당집(明美堂集)에서 불항기지(不降其志)요 불욕기신(不辱其身)이라 했다. 즉 선비는 그 뜻을 꺾이지 않고 그 몸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생을 이런 선비정신으로 살아온 사람의 마지막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4. 맺음말
지금까지의 내용은 시조를 직접 평시조 곡에 맞춰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술했다. 특히 악보 보는 법을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수록된 악보를 보면서 실제 창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보았다. 평시조는 사설이 다르다 하더라도 단일곡이기 때문에 어느 사설이든 얹어서 부를 수 있으므로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직접 소리를 듣고 전수를 받아왔던 우리 노래인지라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했다 하드라도 시조창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초심자에겐 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이는 가창의 실제 방법을 터득하는데 있어서 지면만으로는 이해가 되도록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조창은 결코 어려운 노래가 아니다. 이미 우리들의 몸 속에는 우리의 가락이 베어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우리의 것이라는 걸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본문에서 몇 번 언급한 바와 같이 시조창 속에는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에 와서 가치관이 전도되었다고들 개탄한다.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외래문화의 영향 때문에 우리 전통문화가 설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문화 속에 담겨진 미풍양속도 많이 실종되어버린 상태다. 그렇다면 전도된 가치관을 어떻게 제자리에 갖다 놓을 것인가? 그 나라의 음악을 들으면 그 나라의 정치를 알 수 있고, 그 나라의 춤을 보면 그 나라의 덕스러움을 알 수 있다는 뜻으로 문악지정(聞樂知政)이요 관무지덕(觀舞知德)이라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음악을 소중히 여겨왔다. 세종대왕께서는 몸소 궁정 뜰에 나오셔서 막대기로 정간보를 그려가며 신하들과 음악에 대해 의논하시곤 했다. 음악을 통해서 백성들의 귀를 순하게 길들여 순한 백성으로 순화시킴으로써 요순시대 같은 선정을 펴고자 하셨던 것이다 . 그런 까닭에 우리 선조 들은 순리적이고 바른 음악을 접하면서 곧고 바른 삶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며 생활해 왔던 것이다. 이 시대에도 선비정신은 필요하다. 이 선비정신은 시조창과 같은 음악을 통해서 심어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시조창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되고 앞으로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