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8일 세일링 투어 중 시작 2일간은 베이어브 아일랜드 내 해 이고 항해 루트는 첫 그림과 같다.
배의 차터는 1일 약 3십 5만원의 요금으로 Fair Wind Charter Company를 선택했다.
그 금액중 5만원은 보험료와 미리 채워진 연료값이고 사용 안하고 반납하면 그만큼 차감 시켜준다.
페어윈드는 내가 오클랜드에 있었을 때 가끔 이용하던 차터 회사였고 사장과 메니져인
Kim 과 Greta (부인)도 날 아직 기억해 주었고 오랜 친구 같은 마음으로 편했다.
차터 한 배는 Beneteau 28.5 로 그 회사에서 보유한 6척의 배 중 두번째로 작은 배였지만
근해 세일링이고 5명이 달그락 거리며 좁게 지내 봐야 서로의 친근감도 더 깊어 지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럭셔리 세일링이라기 보단 전 글에서도 밝힌 바 처럼 무인도 섬 같은데 엥커링하며
원시의 수렵 활동을 겸해 비치가에서 땔감을 구해 모닥불도 피우고 비박도 하는 "정글의법칙 항해"이어서
경제적으로도 좋고 항해 목적에도 일치하는 적당한 배 였던 것 같다.
세일링에 참여 하는 인원은 5명이었고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첫날 부 터 그 역할이 자연 스럽게 정해 졌다.
그 역할들을 간략히 보자면..
썬>
1. 기상 체크 (VHF Ch 21을 틀면 하루 평균 4번 업데이트 되는 기상 내용을 무한 반복해서 들려 준다)
: 뉴질랜드에서 배를 차텨해서 나갈 경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첨부 화일에 올려 놓을테니 다운 받아 계속해서
들어보시라.. 내용에 일정한 패턴이 있어서 영어에 좀 서툴더라도 그 패턴을 알면 자기 지역의 바람 방향과 세기를
충분히 체크해 볼 수 있다. 기상의 정확성이 굉장히 높고 우리나라에서 배 타고 나갔을 때 가장 부러운 것 중의 하나이다.
2. 항해 계획 (큰 루트는 정해 놓았지만 그 날의 기상을 바탕으로 바람에 역행하지 않는 선에서 10~30마일내 플렉시블하게 잡음)
3. 엥커 내리기와 걷기 (윈드라스가 있어 스키퍼와 호흡만 맞으면 힘쓰지 않고 쉽게 올리고 내릴 수 있다)
4. 스칼럽과 크레이 잡아 오기
홍>
1. 낚시 : 하루 평균 참돔 50마리 정도를 낚는 "낚시 신동"이다. 배가 출출할때 "홍~" 한마디면 5분내로 돔이 올라 온다!
백>
1. 회 뜨기 : 스턴 쪽 좁은 난간에 겨우 걸터 앉아 회 뜨느라 살 좀 빠졌을 것이다. 회 뜨면서 본 피가 평생 본 피보다 많다나
뭐한데나.. 그래서 천국 가야한다고 나중엔 거의 모든 물고기 방생~ 역시 핑계의 대가다
2. 스키퍼 : 항해 중 99% 틸러를 잡음. 나중엔 발가락 항해술의 달인 됨!
3. 드롭 커피 : 신선한 아침 공기에 눈 비비며 나와 칵핏에서 마시는 롱블랙~ 바다 위 커피 향은 역시 다른 느낌이다..
한>
1. 설겆이 : 바닷물로 접시 닦으면서도 고추가루 하나 남은 것 못 보는 깔끔이..
2. 간식 조달 : 중간 중간 컵라면과 토스트 등 간식 대령. 문제는 간식의 반은 혼자 해치울 정도의 먹돼지!
광>
1. 주방장 : 출발 일 새벽 도축장 생고기 챙겨 올 정도의 먹는 것의 질에 신경 쓰는 깐깐 쉐프~
오클랜드 유명한 갈비집 주인 아니랄까봐.. 살롱과 주방 근처의 모든 물품 정리 정돈!
2. 안방마님 : 먹거리가 좀 떨어져 간다 싶으면 포주 포스로 눈치 줌 -> 홍은 고기 잡는데 신나고 나와 백형은 그냥 깨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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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 2nd Day>
1) 페어윈드 차터 (오푸아)
: 차터 배와 그 옆에서 마지막 청소 중인 킴! 그리고 그의 애견 (하나 기르고 싶을 정도의 정말 똑똑한 놈.. 품종 명을 잊어버림ㅠ)
: 도크 위에 지어진 페어윈드 사무실
: 우리의 세일링 플랜과 킴의 엥커리지 조언
: 2번 스칼럽 헌팅 목적지로 가기 전 러셀을 조금 더 지나서 빔리치로 항로를 바꾸기 전의 육지 마지막 포인트..
중간 중간 옛 범선의 모습을 한 세일링 요트가 많이 보임
: 광 & 백
: 한 & 홍
: 썬 (첫번째 엥커리지 파라다이스 베이의 트레킹 코스 시작점에서..)
2) 스칼럽 헌팅 : 오푸아에서 출발한지 약 2시간 우리가 첫 번째 엥커링을 한 곳은 "포로포로" 섬 중간 약 100m 전 / 수심 7m
: 뉴질랜드의 스칼럽 캐칭 기간은 지역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지만 대략 7월 1일 부터 이듬해 3월 31일 까지 9개월 기간이다.
바닥이 모래 지역이면서 조류가 있는 곳은 아래 사진과 같이 조개와 스칼럽등이 바닥에 널려 있다.
우리가 출항한 곳은 뉴질랜드에서도 요티 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의 하나인 "베이어브 아일랜드" = "다도해" 인데
여름에는 유럽과 미국 또는 호주에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수심이 낮은 엥커리지에 정박해서 스노클링으로 들어가 보니
벌써 엄청난 스칼럽 껍데기들이 바닥에 널려 있다. 유럽피안들이 조개를 잡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스칼럽은 다르다.
버터에 구워 파스타 등과 자주 나오는 스칼럽 관자는 그네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고 뉴질랜드는 스칼럽 천국이다.
역시나 킴이 조언을 해 준것 처럼 유명한 엥커리지에다 시즌 끝물에 들어가니 벌써 그 지역은 사이즈가 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7m 수심에서 숨을 참고 이곳 저곳 다녀 봐야 1~2개 겨우 갖고 나온다.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그 자체가 재미이기에 하나 두개씩 말그데로 헌팅하는 즐거움이 있었게지만서도
점심도 거른체 배 위에서 허기져 기다리는 크루들의 모습을 보니 이건 내가 레크레이션이 아니라 생존의
느낌으로 찾아 나서야 할 판이 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단 배 위로 올라왔다.
랜트 해온 스쿠버 탱크 2개 중에서 한개를..
그것도 200 bar 압력 중 딱 50 바 정도 만 사용 하기로 하고 장비를 챙긴다.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빽형이 벌써 첨벙 물에 뛰어 들었고 숨을 딱 10초만 참는다던 사람이
가리비 한개를 용케 건져 왔다. 어린애 처럼 신기 한가 부다.. 입꼬리가 홍이 같다..
나도 탱크를 메고 바로 뛰어 내렸다.
약 10여분 했을까? 벌써 양파 자루에 인원수 X 20개 정도는 잡은 듯 해 보였다.
오늘 저녁 내 임무는 다 했다 싶어서 바로 올라왔고 몇 년 만에 스칼럽의 향을 맡아 보기 위해
난 허겁지겁 그 껍데기를 벌린다.
옆에서 나를 열심히 보고 있던 칼을 하나씩 들고있던 덩치들은 다행히도 그 칼이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짚는다.
"후르릎.. 후르릎.."
이젠 초 고추장도 없이 다들 바다 향을 즐긴다..
"바다향의 쫄깃함~" 그 맛을 어떻게 표현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 이하도 생각이 안 난다.
정말 한국 가리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쫄깃함과 달달한 맛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바다 향이 깊게 깊에 뭍어져 나온다.
그래서 난 이걸 가리비라고 부를 수 가 없다.
: 바닥에 내려가면 뚜껑이 보이는 것은 다 껍데기 이다. 사진 처럼 윗 부분은 그냥 모래로 덮여져 있고 측면에 촉수들이
모래와 모래 틈의 구분선을 만든다. 잡은 다음 해감을 안해도 까보면 모래가 거의 없은 것은 사진에 보이는 것 처럼
그 촉수들이 거름지 처럼 물 빼곤 다른 입자들을 잘 막고 있기 때문인것 같다.
: 스칼럽의 관자 맛은 달콤하고 주변 촉수들은 매우 쫄깃 쫄깃 하다. 신선한 바다 향을 느끼기 위해선 살작 생수를 흘려
강한 짠기만 없애고 초장 없이 바로 "후르릎~" 하며 입에 털어 넣으면 된다.. 향은 코로 느끼는 것이 겠지만 그 쫄깃함을
느끼며 씹다 보면 어느 샌가 입 안 가득히 깊은 바다 향이 꽉 참을 느끼게 된다.
: 낚시 신동 "홍" : 미끼는 한국에서 처럼 떡밥이던 새우던 준비해 간게 없다. 새끼 손가락 보다 작은 인조미끼 또는 빵가루면 되는데
그게 뭐던, 있는거 활용해서 미카엘 같은 작은 놈을 잡고 그것을 이용해 더 큰 놈을 잡는다. 갖고 있는 낚시대도 딱 손가락
굵기다. 입질 하는 놈을 보지도 않고 이건 트래발리다, 스내퍼다, 엘로우테일이다 뭐다 촉감으로 다 알아 낸다.
어린 나이에 그런 열정이 어떻게 생겨 났을까 신기 할 정도다..
한국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12시간 이상 글자만 파고 있어야 할 아이로 자라야 했다면?
생각만 해도 완전 심~쿵 하다..
: 홍이 잡아 올리면 빽형이 또 5분도 안되 스스슥~ 이렇게 한컵씩 나눠준다..
3) 파라다이스 베이
: 스칼럽 포인트에서 10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했다. 해가 지기 전 큰 베이에 우리 포함 3척이 삼각형을 이루며 닻을 내렸다.
베이어브 아일랜드 대부분 엥커리지가 그렇지만 호수 같이 잔잔하다.
메인 섬인 우루푸카푸카 섬에는 트레킹 코스도 유명하다.
뉴질랜드에는 뱀을 비롯해 독있는 해충이 없다. 그래서 숲을 맨발로 다녀도 기껏해야 박히는게 돌 가루이다.
발가벗고 바다에서 수영하는 맛을 느끼기 전에 맨발로 그 감을 먼저 느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본다.
뉴질랜드에 오면 눈으로 본 다음 뇌로 생각하기 전에 몸 하나 하나 부터 먼저 촉감을 가져 보라고 말하고 싶다.
: 요트는 엥커링 한 후 각자 여유의 시간을 즐긴다.. 그런 다음 한 & 홍은 비치에 상륙 시켜 주니 고등을 따며 바위 근처에서 놀고
광과 나는 작은 보트를 타고 이곳 저곳 들려 보며 적당한 곳에 통발을 내려 놓았다.
: 다음 날 아침 통발 속으로 들어 온 문어와 장어 ~
(그런데 잠시 배를 이동하는 사이 그물에 넣어 둔 장어가 없어졌다.. 회 감 담당 빽형이 장어 손질에 겁을 먹고 선수 쳤다는
심증만 남기고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겨졌다)
4) 홀 인더 롹
: 베이어브 아일랜드 동 북쪽 끝자락. 그곳만 지나가면 북섬의 동쪽 해안을 따라 왕가무무, 왕가루루, 푸어나잇, 푸푸카카,
왕가레이 등을 따라 내려 가서 멀게는 그레잇 베리어 아일랜드까지 짧게는 헨엔치킨 섬까지 루트의 터닝 포인트이다.
: 홀인더롹 바로 전 마지막 등대와 등대지기 하우스
: 뒤에 보이는 섬이 홀인더 롹 (우측 상단에 홀이 보인다)
그 날의 기상 예보는 남동풍 20노트 거스트 25노트 였다. 베이어브 아일랜드 내해는 완전 호수 같이 잔잔한데 홀인더롹 부터는
완전 맞 바람이다. 삼각파도에 뒤에 딩기를 매달고 15마력짜리 엔진으로 가자니 시속 2노트도 안 나온다.
세일 축범을 하고 지그 제그로 가면 속도는 물론 목적지에 훨씬 빨리 가겠지만 문제는 홍이가 처음 요트를 타 보는 것이어서
식량 조달자가 몸 져 누우면 안되기에 무리하지 않고 뱃 머리를 다시 안쪽으로 돌렸다.
: 베이 안으로 들어오니 동 남풍의 모든 바람을 산이 가려주니 역시나 바다는 잔잔해 진다.
어느 바람, 어느 환경에서도 섬과 엥커리지가 많다 보니 그 상황에 맞는 최적지를 찾을 수 있는 옵션이 많아
정말 편안하면서도 다양하게 세일링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인것 같다.
그냥 베이 안쪽에서 조금씩만 다녀도 일주일, 열흘은 지루하지 않고 다닐 엥커리지가 많지만 우린 2일까지만 있기로 했다.
그래도 목적지에 가서 크레이 (랍스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을 광이 문어 숙회로 달래 준다.
문제는 그 사이~
그냥 심심해서 홍이가 쥐어준 낚시대를 아무 생각없이 던졌고 그 사이 대물이 걸렸다!
처음에는 안 당겨져서 바늘이 바위에 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수~욱하고 낚시대가 휘면서 드래그가 확 풀려 나간다..
모두들 나한테로 몰려 들었고 나는 생각지도 않은 일에 당황을 하며 낚시대 끝을 배 살에 꼽고 끙끙대며 버텼다.
그렇게 드래그가 풀리면 다시 감고.. 감으면 또 조금있다 드래그가 풀려 나가고..
나중엔 낚시 끝에 배가 긁혀 가랑이와 겨드랑이 사이에도 넣어 보고 양팔은 힘이 빠져 광래가 내 뒤에서 잡기도 하며 버텼다.
그러다가 10여분.. 어느 순간 좀 욕심을 내며 릴을 감아 보는데.. 팅~ 하며 줄이 터져 버렸다..
아~ 이 허무함.... 나도 모르게 "F~ck" 소리를 질렀고 산 메아리가 나한테 놀리면서 또 "F~" 이라 한다.
: Deep Water Cove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 한 곳 / 크레이를 위해 그냥 지나쳐 갈 수 뿐이 없다. 레크레이션 보단 생존이다.)
: 베이 내해로 들어 오기 전 통발을 암벽 깊은 곳 근처 크레이가 잡힐 만한 곳에 설치하고 스칼럽을 체취 할 수 있는 낮고 평온한
수면으로 다시 돌아 왔다. 배를 가득 채우기 위해 공기통의 50바를 더 써야 만 했다..
어제보다 더 먹었고 먹는 동안 아무도 사진을 찍거나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누가 까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은 자기가 해결 해야 하기에 그 무언의 경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평온 한 밤을 보내기 위해 이번엔 아무 배도 없는 새로운 엥커리지에 닻을 내렸다.
그런 평온은 익일 아침 잡아 올린 무시 무시한 괴물 두마리에 소스라치며 그렇게 시작 될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