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동성 광저우(廣州)를 가로지르는 주강(珠江) 위로 차향(茶香)이 흘러넘쳤다. 광저우 남서쪽 파저우(琶洲)에 위치한 중국무역전시관 C구역에서 지난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중국 최대 차박람회이자 세계 최대 규모인 ‘2013 중국 광저우 국제 차박람회’가 열렸다. 14회를 맞이하는 차박람회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업체가 참가하여 사상 최대의 성황을 이루었다. 광저우시 인민정부와 중국차엽유통협회, 광동성차업협회, 광저우시차문화협회가 연합하여 행사를 치렀다. 차박람회의 6만㎡ 규모의 전시장은 한국, 일본,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등 20여개국에서 참가하여 600개가 넘는 부스가 운영되었다. 전시장은 5개의 특색 있는 주제로 공간을 나누었다.
중국의 유명하고 오래된 브랜드만 들어갈 수 있는 중화품패관(中華品牌館)에는 중국의 6대 차류(茶類)를 대표하는 47개의 회사가 넓은 공간에 품격 있는 부스를 구성했다. 중화품패관은 전통과 품질을 자랑하는 회사들의 차를 맛보기 위하여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하루 종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6대 차류 중에서도 역사가 비교적 짧은 보이차의 강세는 시샘이 날 정도로 컸다. 특히 7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맹해(海) 차창의 대익(大益)은 명품관 중에서도 정중앙에 자리잡아 위용을 자랑했다. 시음을 원하는 사람들과 차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끝이 없었다.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온 한 보이차 대리상은 “매년 광저우 차박람회에 오는데 정보 교류와 신상품에 대한 빠른 정보를 얻으러 온다”며 “타 지역의 대리상을 만나기 어려운데 이런 기회에 함께 어울리며 관계를 돈독히 한다”고 즐거워했다. 차박람회는 일반인의 차에 대한 관심과 볼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차업을 하는 이들의 교류를 위한 훌륭한 공간이다. 전문 차예사의 기량을 눈앞에서 즐기며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가 전시 기간 동안 계속되어 탐방객을 즐겁게 하였다. 차 문화에 대한 강의와 발표에 이은 토론과 활발하고 격의 없는 질의와 응답을 지켜보며 그들의 뿌리 깊은 차 문화와 차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경전보이관은 보이차만을 위하여 신뢰할 만한 중견 보이차 회사 72개 가 모여 있는 전시관이다. 윈난성(雲南省)에서 생태환경이 좋은 고차수 산지만을 선정하여 전통 수공압제 방식으로 보이차를 만드는 진미호(臻味號) 차창은 불과 5년 만에 급성장한 새내기 회사다. 올봄에는 300개에 달하는 맹해 지역의 차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창을 소유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진미호의 추밍중(邱明忠) 사장은 40세가 채 안 된 젊은 경영자. 그는 “모차(毛茶)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지만 고차수(古樹茶) 원료로만 차를 만들겠다”며 차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백가쟁명관(百家爭鳴館)에는 소규모지만 정성과 열의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중소 차창과 새로이 박람회에 참여한 회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108개의 참여 회사 대부분이 보이차 관련 회사였다. 아직은 전국적 지명도가 높지 않지만 신생업체들의 차품도 무시 못할 개성이 있었다. 아담한 부스가 구멍가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어 외관상 볼품없고 작다고 그냥 지나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가쟁명관이라는 이름답게 수시로 각종 차에 대한 맛 겨루기가 벌어지는 대형 무대에서는 마침 전문 차예사의 기량을 겨루는 시합이 열려 많은 이들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중국 고전의상을 입은 차예사들이 무대에 배열한 차탁에 앉아 저마다 기량을 뽐내고 있었다. 취재 열기도 뜨거워 CCTV와 지역방송이 현장중계를 하고 있었다.
차박람회에서 빠질 수 없는 차도구문화관에는 다구(茶具)를 알리기 위하여 232개의 부스가 운영되어 뜨거운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자사호(紫砂壺)로 유명한 장쑤성 이싱(宜興)에서 참여한 다양한 등급의 공예사들이 작품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해 보이기도 하며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중국과 일본에서 출품한 은과 동을 이용한 다양한 차도구도 화려함과 단아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은당(韓國銀堂)에서 백용식(白龍植) 명인이 참석하여 그들의 기량을 뛰어넘는 우수한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었다. 좀 더 많은 한국의 차 관련 업체가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 ▲ 차박람회 본관
차박람회장 내 경전보이관에서 돋보이는 회사가 있어 대회장에서 나와 차를 타고 직접 그 회사를 찾아가 보았다. ‘쌍진(雙陳)보이차’다. 광저우에서 1시간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동관(東莞)에 현대식 차 창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1995년부터 보이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쌍진의 천융탕(陳永堂) 사장은 온도와 풍향 그리고 습도조절이 가능한 현대식 대형 창고를 여러 동 운영하고 있었다.
10층으로 된 차 창고는 커다란 사각형 안에 또 다른 사각형이 들어가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 외부의 바람과 햇빛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피하기 위하여 3층 이상의 높이에서부터 차를 보관하고 있었다. 차 창고로 통하는 문은 은행의 금고처럼 견고하였다. 이중문을 통과해야만 유리창 너머로 숙성 중인 차를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차 창고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국제차박람회장에는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박람회가 있었다. 2013년 국제 커피 엑스포다. 대용차의 개념으로서, 차박람회의 한 부분으로 열렸다. 아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내 커피 소비량과 스타벅스·네슬레 같은 다국적기업의 진출 속도로 보아 윈난성을 선봉으로 한 중국 커피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
윈난성 푸얼시는 최근 보이차(푸얼차)에 대한 러브콜을 과감히 버리고 시의 지명도를 높이기 위하여 푸얼시를 커피의 도시로 표방하고 있다. 푸얼시는 중앙정부와 윈난성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지원하는 커피산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의 커피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2%에 불과하여 커피 가격결정권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홀대받는 것이 현실이다. 원두커피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정한 1차 목표는 전 세계 생산량의 10%이다. 조만간 실현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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