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콜레지(Pergolesi)의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이제 내일부터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우리 신자들이 보내는 가장 거룩한 전례시기입니다. 이 거룩한 시기를 앞두고 여러분에게 묵상하면서 들을만한 음악을 또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가 작곡한 ‘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라는 곡입니다. 말 그대로 번역하면 ‘그분께서 서 계셨다.’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만 가톨릭 신문을 검색해보니 '십자가 아래의 어머니'라고 번역하였더군요. 세인들은 이 곡을 일본어 번역을 따라 ‘성모애상곡’이나 혹은 ‘슬픔의 성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가사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9월 15일)에 불려지는 부속가입니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가사는 원래 13~14세기 경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기원을 두고 있는 기도문입니다. 이 기도문의 지은이는 당시 프란치스코 수도회 지도자인 또디의 쟈꼬뽀네(Jacopone da Todi, +1306)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지고 있습니다(일설에 의하면 교황 인노센트 3세/1216년, 혹은 성 보나벤투라의 작품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십자가 곁에서 비통하게 우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슬픔을 아름다운 비애로 묘사한 이 곡은 20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연부터 8연까지는 성모님의 고통을 묘사하고 있으며, 9연부터 20연에서는 이러한 고통에 우리도 함께 참여함으로써 천국 영광의 은총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간구하고 있습니다.
'스타바트 마테르'의 기도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아들예수 높이달린 십자곁에 성모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2. 섧고설운 슬픔고통 성모성심 칼에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3. 독생성자 수난하니 여인중에 복된성모 애간장이 다녹네.
4. 아들수난 보는성모 맘저미는 아픔속에 하염없이 우시네.
5. 예수모친 이런고통 지켜보는 우리죄인 누가울지 않으리?
6. 십자가의 아들보며 함께받는 성모고통 누가슬퍼 않으리?
7. 우리죄로 채찍모욕 당하시는 아들예수 성모슬피 보시네.
8. 기진하여 버려진채 죽어가는 아들보고 애처로이 우시네.
9. 사랑의샘 동정성모 저희들도 슬퍼하며 함께울게 하소서.
10. 그리스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제마음에 불이타게 하소서.
11.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맘속에 주님상처 깊이새겨 주소서.
12. 저를위해 상처입고 수난하신 주님고통 제게나눠 주소서.
13. 사는동안 십자고통 성모님과 아파하며 같이울게 하소서.
14. 십자곁에 저도서서 성모님과 한맘으로 슬피울게 하소서.
15. 동정중의 동정이신 성모님의 크신슬픔 저도울게 하소서.
16. 주님상처 깊이새겨 그리스도 수난죽음 지고가게 하소서.
17. 저희들도 아들상처 십자가위 흘린피로 흠뻑젖게 하소서.
18. 동정성모 심판날에 영원형벌 불속에서 저를지켜 주소서.
19. 그리스도 수난공로 십자가의 은총으로 보호하여 주소서.
20. 이몸죽어 제영혼이 천국영광 주예수님 만나뵙게 하소서. 아멘.
'스타바트 마테르'는 제가 오늘 소개하는 페르골레지 뿐만 아니라 중세시대 때 그레고리오 성가로도 남아 있으며, 그후 르네상스 시대의 죠스캥 데프레(Josquin Desprez), 팔레스트리나(Palestrina), 등으로부터 페르골레지와 같은 바로크 시대의 스카를라티(D.Scarlatti), 비발디(A.Vivaldi)를 거쳐 낭만주의 시대에는 롯시니(G.Rossini), 베르디, 드보르작, 라인베르거(J.Rheinberger)로 이어져 내려왔으며, 그리고 현대에는 풀랑(Poulenc), 스찌마노브스키(Szymanowski)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소개하는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는 음악애호가들 사이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며, 가사에 나타나는 슬픔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의 삶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에 그러하다고 여겨집니다.
페르골레지는 바르크 시대의 작곡가인데 세인들에게 그다지 잘 알려진 음악가는 아닙니다. 말하자면 마이너 작곡가인 셈이지요. 그러나 음악 애호가들에게 그는 거의 이 한 곡으로 기억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페르골레지는 이탈리아 중부지방 출신으로 26살의 이른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작곡가입니다. ’스타바트 마테르‘이외에 ’마님이 된 하녀‘라는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하는 ‘스타바트 마테르’라는 곡은 페르골레지가 죽기 직전에 작곡한 곡입니다. 당시에 폐결핵이라는 병은 불치의 병이었습니다. 그가 폐결핵에 걸려 죽음이 눈앞에 있음을 알고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쓴 곡이라 그런지 들을 때마다 절절한 슬픔이 묻어납니다. 아마도 그는 이 곡을 쓰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모님의 영광스런 승천을 염두에 두면서. 그분들의 도움으로 자신도 천국에 초대받기를 열망하며, 때 이른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 애썼을 것입니다. 그는 이 곡을 죽기 이틀 전에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살아 생전에 그는 이곡이 연주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곡가 자신도 들어보지 못했을 이곡을 무려 281년이나 지나 이탈리아와 멀리 떨어진 한반도에서 듣는다는 것을 페르골레지는 상상이라도 했을까요?
여러분이 CD로 들으시면 좋겠지만 컴퓨터를 통해서 음원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성 삼일 동안에 이 곡을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여분 정도 걸리는 곡이라 짧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앞에서 소개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보다는 확실히 훨씬 짧습니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성금요일에 이 곡을 들으시면 아마도 성모님의 애타는 심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신부님.
귀한 음악들로 거룩한 성주간을 더욱 뜻깊게 묵상하며 지낼수있도록 저희들을 이끌어주심에..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십자곁에 저도서서 성모님과 한맘으로 슬피울게하소서..아멘.
감사합니다.
[맑은 음악실]에 유튜브 링크 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