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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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은 머리가 긴 자신을 보면
깜짝 놀라며 왜 머리 길렀냐고
자르면 안되냐고
안타까운 듯 묻곤 하는데
머리털에 도가 있는 줄 아는 모양이라고
껄껄 웃으며
철렁이는 이 머리가 자란지는
일년 반이 되는데
자르는데는 한시간도 채 안 걸립니다.
혹시 만행이라는 걸 아세요?
지금 만행 중이며
만행은 절집에서 배울 수 없는 걸 배운다고
놀라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준다며
봄볕처럼 따사로운 미소로
곡차 두 세 잔에 붉게 물들어
지난 세월을 회상한다.
중 고등학교 내내 성적은 우수했지만
당시는 어려웠던 시절이라
형편이 넉넉지 않아
대학 갈 처지가 못 되었으나
친척의 도움으로
같은 학년인 아들의
진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집안 기대주라고 등록금을 대주었다 하는데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여
꽤 유명한 대학교를 졸업 후
집에 가서
무릎을 꿇고 절에 들어가겠다고 하니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학비를 대준 친척 어른까지
어이없어 하며 펄쩍펄쩍 만류했다고 한다.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고
몇 년만 산에 들어가서
열심히 수행하여 큰 도를 깨달으면
하산을 하겠다고 애원을 했다 하는데
그때 생각하기로는
열심히 하면
금방 도를 깨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나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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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와 친척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한 사람이 출가하면 3대가 극락에 난다며 출가의 뜻을 굽히지 않으니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승낙하였다 는데
그때의 일을 눈앞에서 보듯 석양 빛 노을 같은 엷은 미소로 꺼내는 옛 이야기가
잔잔한 호수의 물안개와 같이
마지못해 승낙을 하고 눈물을 보이시는 스님 아버지의 모습이 찡하게 떠올라 내 마음을 슬프고,, 아리게 했다.
송광사 문중으로
석두 스님의 다섯 제자 중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효봉스님의
사형되는 분의 제자로 들어갔다 하는데
어렵게 승낙을 받아 출가를 하였으니
그의 구도에 대한 열정은 남달라 기필코 깨닫겠다는 각오와
구도의 일념 하나로 오롯 했는데
한자어와 범어로 된
처음 접하는 사람은 발음조차 어려운 오 천자가 넘는 금강경을
보름만에 줄줄 외우니 전생에 공부 좀 했나보다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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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어름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