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철괴리)은 경건하고도 공손하게 두 신선에게 절을 올리며 대도의 요결에 대해 가르침을 청했다. 노자와 완구선생 두 신선은 이 현에게 대도요결에 대해 한바탕 강의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는 이 현에게 되돌아가서 지금 가르쳐준 법에 따라 열심히 수련하라고 당부했다.
그 기쁨과 반가움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노자가 서역으로 함께 유람가자고 제의
오랜만에 스승과 제자가 한자리에 앉았다. 노자(태상노군)는 이 현(철괴리)에게 "나는 곧 서역 여러 나라를 유람하고자 하니, 너도 함께 가자꾸나. 10일 후에 육신은 여기 두고 혼만 빠져나와 내가 있는 화산으로 오너라. 잊지 말고 약속을 지키도록 해라."고 하였다. 말을 마치자 노자는 완구선생과 함께 학을 타고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 현 가부좌한 채 혼이 육체를 떠나
노자와 약속한 10일이 되자 이 현은 제자 양자를 불러서 "나의 혼이 육체를 떠나 태상노군을 만나러 멀리 화산으로 간다. 육신을 이곳에 남겨두고 가니, 네가 잘 지키도록 하라."고 당부하였다. " 만약 나의 혼이 7일이 지난 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너는 나의 육신을 화장해 버리도록 하라."고 했다. 이 현이 곧 가부좌하고 혼이 육신을 떠나자 제자 양자는 스승의 명령대로 스승의 육신 옆에서 호법하였다.
스승의 육신을 화장
양자는 이 현의 육신 곁을 떠나지 않고 조심해서 잘 지켰다. 스승의 혼이 돌아오기 하루 전인 6일째 되던 날에 느닷없이 양자의 친척이 말을 몰고 찾아왔다. "너의 어머니가 중한 병에 걸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네 어머니 임종을 지키고 마지막 살아계신 모습을 보자면 함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였다. 양자는 이 급보를 듣고 상심하여 눈앞이 캄캄해지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스승 이 현의 육신을 지켜야 하는데 집으로 가지 않을 수도 없고, 어찌할 줄 몰라 갈팡질팡했다. 양자를 데리러 온 친척은 집으로 돌아갈 것을 재촉했으나 양자는 스승 이 현의 육신을 가리키면서 " 나의 스승님의 혼이 육신을 떠난 지 6일째다.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는데 만약 내가 이곳을 떠난다면 누가 스승님을 호법할 것인가?"했다.
친척은 초조해하면서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못한다. 하물며 너의 스승은 죽은 지 이미 6일이나 되었다. 신체 안의 내장은 벌써 부패하였을 것이다. 어떻게 떠나간 혼이 되돌아 올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스승이 아무리 중하다 한들, 너를 낳고 길러주신 모친보다 더 중하단 말인가? 만약 너의 모친이 너를 보지 못하면 한을 품고 죽을 것이다. 아마 너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빨리 이 자리에서 결단을 내려라. 네 스승의 육신을 화장해 버리고 곧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말을 마치자 다짜고짜 육신을 화장하기 위해 마른 나뭇가지를 옮겨오기 시작했다. 양자는 모친의 병이 중병이라는 소식에 마음이 혼란스러워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어찌할 도리 없이, 친척과 함께 스승의 육신을 화장하기 위해 움직였다. 양자는 스승 이 현의 육신 위에 마른 장작을 가득 쌓아 놓은 후 초라한 제물을 차려놓고 곡을 한바탕 한 후, 두 번 절하고 제사를 올렸다. 제사를 마친 후 마른장작에 불을 붙이고 스승의 육신이 타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대성통곡을 한 후 친척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
이 현 유체이탈하여 노자를 따라 서역을 유람
한편, 이 현의 혼은 화산으로 가서 노자를 만났다. 스승을 따라, 서쪽으로 천축국 여러 나라를 두루 둘러보았다. 또 봉래, 방장산을 지나 36 동천복지를 유람하고 화산으로 돌아왔다. 태상노군께 작별인사를 하는데, 노군께서 빙그레 웃으면서, 이 현에게 작별시 하나를 선사한다.
벽곡불벽맥 辟穀不辟麥 곡식을 먹지 않았다고 하나 보리마저 피한 게 아니고
거경로역숙 車輕路亦熟 수레는 가볍고 길은 또한 익숙하구나
욕득구형해 欲得舊形骸 옛날 모습을 찾으려 하는데
정봉신면목 正逢新面目 정작 새로운 얼굴을 만나리라
이 현은 노군께서 하사한 시를 그 뜻도 모른 채, 한번 읽어보았다. 그리고 곧 제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 현, 처소로 돌아 왔으나 육신은 찾을 길 없고
제자가 있는 곳으로 왔으나 정작 자기의 육신은 보이지 않고 제자 양자도 어디갔는지 없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니 무엇을 불태운 듯한, 괴괴한 정적만 흐를 뿐이었다. 이때서야 비로소 자기의 신체가 화장된 것을 알았다. 이현은 이것이 어찌된 일일까, 주저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근처 산등성이에 거지 시체가 한 구 놓여 있었다.
거지의 시체를 육신으로
거지의 시체를 보자 태상노군께서 이 현에게 선사하신 시구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옛날 모습을 찾으려 하는데 정작 새로운 얼굴을 만난다." (欲得舊形骸 正逢新面目).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이 현은 활연대오 하면서 "이것이 나의 새로운 얼굴이구나."하며 갈 곳 없던 그의 혼이 거지의 육체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이 현은 헝클어진 머리카락, 때에 찌든 얼굴, 드러낸 배에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양이 되었다. 그 후 수련에 매진하여, 이 현은 원만하여 학을 타고 등선한 신선이 되었다. 이미 변화의 술법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었으나 이 현은 더는 자신의 모습을 고치지 않았다. 항상 쇠 지팡이를 짚고 쩔뚝거리면서 다녔다.
그래서 이로부터 철괴리(鐵拐李: 쇠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이씨라는 의미)라고 불렸으며
후세까지 유전되어오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