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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민 |
전주금평초등학교 5학년 2반 |
♥ 존경하는 선생님 : 박연숙선생님 |
5학년 2반! 박연숙 선생님 반! 우리 반은 5학년 2반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뚱땡이 반’, ‘우당탕탕 반’, 그리고 ‘당근 반’이다. ‘뚱땡이 반’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유난히 우리 반에 뚱뚱하고 키가 큰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키가 156센티미터 정도가 될까 말까 하고 몸무게도 50킬로그램도 안될 것 같은 모습이시다. 그런데 우리 반 친구들은 70킬로그램 가까이 나가는 거구들이 7명 정도 있다. 물론 키도 선생님보다 훨씬 커서 교실이 꽉 차 보인다. ‘우당탕탕 반’이라고 불리는 것은 7명의 무리들이 한꺼번에 복도로 걸어가면 3층 복도가 울려서 붙은 별명이다. 마지막 ‘당근 반’은 내가 붙인 별명인데 이유가 특별하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별명이기도 하다.
우리 선생님 수업은 항상 즐겁다. 지루할 수 있는 수학 시간에도 선생님의 독특하고 높은 목소리 톤으로 애드리브를 해 주시기 때문이다. 수학을 잘하지 못하는 주진이가 어쩌다 문제를 잘 풀면 “오우! 잘 했어! 넌 우리 반의 희망이야. 오~우 주진! 뽀뽀해 「주진」못해도 사랑은 주지.” 느끼한 목소리고 말씀을 하실 때면 주진이가 무척 당황해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배꼽 빠지게 웃는다. 조금은 닭살스럽지만 기분은 좋다.
가끔 우리가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으면 선생님은 드디어 당근을 내미신다. “얘들아~ 정신 차리고 수업을 하면 너희들에게 당근을 줄게. 당근 좋아하지?” 친구들은 갑자기 눈이 반짝 거리며 수업에 열중한다. 당근을 주신 지가 좀 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당근을 받을 수 있다니.........
여기서 당근은 바로 영화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에서 나온 단어다. 수업을 바른 태도로 열심히 하면 재량 시간이나 토요일에 영화를 보여 주시는 것이다. 시간이 부족해서 많이 보지는 못하지만 잠깐이라도 아주 행복하다.
난 선생님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무뚝뚝해서 선생님께 표현은 못하지만 우리 엄마보다 더 좋다. 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많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남자친구들이 서로 싸우면 회초리부터 들지 않으신다. 우리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보시고 나지막이 한마디 하신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믿고 사랑한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자. 우리 함께 노력하자.”라고 하시며 악수를 하신다. 지금까지 다른 선생님들은 일단 야단을 치시고 회초리를 들거나 반 전체가 기합을 받았는데 난 조금 당황했다. 시간이 지나면 선생님의 본색이 들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선생님의 모습은 한결같으시다.
우리랑 이야기를 하실 때도 마치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게 하신다.
“아잉....... 정말! 정말? 정말? 난 너무 이쁜가 봐~ 그치 얘들아!”
“어제는 글쎄 선생님 아들이 이불에 쉬했어. 3학년인데....... 어머 어머. 사실 나도 늦게 까지 이불에 쉬를 하긴 했어.”
전혀 창피해 하지도 않으시며 밝은 모습으로 말씀하신다.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우면 선생님은 좀 망가져도 된다고 주장하신다.
나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엄마하고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것이다. 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화장대에 놓인 엄마 화장품에서 선생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우와~ 좋다. 우리 선생님 냄새 난다. 이야 우리 선생님하고 유일하게 같은 점이 있네. 다른 것도 같았으면 좋겠다. 우와~ 선생님 냄새 너무 좋다.” 그 순간 엄마의 눈초리가 날카롭게 빛났다.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샘부리기 좋아하는 엄마를 자극한 것이다. 얼른 그 자리를 피해서 나왔지만 엄마의 눈빛이 여전히 날카로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전에도 엄마를 삐치게 했는데 또 엄마를 자극한 것이다.
어른이 되면 직업이 선생님인 사람과 결혼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우리 선생님처럼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키고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현명한 사람이랑 꼭 할 거라고 말했을 뿐인데 엄마가 화를 버럭 냈다. 무뚝뚝해서 엄마에게는 그런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선생님께만 표현하는 아들에게 서운해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 덕분에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니까 엄마도 좋아하실 거라고 믿는다.
5학년 2반 홈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2009년 9월 15일 알림장
울 5학년 2반 아가들아!
선상님은 너희들을 넘 좋아한다.
너희들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너무나 좋거든.
너희들이 선상님을 위해 기도를 좀 해주렴.
요즈음 선상님을 괴롭히는 분이 계셔서 말이야.
알것냐? ㅋㅋㅋ
또 하나 말 잘들으면 당근을 너희에게 주겠노라.
따랑해
다른반 선생님들은 한글 맞춤법에 맞추어 정확히 쓰시지만 우리 선생님은 아니다. 그래서 더 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교장선생님이 아시면 엄청나게 화를 내실지도 모르지만 선생님은 꿋꿋하게 우리랑 눈높이를 함께하신다.
오늘도 선생님과 함께하는 하루는 아주 즐거웠다. 여전히 느끼하고 닭살스러운 애드리브를 하시지만 애드리브가 없는 날은 은근히 걱정된다. 어디 아프신 건 아닌지, 누가 괴롭게하는 건 아닌지. 닭살이 돋아도 좋다. 선생님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근 반’ 아이들에게는 신종플루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6교시 마지막 수업을 마치며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오~ 우리 귀염둥이들. 이쁜 선생님 보고 싶어도 좀 참고 낼 만나자. 오늘도 수고 많았떵~ 따랑해!”
으~악!
친구들이 쓰러진다. 느끼하고 행복해서 쓰러진다. 선생님은 나를 밝게 비춰주는 붉은 태양이다. 나도 선생님들 닮아가는 것 같다. 좀 느끼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