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다섯 손가락 이름’의 유래
첫째손가락은 엄지손가락, 무지(拇指), 벽지(擘指), 대지(大指), 거지(巨指)라고 하는데, ‘엄지’는 ‘첫머리’라는 뜻으로, ‘엄’은 ‘어미’와 어원이 같으며, ‘무(拇)’와 ‘벽(擘)’은 ‘엄지손가락’이라는 뜻의 한자이며, ‘대(大)’와 ‘거(巨)’는 엄지손가락이 가장 큰 것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엄지는 우두머리를 상징하며, ‘내가 최고’라 하는 자신감과 일등의식이 동할 때 엄지손가락을 세웁니다. 엄지는 넉넉한 마음, 부유함, 여유, 안락함의 상징이며, 엄지의 기운이 잘 발달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있고 푸근합니다.
이런 자신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반대로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는 동작으로 로마의 황제들이 사람을 죽이라는 신호로 썼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간혹 주먹을 쥘 때 무의식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숨기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자신감이 없어 매사 뒤쳐지려고 하는 성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손가락은 집게손가락, 검지, 식지(食指), 인지(人指), 염지(鹽指), 두지(頭指)라고 하는데, ‘검지’의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식지(食指)’라는 명칭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에 송(宋)이라는 공자가 입궐하는데 갑자기 식지(食指)가 떨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동행하던 친구에게 보이면서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더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궁에 들어가 보니 과연 요리사가 커다란 자라를 요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자 왕이 그 까닭을 물으므로 식지(食指)가 떨린 일에 대해 고하였는데, 이 말을 들은 왕은 장난을 할 생각! 에 그를 밖으로 내보내 요리를 먹지 못하도록 하였더니, 그는 나가면서 요리 솥에 식지(食指)를 넣어 국물을 맛보고는 물러났습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려고 할 때나 욕하려고 삿대질할 때나 방향을 가리킬 때는 주로 둘째손가락을 씁니다. 엄지가 주로 ‘나 위주’의 긍정적 에너지라면 검지는 주로 ‘너 위주’의 부정적 생각을 표현합니다. 둘째손가락으로 가리킴을 당하면 대부분 불쾌한 느낌을 받는데, 이는 검지에 공격적인 살기 또는 경멸을 암시하는 기운이 흐르기 때문입니다.
셋째손가락은 가운데 손가락, 중지(中指), 장지(長指), 장지(將指)라고 하는데, ‘중(中)’은 가운데에 위치해서, ‘장(長)’은 길어서, ‘將(장)’ 역시 가장 길어 우뚝 선 모양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셋째손가락에는 지성리듬인 수궐음심포(手厥陰心包) 경락이 흘러가는데, ‘마음보’인 ‘심보를 잘 쓰라’는 말도 있는데 심포 경락은 지식의 저장창고에 해당하며, 심포경락이 잘 발달된 사람은 지식이 풍부하고 기억력이 좋습니다.
가운데 손가락이 유난히 긴 사람들은 대체로 지성리듬이 발달되어 학문적인 소질이 다분하며, 게다가 가운데 손가락 안쪽에 푸른 핏줄이 선명하며 손바닥까지 푸르면 대체로 심포경락이 무척 발달한 사람이며, 이 청록색이 궐음(厥陰)의 색이며 바람과 봄의 상징색입니다.
넷째손가락은 약손가락, 약지(藥指), 무명지(無名指)라고 하는데, 원래는 이름이 없다고 하여 ‘무명지(無名指)’로 불려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이 손가락은 한의학에서 심장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 독이나 해로운 물질이 있으면 이 손가락에 증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약을 저을 때 반드시 무명지를 사용하였으며 이러한 연유로 ‘약지(藥指)’라는 명칭이 붙여졌지 않나 싶습니다.
넷째손가락으로 흐르는 경락은 지식을 저장하는 셋째손가락의 경락과는 정반대로 지식을 배설하는 망각에 관여합니다. 담배가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에는 중독성도 있겠지만 담배가 주는 정신적 위안 때문이기도 하는데, 담배나 마약 등이 가지고 있는 속성은 바로 이러한 망각 작용입니다. 복잡한 생각과 문제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머리를 비우는 순간 알 수 없는 황홀감이 밀려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비워서 오는 행복감이 아니라 의존해서 오는 편안함은 일시적이어서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더욱 큰 공허감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일을 자주 잊어버리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잊어버리고 싶은 것을 잊지 못하는 것은 더 큰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섯째손가락은 새끼손가락, 소지(小指), 계지(季指), 수소지(手小指)라고 하는데, 가장 작고 끝에 있으므로 ‘새끼’, ‘작을 소(小)’, ‘끝 계(季)’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흔히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면 통상 애인이라는 뜻으로 통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새끼손가락 안쪽으로 흐르는 경락은 심장에서 흘러오는 소음경락인데, 서양에서도 심장모양을 딴 하트 문양이 사랑의 상징으로 내려오고 있고 누군가를 사랑하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생리현상이 증명하듯 새끼손가락으로 흐르는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은 사랑과 예술의 감성리듬을 상징하며, 그래서 유별나게 새끼손가락이 길고 수려하게 발달되어 있으면 예술가적 기질의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