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은 전북의 남원, 전남의 구례, 경남의 하동, 산청, 함양을 아우르고 있다. 같은 지리산 줄기라도 이쪽과 저 쪽은 거의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맥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이에 기인된 교통 문제 해결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그 중 엄천골이라 함은 경남 쪽의 함양과 산청을 끼고 흐르는 엄천강이 있는 골짜기를 말하며 마천에서부터 산청군 금서면 화계와 함양군 유림면까지를 통틀어 엄천골이라 했다. 지금은 도로가 잘 포장되고 이웃에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옛부터 오지 마을의 대명사로 통했던 곳이 엄천골이었다.
이 엄천골도 지리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골짜기에서 살았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은 사라져 버린 여러 낱말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이 낱말속에는 그 지방의 방언도 있으며, 방언도 아닌데 국어 사전에 없는 낱말도 있을 것이다.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이 낱말이 익숙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40대 이전의 분들은 아주 생소한 낱말일지도 모르겠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이웃 마을에도 같이 쓰였던 말이 많으리라 짐작이 되나 구체적인 사항을 잘 모르겠고 엄천골에서 많이 쓰였던 것을 정리해 본다.
*꼴 망태: 새끼줄로 만들었으며 그물처럼 엮어져 소의 사료로 이용되는 풀을 베어 그 속에 넣어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한 도구임
*바지게 : 지게 위에 싸리 나무를 엮어 만든 농사용 도구였으며 이 것에 퇴비 운반, 소 풀을 베어서 지게에 지고 운반하는 생활 도구였음
*지게 : 새마을 운동 이전까지 각 가정마다 반드시 존재했던 필수 생활 도구였으며 산에 가서 나무 해 오기, 들판에서 보리짐, 볏단 운반, 정미소에 쌀가마니 운반용으로 반드시 필요로 했던 생활 도구였음. 농로가 개설되고 나서부터는 지게 대신 리어카가 운반용 도구로 대체 되었음
*쟁기 : 논을 갈 때 땅을 파기에 용이하게 쇠붙이로 된 농기구였으며, 나무에 부착을 하여 앞에서는 소가 이끌어 논이나 밭의 땅을 일굴 때 쓰였던 농기구였음
*코뚜레 : 소 코를 끼는 나무로 만들어 진것
*호간 : 똥돼지 키우는 곳이며 화장실 겸용
*수황 : 퐁당 튀어 오르는 구식 화장실
*품앗이 : 남의 일을 해주고 돈 대신 필요할 때 일로 받는것
*철 나무: 늦여름이나 가을철에 산 비탈의 풀, 나무를 베어 말려 땔 나무로 이용하는 나무
*그리 : 엄청강에 큰물이 불었을 때 대나무로 통발처럼 만들어 강 바닥을 훑어 고기가 안으로 들어 오게 하여 고기 잡는 도구
*후리치기 : 강의 일정한 곳에 강 아래를 보고 역V모양의 강돌로 막은 다음 통발을 그 가운데에 설치를 하고 긴 대나무 끝에 헝겊을 매달고 고기를 쫒아 올리며 고기가 통발속으로 들어 가게 하는 고기잡는 방법
*반주깨미 놀이 : 소꿉놀이의 엄천 방언
* 엿 치기 : 가락으로 된 엿을 부러트려서 엿 가운데 구멍이 많고 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의 엿을 뺏아 먹는 놀이
*배꼽마당 : 집 안에 있는 마당 외에 집 가까이에 있으며 참깨나 기타 타작을 하기에 용이한 마당(배꼽처럼 작다는 의미를 내포
* 도리깨 : 보리나 밀, 콩 등을 두드려 곡식의 열매가 터지게 하는 도구
* 훌치기 : 쇠로 만들어졌으며 톱날을 거꾸로 세워 놓은 모양을 했으며 날이 길쭉하여 벼 이삭을 그 사이에 넣고 벼 낱알을 훑어 내는 농기구
* 홀개 : 발로 힘을 주어 발판을 눌러 주면 원통형으로 된 것 것이 돌게 되는데 이때 나무로 만들어진 원통에는 역 V자 모양의 철사가 박혀 있어서 그 사이에 벼 이삭이 걸쳐져 탄력에 의하여 벼 낱알이 떨어지게 하는 농기구
* 단자 : 결혼이나 회갑 잔치를 하는 집이 있을 때 밤중에 그집에 가서 먹을 것을 얻어 오는 방법( 이것은 관습이었으며, 묵이나 식혜, 부침개, 돼지 고기등이 주류를 이루었음)
* 디딜방아 : 정미소가 멀었던 70년대 이전까지 엄천골의 마을마다 디딜방아가 존재 했음. 이곳에서 떡 쌀 찧기, 고추, 밀가루 빻기등이 이루어졌으며 아주 요긴한 생활 도구였음
* 밀살이, 콩살이 : 완전히 익지 않은 밀 이삭을 베어 와서 불에 그을려 그 이삭만 손으로 비벼 먹는 방법
* 베 구두 : 요즘의 운동화와 같으며 구두 모양이어서 베 구두라 했고, 말 그대로 베로 만들어 졌으며 밑 창은 고무로 되어 있었다. 고무신 대용으로 당시에는 고급품으로 인식 되었음(70년대 이전에 많이 사용됨)
* 애 장 : 아이가 죽으면 뒷 동산의 돌이 많은 곳에서 돌로 무덤을 만드는 풍습, 보통 무덤처럼 불룩했음. 요즘과는 달리 예전엔 유아 사망률이 아주 높았다.)
* 제릅 : 삼베를 생산하기 위해 논에다 삼나무를 심어서 삼굿을 해 껍질은 삼베를 만들고 그 안의 목질부분을 말함. 이 제릅으로 연료나 흙으로 벽을 만들때 그 안에 제릅을 엮어 넣어 쉽게 흙 벽을 만들기 위한 건축 재료로도 이용됨
* 송구 : 고사리를 꺾을 무렵, 새 순이 돋은 소나무의 가지를 말함, 이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겉 껍질은 벗겨 내고 그 안의 부드러운 속 껍질 부분의 즙액을 식용으로 많이 이용하였다. 당시엔 어린이들의 간식으로도 많이 이용됨
* 개 떡 : 쌀 겨와는 달리 보리 방아를 찧은 후 나오는 보리 겨는 부드러운데 그 보리 겨를 체로 다시 쳐 더 부드러운 부분을 빵처럼 쪄서 식용으로 이용함, 섬유질이 많아 아주 거칠었으며 먹을 것이 없었을 때 식용으로 많이 이용됨
*작대기 : 지팡이의 방언이지만 지팡이와는 용도가 완전히 다르며, 바지게 작대기, 지게 작대기처럼 지게와 바지게를 받치게 하는 용도로 많이 이용되었음.
*덜금 : 보통 아랫채에 있으며 소 마굿간위에 여러 농기구나 기타 물건들을 올려 놓게 하기 위한 일종의 창고였음
* 살강 : 부엌안에 있으며 밥그릇이나 기타 조리 기구들을 얹어 놓을 수 있게 한 것
* 찬 장 : 부엌과 마루 사이에 위치하여 있으며 반찬을 놓아 두었던 곳
*이삭줍기 : 먹을 것이 많이 부족했던 5,60년대에 통용되었던 말이며, 보리, 벼 논에 추수를 끝낸 후 논에 떨어진 이삭을 줏어서 곡식으로 이용함, 이 이삭줍기는 논 주인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았음.
*거울베기 : 초여름에 많이 행해졌으며 , 비료가 없었던 시절 논이나 뿌릴 퇴비를 만들기 위해 산에서 베어 온 풀을 썰어서 썩히는 작업, 60년도에 많이 행해졌으며 집집마다 거울베기가 한창이었음.
*써레 : 나무로 만들어진 써레를 말함, 모내기를 하기 전 쟁기로 논을 간 후 물을 대어서 써레로 곱게 만들었음, 이때 소를 이용하여 앞으로 전진하게 하여 논의 흙을 부드럽게 하였음
*구시 : 소여물통의 엄천 방언이며 길쭉한 나무로 홈을 파 내어서 그 통속에 끓인 소 여물을 넣어 주던 여물통이며, 또 다른 용도로는 비료가 부족했던 시절이어서 소변을 모아 채소를 기르는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소변을 모아 둔 통으로도 이용됨
* 덕석 : 멍석의 엄천 방언이며 짚으로 수작업을 통하여 촘촘히 엮어 만든 멍석을 말하며 이 멍석에다 곡식을 말릴 때 많이 이용을 하였음
* 솥, 냄비 때우기 : 70년대 이전까지 엄천골에서 매우 많이 행해졌으며, 물자가 귀한 시절이었기에 솥이나 냄비 밑 부분이 닳아 구멍이 났을 때 놋쇠를 녹인 주물로 구멍이 난 밑 부분을 때워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이런 모습을 전혀 볼수 없고 그런 말도 함께 사라져 버렸음
* 고무신 때우기 : 금서면 화계장이나 함양장의 한 모퉁이에 고무신을 때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물자가 귀한 시절 고무신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난 부분을 때워서 사용하였으나 역시 이런 말도 지금은 함께 사라져 버렸음
* 야(夜)치기 : 캄캄한 밤에 민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며 국어 사전에도 전혀 이 낱말이 나오지 않는다. 밤중에 관솔에다가 불을 지펴 그 불을 들고 다니면서 야간에 움직임이 둔한 피라미, 꺽지등을 잡는 방법이며 후엔 관솔 대신 석유를 이용하여 밤중에 고기를 잡았다
* 부역 : 공공의 일을 수행하기 위하여 무 보수로 일을 하는 것을 부역이라 하며 이는 선택 사항이 아닌 의무 사항이었음. 도로 보수나 다리 공사, 새마을 공사, 농로 공사, 봇 도랑 정비등을 위하여 관청 주도로 혹은 마을 자치의 의결로 행해지기도 했다.
* 책 보따리 : 학생들이 책가방 대신에 책과 공책 필통을 싸서 갖고 다니기 위한 학용품의 일종. 60년대의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이 책보따리를 남학생의 경우엔 어깨에, 여학생의 경우엔 허리에 메고 다녔다.
* 삼굿 : 창호지를 만들때 주 원료로 사용되어지는 닥나무나, 삼베를 만들기 위해 주 재료로 사용되어지는 삼나무를 삶기 위한 대형 가마 찜통을 말하며, 엄천골짜기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창호지 산지였기 때문에 집집마다 밭에 닥나무를 재배하였고 초겨울 부터 삼굿을 이용하여 목질 부분과 껍질 부분을 분리하는 작업을 참 많이 했다.
현재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고정마을의 길 가에 삼굿이 존재하기는 하나 사실 이런 말도 사라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