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 Beijing.com < 16 > 미술, 아름다운 폭력 - 이묵이
798 이 올림픽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갔다.
대부분 길들이 공동구를 만들기 위해 아래 사진처럼 파헤쳐졌고 가로수들도 옮겨 심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갤러리들이 아직 들어서지 않은 안쪽은 정비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다.
공산당은 이슈화 되는 것들을 싫어라 한다나...
작업들을 보면 공산당이 왜 현대미술을 그토록 탄압했었는지 알 만하지만
십 몇년이 지난 후인 지금은 국가에서 798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아무튼 중국의 발빠른 변신에 박수를 보낸다. 중국의 변신은 무죄..
길 뿐만이 아니라 건물들도 잘라내거나 지어 올리느라 온 798 이 소음과 먼지에 난리통이다.
대형 출판사, 카페나 음식점, 큰 화랑들도 장소를 찾느라 입질이 한창이다.
한국에서 잘나가는 모 화랑도 이미 예전부터 장소를 물색중이다.
몇시간 만에 건물이 사라져 버리는가 하면
어제까지 폐허로 텅 비어있던 건물이 오늘은 인테리어 중이고,
불과 몇일 후엔 오픈을 할 것이다.
사실 798 뿐 만이 아니라 북경 전체가 대대적인 정비에 들어갔다.
지하철 미개통 구간도 밤까지 공사중이고, 어떤 한 거리의 간판들을 한번에 모조리 교체해 버리기도 한다.
공산국가의 국영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도시를 정비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852번 시내버스는 하루아침에 모조리 새 버스로 바뀌어 있을 정도다.
전시 제목 : < Cang Xin’s mythology II >
'창슨 ( 苍鑫 Cang Xin )' 의 개인전이다.
설치에, 입체물에, 회화에, 컴퓨터 그래픽 까지
다양한 건 좋지만 뭔 소리를 해 놓은 건지
소설이 나을 것 같은데...
참 어렵고도 어렵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미술품들을 보아왔던가?
미술공부 한다는 선배, 후배, 친구들 보시오
열심히 난초 키운 사람들 3년 뒤엔 그 멋을 알고,
신나게 놀기만 해도 3년이면 술맛을 음미하지.
부지런히 클래식 들은 사람들 5년 뒤엔 그 맛을 즐기고.
열심히 연애한 사람들 7년이면 쓴맛이라도 제대로 볼터인데,
이놈의 그림 공부, 10년 뒤엔 더 모르겠다하니,
미술아 조금 천천히 가자꾸나. '일도창해'하면 그림이 똥값이니...
나도 먹고 살게 좀 ㅋㅋ
뒤에만 머리를 기른 이 작가.....
798 에 걸어 다닐때는 멋있게 보이더만,
그 작가 얼굴이 그려져 있고, 만들어져 있는 이 전시는 뭔 소릴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크다는 얘기 같긴 한데... 해서, 프린트 된 안내문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물어보았다.
"이 전시 인포 같은 것 없나요?"
"For what ?"
................
왜냐니? 당연히 'for me'지.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맘이 급해지니 이 말이 왜 그리 어려운지...
"제가 눈이 나빠서 쇼가 제대로 안보여요. 집이 가까우니 안경을 가져오고 싶은데,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수 있나요?"
"OK!"
어제 쇼 보러 갔을 때, 이 말은 잘 나오더니....
지난 번 아라리오에서 오픈했던 '주진셔'의 퍼포먼스는 차라리 깔끔하니 좋았다. 내용인 즉슨
- 'Red'를 외제차가 들이박았다.
오라~ 그렇구만요.
육교위의 그 여자는 더 좋았다.
- 남편, 니 자꾸 까불면 나는 차라리 갈란다~
아하 ~ 말보다 더 편한 걸 ~
미술이란 어렵고 지루한 것이고, 갑갑하고 한심한 것이었나 ?
내가 감상하는 자세가 불량했나 보다.
아니면 미술이 불량하거나......
아~ 미술은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고 ?
내 가슴엔 감시 카메라가 없는 걸.
삐뽀- 삐뽀-
미술은 정신이다.
캔버스도 아니고 물감도 아니다.
대리석도 아니고 폴리도 아니다.
정신차리고 그리자
아무튼 798에서 그나마 제일 큰 한국 갤러리 'MOOK'에서 였고...
www.mookgallery.com
자주 돌아다니다 보니 정감이 붙는건지,
798 에도 내가 좋아하는 공터, 화랑, 골목이 생겼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짧은 골목 하나가 있는데,
이 길은 말 그대로 골목 이외의 요소들이 많이 없어서 조용하다.
미소짓는 아줌마의 구멍가게 하나가 있고, 찻집이 하나 있고
은반지 샾과 기타 작은 아트샾들 몇 개가 있을 뿐이다.
양옆으로 작은 작업실들이 줄지어 있는데 골목 반대쪽으로 문이 나 있고
이쪽으로는 창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아트 스페이스 헤이픙'이라...
그야말로 손바닥 만 한 갤러리가 있길래 들어가 보았더니
백열등 몇개를 켜놓고 10호나 20호 소품들을 예쁘다 싶을 만큼 만 걸어 두었다.
한쪽 구석에는 이불이 덮힌 쇼파가 놓여 있었고 그 앞에 이젤을 펴놓았다.
자고 있었거나 그림 그리고 있었던것 같은 어떨떨한 표정의 아가씨가 가볍게 인사를 했다.
"니 하오~"
그림들은 동화책에 나올 법한 파스텔 톤의 소녀 캐릭터 들이었고
종교적인 내용들 이었다.
한국에서도 미대를 다니는 학생들의 꿈은 자기만의 공간인 아늑한 아뜰리에를 갖는 것이다.
쇼파 몇개를 대충 던져놓고 미학책 몇권 전시해 놓을 낡은 책장과
캔버스 걸칠만한 낮은 선반 하나만 갖다 놓으면 일주일 뒤면 스스로 작업실로 변해있다.
바닥은 적당히 어질러 놓아야 더 어울리며 공기는 왠지 테레핀 냄새가 감돌아야 제맛인
그런 작업실 말이다. 참새들은 어김없이 순대와 맥주, 소주를 사들고 날아든다.
하는 수 없이 음악을 틀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 이었다.
작업실은 미대생들의 양식이었다.
도심과 시골을 막론하고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업실들은 일종의 세상과 격리된 자유의 공간이다.
미술인들은 작업실의 냄새를 맡으며 사회로 내보낼 에너지를 충전시킨다.
갤러리 겸 작업실이라...
ㅎㅎ재미있게 사는구나 생각하면서 카메라를 들었는데 옆에서 작은 소리로 "사진은 안돼요" 한다.
798의 화랑들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곳이 거의 없다.
"아, 미안해요. 본인 그림들이세요?"
"네"
밖으로 나서는 나에게 "죄송해요~" 라고 한다.
갸냘픈 여인에게 칼을 빼어든 것 같아 내가 도리어 미안했다.
미술은 끝없는 자기극복의 에너지이기에
아름답고도 강해야 한다는 모순을 품고 있는 것은
미술이 즐거워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미술가들은 모순덩어리 파트너를 만났으니 누구보다 힘들지만, 또한 누구보다 재미있다.
첫댓글 작업들 한 번 직접 가서 보고 싶네요. 중국의 젊은 작품들 새로운 작품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방대한지 가볼 날이 있겠지요. 베이징에 오늘내일 황사가 심하다고 하는데 이묵이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글 계속 올려주세요. 인터넷으로 떠나는 중국 베이징의 798거리가 이제 우리들에게는 낯선 곳이 아니네요. ^^
사진 하시는 줄 알았는데 미술하시는 거여요? 어쨌든 저쨌든 늘 감사히 사진 잘 보고 글 잘 읽고 있슴다. 글빨이 굿입니다요 ㅎㅎㅎ 다음 편 기대할께요^^
저도 이묵이님 팬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