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곡 신제新堤
횡계구곡 제7곡은 신제新堤이다. 새로 쌓은 제방으로 훈수와 지수가 생존했을 때 이미 만들어진 제방이다. 마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현재 횡계저수지가 있는 곳은 옛날에 제방이 있었다 한다. 횡계구곡 제6곡에서 600m 정도 시내를 거슬러 올라가면 횡계저수지 제방이 나타난다. 일제강점기에 기존의 제방이 있던 지점에다 둑을 막아 현재의 횡계저수지를 만들었다 한다. 따라서 현재 횡계저수지 제방이 있는 곳이 횡계구곡 제7곡으로 추정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횡계저수지 수로 부분에 자리한 기이한 바위를 들 수 있다. 횡계저수지 끝 부분에 기이한 바위의 윗부분이 아직 남아 있어 이 굽이가 횡계구곡 제7곡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수지 제방을 쌓기 전에 이 바위는 그 높이가 매우 높았고 바위의 형상도 기이했다 한다. 이 바위 외에도 여기저기 기이한 바위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횡계저수지 안에 모두 잠겨버렸다.
七曲新堤七里灘 칠곡이라 새 제방은 칠 리의 여울이고
奇巖處處可登看 곳곳에 기이한 바위는 올라 볼 만하네
穹林分外深如海 우거진 숲 분에 넘치게 깊이가 바다 같아
五月胸襟雪碗寒 오월에도 흉금이 눈처럼 차갑게 느껴지네
훈수와 지수는 횡계구곡 제7곡에 이르러 새로 쌓은 제방에 칠리탄이 흐르는 굽이를 만났다. 이 굽이 곳곳에 솟아 있는 기이한 바위는 그렇게 높지 않아 올라서 볼 만하였다. 그리고 주위는 우거진 숲이 깊어서 유람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면 바다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였으니 5월에도 가슴에 눈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맑은 칠 리의 여울이 흐르고 그 가에 새로 쌓은 제방이 있으며 그 주위는 기이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우거진 숲이 펼쳐진 이 굽이는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아쉽게도 횡계저수지에 모두 수몰되어 그 전경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훈수와 지수가 칠리탄을 읊은 시가 있어서 그 모습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칠리탄七里灘은 자하봉紫霞峯 아래에 있었다.
千年嚴處士 천 년 전의 엄 처사는
六合灑淸風 세상에서 맑은 바람 쐬었네
胡我前溪水 어찌하여 내 앞의 시냇물
芳名偶與同 꽃다운 이름이 우연히 같은가
중국 후한시대 엄광嚴光은 광무제와 어릴 때 뛰놀며 공부한 사이이다. 광무제가 황제로 등극하여 엄광에게 간의대부의 벼슬을 내렸으나 이를 받지 않고 부춘산富春山에 들어가 밭을 갈고 낚시하며 은거하였다. 엄광이 부춘산에서 낚시한 시내가 칠리탄七里灘이다. 칠리탄은 부춘산 동강桐江의 한 여울이다. 훈수와 지수는 천 년 전의 엄광이 맑은 바람을 쐬었던 칠리탄이 어찌하여 내가 살고 있는 굽이의 여울 이름과 같은가 하였다. 엄광이 세상에 나아가기를 거부하고 부춘산에 은거하며 칠리탄에서 낚시하였는데 천 년 후에 훈수와 지수는 횡계에 은거하며 칠리탄 굽이를 유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