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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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주를 푸는 철학도 배웠는데
얼마 배우지 않아서
그 이치가 훤하게 드러나더라며
사주를 대면 정확하게 척척 맞추니
스승은 재능을 놀라워하면서도
그 재미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잘못하단 박수 무당 밖에 안 된다
늘 경책하셨다 한다.
대략 글공부를 마치고
모든 것을 잊으라는 뜻의 법명을 새로 주며
만행을 떠나라 하시면서
만행이란 놀러 다니는 게 아니라
만 가지를 배우라는 의미의 만행이라며
많은 걸 배워오라고 했단다.
바랑 하나 메고
탁발하면서 전국을 걸어다니며
정말 많은 걸 배웠다 하는데
지금 만 가지를 배우는 만행하는 중이라며
인연 있던 사람들이
왜 머리를 기르냐고 물으면
새로 온 공양주 보살에게도 그리 말했다고
머리를 기르고 허름한 옷 입고 다니면
아는 분은 스님이라 부르지만
일반 사람들은 아저씨라 부르는데
부르고 싶은 대로
언어에 관여하지 않으며
속인 차림의 만행에서는 하심을 배워요^^
천진한 미소에 하얀 이가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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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배우고 의식을 조금 안다고
높은 자리에 앉아서
큰소리 치는
아상이 높은 수행자들 참 많은데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까운 도반에게
늘 하심 해야한다고 말한다는데
하심은 숭고한 영혼의 덕목일 것이다.
전에 한 분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에
책도 사주고 강원에도 보내 주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만나니
포교당을 차리고 싶다는 원을 말하더라며
물론 뜻은 좋지만 어섧게 배워서
절을 세우고
신도들을 가르치면서
초심을 잊고 은근히 대접받기를 원하나
테레사 수녀처럼
스님들이
병원에서 아픈 사람을 돌보고
죽어가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훌륭하지 않겠냐는 말에
몸으로 동감을 표시하며
공부를 이룬 도인이 법좌에 앉아
중생을 가르침은 당연하다 하겠지만
문자로 배운 공부로
높은 자리에 앉아 호령을 한다는 건
지은 복도 까먹고
오히려 나쁜 업을 쌓을 수 있다며
환자를 돌보고
외롭고 아픈 사람과 함께 하며
겸손하게 몸을 낮춰 봉사하는 것이
더 많은 복이 쌓일 거라 화답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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