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세월 상권 번성한곳 사람 모여드는 명당지세
큰 상권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조선시대부터 서울의 큰 상권은 청계천을 중심으로 해 북쪽에는 종로통이, 남쪽에는 을지로통이 자리잡아왔다. 종로는 육의전이라 불렸다.
오늘날 국내에서 가장 큰 상권인 동대문 일대 시장은 청계천 바로 앞이다. 종로1가의 화신백화점은 우리나라 백화점의 1번지였다. 지금도 종로3가와 을지로3가 사이의 세운상가에서는 텔레비전·냉장고·오디오 등 전자제품을, 종로3가 일대에는 금은보석·시계·카메라 등 혼수품을, 동대문시장에는 원단과 의류제품을, 을지로2가 일대에는 건축자재와 가구류, 을지로4가에는 출판·인쇄제품 등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자리를 잡고 성업중이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 점포들은 비록 면적은 작아도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며, 거래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강남의 강남역, 압구정동 등 상권이 크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강북에 비하면 소매업에 지나지 않는다.
상권의 위치가 오랫동안 변함이 없는 이유는 풍수지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상권을 이뤄온 곳은 풍수지리로 보면 명당의 지세이기 때문이다. 명당은 산이나 강물 등 자연의 형태에 따라 형성되므로 그 기운은 쉽게 변화하지 않고 비교적 오랜기간 지속된다. 오래 전부터 시장이 발달한 서울의 청계천 일대는 상권으로서 명당이다. 주변이 야트막한 언덕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앞에는 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평화로운 곳이다. 이러한 지세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상담을 하게 되며, 그 결과 상거래가 솔직하고 즐겁게 이뤄진다.
다른 곳의 오래된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지리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다. 양지바른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거래를 하다보니 큰 시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오래된 시장 안을 거닐다보면 시장 특유의 포근함과 인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시장이 자리잡은 땅에서 나오는 기운이 좋기 때문이다. 땅의 기운이 나빠 찬바람이 부는 곳에 시장이 선다면 그곳에선 사람의 마음이 불안해지고 남의 물건이 좋게 보이지도 않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게 된다.
박시익/공학박사·영남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