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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사조-시창작교실
2014.2.25(화)16:00-18:00 문예사조강의실(강의 김성열)
白石 詩의 민족문학적 의의(2)
4.탈중앙집권과 민중언어
*한 지역의 삶은 그 자체의 구체성을 지님.
*그 지역의 구체적 삶의 조건을 되찾는 방법으로 기행 시를 많이 씀.
*관념적이고 표준화된 삶은 표준화된 순간 구체적 삶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쓴 시들(남행시초, 함주시초, 서행시초)
-단순한 기행시라기보다 시인의 특별한 시적 의식이 작용
5.육체적 원리와 음식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세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관계를 회복할 필요성
*백석은 먹는 행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매개체인 음식물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짐(膳友辭)
6.해방후 백석의 문학
*새로운 공동체의 만남과 시적 부활
-1959년 1월 삼수군 관평리의 국영협동조합으로 내려가 축산반에서 양치는 일을하다가
후에 농산반으로 옮김(삼수읍에서 십리 떨어진 산협의 벽지)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시를 관평리에서 쓰기 시작함(동식당, 전별, 돈사의
*1962년 10월 북한 문화계 전반에 내려진 복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연관되어 일체의 창작활동을 중단함
<예시>
창원도(昌原道)
-南行詩抄(남행시초) 1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이고 싶은 길이다
개 데리고 호이호이 휘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궤나리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한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더꺼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초동일(初冬日)
흙담벽에 별이 따사하니
아이들은 물코를 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천상수(天上水)가 차게
복숭아남ㄱ에 시라리타래가 말러갔다
고성가도(固城街道)
-남행시초 3 - 남행시초 4
고성장 가는 길
해는 둥둥 높고
개 하나 얼린하지 않는 마을은
해발은 마당귀에 맷방석 하나
빨갛고 노랗고
눈이 시울은 곱기도 한 건반밥
아 진달래 개나리 한창 피었구나
가까이 잔치가 있어서 누우러니
곱디고은 건반밥을 말리우는 마을은
얼마나 즐거운 마을인가
어쩐지 당홍치마 노란저고리 입은 새악시들이
웃고 살을 것만 같은 마을이다
북관(北關)
- 함주시초(咸州詩抄) 1
명태(明太) 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비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北關)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女眞)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농마루며 바람벽은 모두들 그느슥히
노루
-함주시초 2
장진(長津) 땅이 지붕넘에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데다
이 거리에 산골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 왔다
산골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둥에를 입고
노루새끼를 닮었다
노루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냥 값을 부른다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백이고 배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
산골사람을 닮었다
산골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 듯이
새까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하다
구장로(球場路)
-서행시초(西行詩抄) 1
차디찬 아침인데
삼리(三里) 밖 강(江)쟁변엔 자겟돌에서
비멀이한 옷을 부숭부숭 말려입고 오는 길인데
산(山)모통고지 하나 도는 동안에 옷은 또 함뿍 젖었다
한 이십리 가면 거리라든데
한겻 남아 걸어도 거리는 뵈지 않는다
나는 어니 외진 산길에서 만난 새악시가 곱기도
하던 것과
어니메 강물 속에 들여다 뵈이든 쏘가리가 한자나 되게
크던 것을 생각하며
산(山)비에 젖었다는 말렸다 하며 오는 길이다
이젠 배도 출출히 고팠는데
어서 그 옹기장사가 온다는 거리로 들어가면
무엇보다도 몬저 ‘주류판매업(酒類販賣業)’이라고 써
붙인 집으로 들어가자
그 뜨수한 구들에서
따끈한 삼십오도(三十五度) 소주나 한잔 마시고
그리고 그 시래기국에 소피를 넣고 두부를 두고 끓인
구수한 술국을 뜨끈히
몇 사발이고 왕사발로 몇 사발이나 먹자
북신(北新 )
-서행시초(西行詩抄) 2
거리에서 메밀내가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메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香山)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같은 도야지를 잡어 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같은 털이 드문드문 백였다
나는 이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모밀 국수에 얹어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기장감주가 좋고 그리고 기장쌀로 쑨 호박죽은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小獸林王)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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