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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교수님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이라는 **세의 남자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합니다.
한겨레신문의 박노자칼럼을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독자이며, 선생님의 문체와 사상에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몇년전 발행하신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통해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책에 나와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한국군대문화의 폐해]등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험악했던 군사정권시절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양심적병역거부자]가 되어 2년간의
옥고를 치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저의 친족은 대부분이 여호와의 증인이며 저 역시
증인2세로서 어린 시절부터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살아왔으며 증인내부에서 **년간 장로직
(감독자)을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년전 그 종교를 스스로 떠나 인생의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여호와의 증인교를 떠난 경위와 동기는 교수님의 관심사는 아니실 것으로 보고 생
략하겠습니다.
교수님은 평화주의자로서 개인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소수종교인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인권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
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교수님께 인권보호라는 대명제아래 작금의 인권적 수혜를 누리고 있는 이들 종교집
단 즉 여호와의 증인들의 내부적인권탄압에 대해 고발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인권의 사각지대를 벗어나 진보적이고 평화적인 사람들에 의해 보호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이런 보호는 서구에서는 이미 진행되었고, 우리 한국 역시 그
대세의 물결속에 조만간 (대체복무같은)가시적인 보호가 이루어 질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권적보호를 받는 종교집단이 아이러니하게도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이름으로
개인의 사상을 조정지배하고 선민주의와 배타주의를 표출하는 면에 있어 가장 최악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지요.
교수님도 잘 아시겠지만, 여호와의 증인은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세계적으로 600만명의
열혈신도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조직입니다.
오랜 세월 병역의무를 거부함으로써 양심적인 종교인들과 진보주의자들에게 대체복무의
필요성을 일깨운 조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병역거부가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인가에 대해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들 조직내의 20세를 갓 넘긴 대학 1,2학년정도의 어린 학생들
입니다. 이들을 어리다고 표현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대학생은 온전한 독립체가 아니라
여전히 부모의 종속체라는 사실때문입니다. 이들의 의식주는 부모에게 대부분 의존되어
있으며, 증인들의 경우는 오히려 더 그러합니다.(세상을 사탄의 편이라고 보는 시각때문에
세상과의 단절을 강조함으로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대단히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만으로 그들이 온전한 독립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대다수 증인2세로서 부모가 여호와의 증인이며(통계적으론 90%가 넘지 않을까봅
니다)어릴때부터 가족과 함께 종교모임에 일주일3번이상 참석하고 매일 그들 출판물을 읽음으
로 인해 인성자체가 부모들에 의해 형성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부모의 종속체이고 가족이 모두 증인인 상태에서 어린 나이에 병역이냐 거부냐
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증인교리를 배우고 암기한 이들은 주위의 인간관계 또한 증인신도들 일색으로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혈거부 국기숭배거부 같은 반 사회적 교리를 지키는 이들에게
일반 사람들과의 교우관계는 퍽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그들의 인간적 테두리는 자연히 종교내로
국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들이 이들의 종교적 주변분위기를 무시하고 교리를 버리는 병역에 참여한다는 것은
옥고를 치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이들이 병역거부를 하기 전과 한 후의 종
교내부에서의 환영과 격려의 분위기는 정말 파쇼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반면 병역에 참여할
경우에는 정반대의 분위기에 의해 (반교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받게 되는) 이탈처리 또
는 제명처분이라는 사법적 처분을 받게 됩니다. 이것은 이들에게 정신적사형과 같은 것입니
다. 왜냐하면 이탈이나 제명처분을 받은 자와는 대화는 물론 인사도 하지 말라는 조직의 지침
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가족애가 끊기게 되고 동료친구들
로부터 철저한 왕따를 당하게 되는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습니다.그러면 그들은 갑자기 세상
의 외토리로 남게 되며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에게 자신의 양심이 무엇을 원하는가와 상관
없이 병역거부를 하게 되는 진정한 동기가 되게 됩니다.
병역거부를 하는 이들과 대화해보면 그들의 양심이 타의로 형성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신앙적
깊이는 그리 깊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성서보다 그들의 출판물에 나와있는 성서해석을 앵
무새처럼 중언부언하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게 됩니다. 물론 소수의 진정한 성서적주관을 가진 사람
들은 있다고 봅니다만, 진정한 평화주의자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개 조직의 로보트로서 양심을 가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습니다.
30년간 증인생활을 저는 증인들이 증인을 그만두고 세상에 나와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의 종교적심리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들 조직의 폐쇄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교수님이 고려대학교 수학시절 한 성경읽기모임에 나가 느끼신 회의감에 대해 읽었습니다.
그 글에 표현하신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면- 배타주의,선민주의,유일조직구원론 등이 여호와
의 증인교에는 고스란히 전세계적으로 같은 모습으로 들어있다는 것을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
니다. 지적하신대로 이런 조직은 탈퇴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친절과 미소로 가장된 조직의
섬뜻함이 그대로 가장 극명하게 녹아있는 조직이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 있는 어린 젊은이가 가족과 벗들과 동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병역에 참여하게
됨으로 느끼는 고립감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갑니다.
페쇄적이고 컬트적인 조직에 의해 강요된 양심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병역거부자들이
과연 얼마나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하는 가에 대해 저는 심각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권차원의 대체복무제가 아닌 여호와의 증인의
컬트적인 면을 깨우치고 개인의 신앙과 사상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이타주의적 예수님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성서를 곡해하고 편식하는 방법으로 세상의 종교들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 막대한 이득을 추구
하는 예가 많은지 교수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저는 여호와의 증인도 그러한 종교들 중 하나라는
사실을 온 몸으로 절감하고 있습니다.
제 현재의 힘으로는 교육과 홍보로 객관적 자료를 최대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저는 이런 일환으로 인터넷카페를 통해 대 여호와의 증인계몽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조금씩 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호와의 증인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선민의식과 배타주의입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가
지고 있는 보편적 문제이자 세계적인 컬트종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증인들의 경우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증인들에게 이런 문제점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반대에
대해 아예 귀를 닫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반대자들의 글을 읽는 것조차 공공연히 죄악시하고 있으며, 인터넷카페를
통해 인간적인 교류를 갖는 것도 터부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교리에 반대되는 자료
들을 듣게 되면 자료출처가 어딘가를 따져 만약 반대자들의 글을 가져온 것이라면 일체의 논리를
따지는 일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배타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반대글을 다른 사
람에게 퍼뜨리는 일을 하면 단숨에 사법처분(제명)의 칼날을 세워 증인들과 인사도 하지 못할 정
도로 철저히 반대의 씨앗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북한 김정일조직외에 이런 모습을 하는 조직이 또 있을까요.
이런 배타주의의 극명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간단할 것입니다. 폐쇄적인 조직이 그러하듯 자
신들의 논리부족과 모순을 감추려는 의도가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지지하는 수혈거부교리 역시 모순덩어리라 할 정도로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성서적 교리적 공방을 뒤로 하고라도 죽어가는 어린 자녀를 위해서도 수혈을 하지 않는 이 조직은
[살인하지 말라]라는 성서원칙과 [피를 멀리하라]는 성서원칙 중 [피를 멀리하라]는 자의적 해석에
만 편중된 지침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가 수혈만 하면 자녀를 살릴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자녀를 죽이는(살인하는)수혈거부를 하는 부모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교수님을 종교적 교리공방의 한가운데로 모시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님의 평화주의적 인권보호를 위한 거시적 글들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지켜야 할 인간으
로서의 보편타당성과 성서적도리를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
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 역시 대체복무를 찬성하고 있습니다만, 증인내부에 대한 고찰은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분명 외형적으로 [평화를 위한 병역거부]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양심적 병역거
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강요된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를 폭 넓은 혜안을 가지고 좀 더 적극
적으로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여호와의 증인 젊은이들 중 다수는 병역거부로 인한 수형이후 사회적 성장을 해 가면서 자신들
종교에 대한 폐쇄성과 모순에 눈을 뜨고, 종교를 이탈하거나 반대의 무리에 선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개인사는, 벗들과의 물리적 정신적 단절, 가족과의 정신적 단절, 사회부적응, 전과로 인한 취업의
어려움등으로 인해, 심하게 얼룩져 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전 병역거부가 철 없던 시절의 객기나 주변분위기에 의한 그릇된 의협심의 발로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수이지만, 진정한 평화주의적 또는 성서적인 주관에 의한 [양심적병역거부]
였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들의 개인사야 어떠하든 여호와의 증인조직 자체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님이 컬트적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여호와의 증인조직의 지지를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한
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조직에 대한 내부적 분위기들을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시고
그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기에 앞서 자신들은 조직내부에서 인간 자체에 대한 존엄성을 얼마나 가지
고 있는지 자문해 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글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점을 알고 싶으시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증거가 되는 객관적 자료들을 제공해 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많은 여호
와의 증인 반대자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토론의 자리가 언젠가 마련된다면 교수님과 함께이면 어떨까 감
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 물론 합리적인 여호와의 증인들과의 대화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지금 유럽의 한 대학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글쎄요.?
좋은 글인 것 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