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
가는길
이제 바라나시를 떠난다.
가장 인도다운 인도로 평가받는 도시, 시끄러움과 혼란으로 범벅된 도시, 그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안 보이는 질서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종교행사와 귀찮게 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도시,
덥고 후덥지끈하고, 강가강을 보기위해 끝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 순례객들은 아무런 검증없이 그저 전해져 온대로 강가강이 행복을 줄 수 있으리라 믿고,
찾아와 몸을 씻고, 경배하고, 기도하고, 물을 떠마시고, 그 물을 떠서 돌아가는 곳, 이제 이 곳을 떠난다.
바라나시를 떠나 네팔로 가는 길, 밤 12시 3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위해 밤 9시에 숙소를 나섰다.
릭샤를 타고 바라나시 정션역에 9시 30분에 도착했다.
이제 3시간을 기차를 기다려야 한다.
역은 발 디딜 틈이 없게 번잡하다, 이 역에서는 전광판에 열차번호 표시도 안된다.
겨우 겨우 내가 탈 플렛홈을 확인하고 철로변으로 가보니, 그 곳도 완전히 만원이다.
그냥 앉아 있자니 지루하고 돌아다니자니, 화장실만 가려해도 배낭을 메고 다녀야 한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배낭하나 잃어버리는 것은 금방 순식간이겠다 싶어서 배낭을 메고 서성거리다, 앉아있다, 배낭을 끌어안고 바닥에 누워봤다, 몸살을 하는데, 잠이 온다,
안되는데, 잠들면 다 없어져 버리는데, 배낭을 팔로 안고, 누웠더니,
너무 잠이 온다,
눈을 부릅뜨고 기차가 올 때마다 확인해도 제대로 기차를 탈까 말까 하는데, 잠들면 기차가 와도 알 수가 없다, 누구에게 부탁을 할 수도 없다,
홀로 여행객의 비애다,
일어나서 걸면서 졸다가 한국일행을 만났다, 게다가 그 일행중에는 레에서 델리까지 동행했던 아가씨가 끼어있다,
너무 반가워서 네팔로 가느냐고 물으니, 카주라호로 가기위해 사트나행 기차를 기다린단다,
아, 실망,
만난지 얼마 안되서 그 일행은 사트나로 떠나버리고 나는 다시 잠을 쫒기 위해 배낭을 메고, 계속 걸어다녔다, 드디어 12시 30분이 되었지만 기차는 안 오고, 잠은 더 오고, 1시 30분쯤 돼서 고락뿌르행 기차가 들어온다,
엄청나게 만원이 되어잇는 기차에서 내 좌석을 찾아갔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 자리라고 한다.
표를 보자고 하더니, 이 기차가 아니라고 한다. 고락뿌르 가는 것 맞는데... 고락뿌르 가는 기차지만 내가 탈 기차는 아니었다, 기차번호가 다르다, 그 앞의 기차가 연착되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그럼 내가 탈 기차는 도대체 언제나 도착한단 말인가?? 만원이 된 기차는 사람들이 다 타지도 못한 채 출발하고, 잠오는 나는 또 다시, 역에서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기차는 3시가 거의 되어서야 완전 만원인 채로 도착했다,
그래도 나는 침대 좌석이 있으니까 안심하고, 너무 반가워 내 자리를 찾아가보니, 3층 침대중 나는 맨 아래 침대인데, 위의 두군데에서는 사람들이 자고있고, 내 자리에 5명의 청년들이 앉아있다.
내 자리라고 했더니, 앉으라고 한다.
자리에 누워서 잠을 잘려는데, 내 발치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이 청년들은 갈 생각을 안 한다.
나도 잠을 자기가 어렵다, 잠을 자야 되니까 비껴달라고 하니까, 그냥 자라고 한다. 누워서 내가 계속 가라는 표시로 뒤척거리니까, ‘애니프로브럼’이냐고 묻는다, ‘빅프로브럼’이라고 대답했더니, 자기들끼리 낄낄대더니 내 발밑에서도 자고, 바닥에 누워서도 잔다. 좀 싼 등급-SL-로 표를 끊었더니, 이 모양이다
두시간을 자고, 5시에 눈을 떴는데, 2층에서 자고 있으니까 일어나 앉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 만원기차에 다른 빈 좌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누워있다가 6시에 일어나니,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리고 앉을 수밖에 없다.
2층에 자고있는 사람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돌이켜보니, 내가 괜히 일찍 일어나가지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미워하는구나, 알아차리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미움, 원망도 그저 내가 편하고 싶어서 나에게 조그만 불편을 주는 사람도 순식간에 미워하는게 내 모습이다. 부처님이 태어난 땅, 룸비니를 향하며 내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우여곡절 끝에, 고락뿌르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줄기차게 쏟아 붓는다.
빗속에 내려서 역 앞으로 나오니 소나울리 지프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 합승 지프에 쑤셔 박히듯이 타고 2시간을 달려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소나울리에 도착하자, 그곳에서는 릭샤왈리가 대기하고 있다, 릭샤를 타고 릭샤왈리가 멈춰주는 대로 내려서 인도출국 수속하고, 다시 릭샤타고 가다가 네팔비자받고, 네팔 입국 수속하고, 네팔 바이와라로 들어가니, 인도의 릭샤왈리는 국경을 넘어서 다시 돌아가고, 이제 네팔의 릭샤왈리가 대기하고 있다, 마치 릴레이 게임의 막대가 된 기분이다,
릭샤를 안타고 네팔 국경의 모습을 보았다, 인도와 완전히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이 두가지가 있었다, 길거리에 내걸린 고기들, 식당에 진열된 술병들, 오랬만에 보게 되는 풍경이다, 환전소에서 네팔루피로 환전을 하고, 릭샤를 타고, 바이와라 버스스탠드로 가니, 여기에서 룸비니, 카트만두, 포카라로 노선이 나누어 진다. 나는 룸비니로 가는 버스를 탔다.
한시간을 달려 조그만 마을(도시라기 보다는 자그만 마을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듯) 룸비니에 도착했다. 릭샤를 물어보니 한국사원까지 60루피를 달라고 해서, 그냥 걷기로 했다, 사원구역 입구에 붙어있는 지도에는 한국사원이 가까워 보였는데, 걸어가보니 결코 가깝지 않았다, 뜨거운 햇볕아래 터벅거리며 한시간 가까이를 걸어서 한국사원-대성석가사-에 도착했다.
대성석가사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에는 룸비니 마을보다 더 큰 사원구역이 있고, 그 사원구역 내에는 세계 각국의 절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절, 중국, 일본, 태국, 베트남, 독일등등... 대부분의 절들이 출입시간을 통제하고, 외국 관광객들에게 별로 호의적이지 않는데 비해, 한국절 대성석가사만이 유일하게 세계의 모든 관광객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한다.
누구든 2박 3일을 무료로(기부금 상자가 있긴 하지만 강요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곳에 그냥 기부금 상자가 놓여 있을 뿐이다) 쉴 수 있고, 숙박하는 방도 지금까지 다녀본 방중에 최고의 시설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스님은 4시에 예불을 하지만 예불에 참석하라고 이야기조차 안하고,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다. 규칙은 절 내에서 술, 담배, 도박, 고성방가 안하기, 외부에서 식사를 할 때는 미리 밥 안 먹는다고 이야기해서 식사인원 맞춰주기 밖에 없다. 하루평균 30명 정도가 숙박하고 식사하는 대성석가사는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몰려들면서 한국을 자랑스럽게 심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째 건축중인 대성석가사
대성석가사의 여행객을 위한 숙소
한국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돈이 되는 만큼씩 지으면서 룸비니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로 짓는다는 대성석가사는 공사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는대도 아직도 공사중이다.
새벽에 늘 일찍 일어나는 나는 새벽 4시의 예불에 참석했다. 새벽에 진행되는 예불에 의외로 서양 여행객들이 많이 참석해 예불을 따라서 하다가 그냥 명상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대성석가사의 식사는 공짜인데도 참 푸짐하다, 맜있고 좋은 식사에 무료 숙박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3일 이상을 머물려면 스님과 상담해서 사유를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는데(2~3개월씩 머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또 내 갈 길을 가야하니까~~
룸비니의 사원들
부처님이 탄생하신 룸비니, 부처님의 탄생터를 가니 아니, 입장료가 인도에서는 인도인 10루피, 외국인 250루피여서 속을 긁더니, 이곳에서는 네팔과 인도사람 10루피, 그 외의 나라사람 250루피다.
안 들어가 볼 수는 없고, 좀 속이 쓰리지만 250루피 줘야지 뭐~~, 사원의 규모들이 크고, 사원이 많아서 둘러보는데 좀 힘이 들기는 하지만 나는 꼼꼼이 보고 싶엇다, 그러나 네팔절은 방은 엄청 많은데 사람은 없고, 베트남절은(월남불국사) 대문도 안 열어주고(비공개), 중국절은 대성석가사 와 마주 보고 있어서 편하게 둘러보고, 독일절은 놀이공원처럼 화려하게 잘 꾸며 놓아서 잘 구경했다, 여기저기 사원들을 다 돌아다녀 봐도 대성석가사처럼 넉넉해 보이는 곳이 없다,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 불끈 불끈~~
독일절에서-부처님의 탄생
사문유관-생노병사
사문유관
출가-왕자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삭발
고행
성도직전, 마왕의 세딸의 유혹
열반
부처님 탄생터
부처님의 탄생지를 기념하여 아쇼카대왕이 세운 아쇼카석주
중국절
네팔 여자들과
부처님 탄생지
독일 절
일본-평회의 탑
저녁에 공양간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한달 전에 자이살메르에서 만났던 케나다에 유학중인 한국인 여학생을 만났다. 인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게 이렇게도 반가울까??
내가 북쪽으로 다니는 동안, 자이살메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서 고아, 함피를 거쳐서 포카라에서 일주일 트레킹을 하러 가는 중이라 한다. 자이살메르에서 만났을때는 낙타사파리 일주일 하러 간다고 하더니, 나보고 일주일 트레킹 할 거냐고 물어봐서 ‘빅프로브럼~~’ 당일치기도 난 못해~~, 일주일 낙타 사파리 했느냐고 물어보니 쿠리에서 2박 3일, 다시 푸쉬가르에서 3박 4일 낙타사파리를 했다고 한다, 참 대단하다, 대단해!!!
이번에는 귀국일이 얼마 안 남아서 빨리 포카라에서 일주일 트레킹하러 다음날 아침 떠나겠다고 한다. 참 대단하기도 하지, 나도 저 나이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