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 the Limit
최 석 문
손정준씨가 운영하는 암장에서 잠시 운동할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암장에서 운동하는 회원들을 지도하는 손정준씨의 코칭 방법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지구력 운동이나 자기 실력의 한계를 넘는 문제를 풀 때, 세트 운동을 할 때 근육은 피로를 느끼게 되고,
젖산이라는 피로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이고 젖산이 쌓이게 되면 근육과 몸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등반 중에 호흡을 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호흡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피 속에 산소가 원할히 공급되지 않아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쉽다.
피 속에서 산소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헤모글로빈인데, 이 헤모글로빈을 통해서 필요한 세포에
산소가 공급되고, 또 그 세포로부터 필요없는 노폐물 또한 헤모글로빈으로 옯겨 전달되게 된다.
따라서 무브 중에 중간 중간, 그리고 쉬어가는 홀드에서 큰 호흡, 긴 호흡을 의식적으로 많이 함으로써
헤모글로빈 수치를 늘려 피 속에 산소를 공급시키면 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요지였다.
최근에 읽은 글 중에 흥미로운 것이 있어 옮겨 본다.
육상선수들이 달리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에너지는 근육 중의 ATP라는 물질(이데노신3인산)이
ADP(아데노신2인산)와 인산으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방출된다.
그런데 근육 중의 ATP는 한계가 있어서 운동이 지속되고 있으면 ATP를 재합성할 수 없다고 한다.
크레아틴인산 분해를 통해 얻은 에너지를 사용해 ATP를 재합성하는 시스템만으로 불충분할 경우에
젖산 발생 계통의 도움을 받는다.
이는 글리코겐 분해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성되는 시스템이다.
둘 모두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데 양 시스템을 풀 가동해도 이론적으로 41초 동안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남자 400미터 세계기록은 마이클 존슨이 세운 ‘43초 18’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44초 전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약 3초간의 공백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 완전 고갈되기 전에 산소 이용 없이 추가 에너지를 만들려 하고 그에 따라
젖산이라는 피로물질이 급속하게 축적된다.
근육 내에 젖산이 3% 이상 축적되면 근육 수축에 지장을 받게 된다.
통계적으로 마지막 100m 구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
그리고 결승선 가까이에서 피로의 극한에 도달하게 되어 쓰러지는 선수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0m 와 200m, 400m가 모두 짧은 시간에 격하게 활동하는 무산소 운동이지만, 그 중에서도
400m는 에너지 소비의 한계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종목과 차이가 있다.
‘단거리의 장거리’인 400m가 마라톤보다 더 힘든 ‘가장 가혹한 종목’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이론을 보면서 인체의 능력과 신비성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고, 더불어 그것을 밝혀내는 인간의
과학적 능력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육상선수들에 가장 잘 적용되는 이론이지만, 나는 클라이머들에게도 이 이론을 적용시키고 싶다.
클라이머들은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가 있다.
어떤 클라이머는 빙벽등반을 가장 잘 하고, 어떤 클라이머는 거벽등반을 가장 잘 한다.
또한 하드프리 등반에 심취한 클라이머는 줄곧 거기에 집중하곤 한다.
자신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분야는 아마 자기 몸이,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클라이머들은 대부분 암벽등반으로 시작해서 빙벽등반의 세계로 넘어간다.
또한 순수한(?) 아마추어의 단계를 넘어서면 어느 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카테고리로,
자신의 ‘등반 스펙트럼’을 확대 진행하게 된다.
겨울에는 당연히 빙벽을 하고, 봄이 되면 암벽등반을 한다.
빙벽등반도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려 순수 빙벽등반(Ice Climbing)뿐 아니라 믹스등반(Mixes Climbing),
드라이 툴링(Dry Tooling), 알파인 등반까지 확대시킨다.
암벽등반 역시 기존바위 등반뿐 아니라 하드프리(Hard Free) 등반, 거벽등반(Aid-cilmbing),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발전된다.
이 모든 분야를 다 섭렵하여 두루 잘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클라이머들은 그러한 경지까지 오를만한 여유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란 시간적인 여유, 환경적인 여유뿐 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역량한계를 극복해서
뛰어넘을 의지를 말하기도 한다.
등반의 세계는 무섭고 공포스럽지만, 오르고자 하고자 하는 열정이 그 공포를 뛰어 넘게 된다.
그리하여 수직의 세계로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Over the Limit)
의지가 충만한 클라이머들은 자신의 상황한계와 시간적 한계까지도 뛰어넘는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항목들의 ‘우선순위의 재배치’를 통해서 말이다.
정승권이라는 클라이머를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겠다.
그는 우리에게 국내 토탈 클라이머(Total Climber)의 전형(Model)을 보여준 1세대 산악인이자 삶과 산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며 산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모범적인 클라이머다.
정승권의 등반색깔과 비슷하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
이 것은 산악인 정승권의 후진, 후배들이 해야 할 Mission 이자 의무이다.
비슷하다는 것은 전방위적인 토탈 클라이머로서의 활동이고,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은 세대가 지나면서
보다 발전적이고 뛰어난 테크닉을 가진 클라이머로서의 등반력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쓸 때 가끔 인용했던 것이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의 계보인데, 비틀즈를 시초로
롤링 스톤즈, 퀸, 레드 제플린, 킹 크림슨, 에머슨 레이커 앤 파머, 쥬다스 프리스트 등등 명 뮤지션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음악이 대중성과 꼭 부합된 것은 아닌 어렵고 난해한 곡들도 많았지만, 중요한건 Rock을 시험하고,
발전시키고 지평을 넓혔다는 것이다.
세잔느와 피카소가 미술의 영역에서 그러했듯이 Rock 의 영역에서는 비틀즈가 그 역할을 했다.
어느 한 분야에서만 그(정승권)를 능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국에서도 이미 하드프리 분야에서는 5.14 단계에 들어선 클라이머들이 꽤 있고, 빙벽대회에서도 예전
그의 성과를 뛰어 넘는 성과들이 많이 나왔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등반역량과 성과가 무디어지거나 깍이지는 않는다.
60억분의 1이라는 별칭을 가진 격투가 효도르가 최근 3연패를 했다고 해서 그의 전설적인 성과들과 전적들이
평가절하 될 수 는 없다.
마찬가지로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 타이슨, 축구의 펠레, 농구의 마이클 조던 등이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영광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 들의 업적이 깍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각 분야에서 고루 그를 능가하는 클라이머가 많이 나와야 우리 산악계의 진정한
발전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산악인으로 자연인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밸런스이다.
등반도 중요하지만 개인으로서 그것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조화로운 관계 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오랜 시간 보아왔던 그의 등반활동과 정신세계 즉, 등반을 끝내고 산에서 내려와서 정리한, 그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그의 글들, 평소 홈페이지에 나타나 있고, 동문들과 후배들에게 듣는 그의 사상, 인격까지…
내 주위에 등반력이 출중한 클라이머는 많이 봤어도 삶과 산 사이의 밸런스를 그렇게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산에서 느낀 자기 내면의 세계를 심도있게 표출하는 산악인은 거의 보지 못했다.
지금 산악인 정승권을 거론 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또 다른 산악인 한 명을 말하기 위함이다.
위에 언급한 토탈 클라이머로서의 전형과 등반력, 등반성과를 이어 받고 뛰어 넘는 산악인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면서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최석문
그는 10여년 전 멀티4 원정대에 대원으로 참가해서 대원들과 함께 미지의 히말라야 거벽에서 알파인 등반을
해내며 많은 초등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등반 스타일은 일찍이 국내에서 찾아 보기 힘든 등반사례였다.
그 만큼 우리 산악계에서는 과정보다는 높이에 초점을 맞춰왔고, 벽등반보다는 고산 노멀루트의 등정에
집중했던 것이다.
등반 중에 추락하는 이명희를 온 몸으로 막아내어 살려냈고, 그 순수한 열정과 동료애에 매료된 이명희는
석문을 자신의 배우자로 점찍고 원정 후 돌아와 결혼식을 올린다.
알다시피 두 사람의 성격과 성향은 정반대이나, 오히려 등반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주는 듯 하다.
당시 멀티4 원정은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대원들의 구성이 좋았다.
그 들은 원정 이후 등산학교를 설립하였는데, ‘고산거벽등산학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실제 고산거벽에서
필요한 등반테크닉을 실전으로 가르쳤던 것이다.
현 빙벽 세계 챔피언 박희용도 이 등산학교를 수료한 후 크게 깨우친 바 있으며, 박준규 역시 이 곳을
수료한 뒤 박희용과 함께 강사로 위촉된 바 있다.
김창호, 최석문, 이명희, 문성욱, 임성묵, 안종능 등이 대원이었고 원정등반 후 등산학교를 만들어 함께
강사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국내 등산학교 중 가장 등반력이 좋고 이상적인 강사진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석문은 작년 선운산에서 진달래 탈춤(5.13b)와 선샤인 모닝(5.13c) 등반을 해내었다.
그리고 올해 겨울 설악산과 인공 빙장에서 보여준 그의 실력은 단연 모든 클라이들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게 했는데,
판대 빙장에서 박희용과 나란히 가장 어려운 드라이툴링 루트에서 출중한 등반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하드프리 5.13 급의 실력이 빙벽, 드라이툴링 구간에서도 똑같이 발휘될 수 있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0년이 넘은 시절, 그러니까 1998년 탈레이사가르 원정을 떠나기 전 겨울에, 가래비 빙장 좌측 믹스루트
에서는 최승철이 고양이처럼 가볍고, 그리고 파워풀한 등반을 보여주어 뭇 클라이머들에게 빙벽등반과
믹스등반에 있어서 국내 최고수준이다라는 인정을 받았던 것과 똑 같은 데자뷰(Déjà vu) 현상을 일으켰던
것이다.
필자는 이 점을 아주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오랜 시간 마스터 스타일로 꾸준히 운동하고 도전
하여 목표했던 루트의 완등을 이끌어내는 클라이머의 모습도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미지의 등반 루트, 자신의 등반한계를 넘거나 시험할 수 있는 등반, 남들이 등반을 꺼려하는 어려운 루트,
누구도 올라가보지 않은 어려운 등반선을 찾아내어 오름짓을 하는 행위는 더욱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고난도의 그레이드를 가진 암벽을 등반하는 클라이머라도, 비슷한 난이도를 가진, 혹은 극한의 어려
운 빙벽과 드라이툴링 구간을 침착하고 과감하고, 파워풀하게 등반해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겠다.
그러니 양쪽을 능히 잘 해낼 수 있는 클라이머라면 더 더욱 가치있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드프리에 집중하는 클라이머들은 공통적으로 가진 숙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하드프리라는 속성이 주는 숙제인데, 극한의 등반 무브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감량과 몸관리가
필수이고 그 등반에 오랜 기간 적응된 몸은 고산거벽에서의 등반활동과는 다소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즉 며칠 간의 식량과 무거운 등반장비를 등에 매고 고산의 극한 상황에서 펼치는 알파인 등반은 등반 테크
닉 못지 않게 체력도 중시되는데, 하드프리에 길들여진 클라이머의 몸은 그것을 견디어 낼 재간이 없다.
하지만 석문은 판매빙장의 짧은 드라이툴링 루트를 뛰어넘어 헌터북벽 문플라워 루트에서 자신의 등반역량
을 마음껏 뽐내었다.
물론 그 이전에 멀티4 원정에서 두 개의 세계 초등을 이루었지만 1998년에 알프스 3대 북벽을 해치웠고,
1999년 인도 히말라야 탈레이사가르 등반, 남미 파타고니아 ‘또레스 델 파이네’ 2,800미터 거벽 등반,
2009년 캐나다 로키에서의 빙벽과 믹스등반을 하면서 멀티 클라이머로서의 역량을 한껏 키워왔다.
헌터 북벽 등반을 성공리에 끝내고 함께 등반했던 박종일이 자신이 강사로 있는 정승권등산학교 게시판에
문플라워 루트 등정소식을 알리자,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이는 다름아닌 정승권이었다.
맥주를 마시며 그 이야기를 하던 석문은 그 순간(정승권의 축하 메시지를 읽은)이 문플라워 등반 이후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고 했다.
클라이머로서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산악인의 등반성과와 그 한계를 뛰어 넘고 인정까지 받는 것처럼 뿌듯
한 일이 있을까.
롤 모델인 선배 클라이머 역시 마찬가지일 터이다.
후배에게 밀려 씁쓸하다는 기분이 아니라 더 좋은 등반역량을 가진 후배의 모습에 기뻐하고 대견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얼마 전에 최승철 김형진이 생각나 ‘그 들의 추구했던 정신은’ 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익스트림라이더 등산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니 1월달 쯤으로 기억된다.
거기에서 나는 ‘계보(系譜)’라는 말을 인용했었다.
계보(系譜)란 사전적으로 가문(家門) 및 혈통(血統)이 계승되어 온 연속성(連續性) 또는 그 기록을
말하는데, 계보를 잇는다고 할 때 이 말에서 묻어나는 향기는 두 가지다.
바로 '당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성' 그리고 '이전세대와의 연속성'이다.
우리나라 산악스키의 계보는 전담선생이 처음 쓰기 시작했다.
아니 그에게서 우리나라의 스키가 다시 태어났다고 해야 맞겠다.
한국 거벽등반의 계보는 주영선배이다.
주영선배는 요세미티 거지(?)시절 쌓아올린 공력을 바탕으로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엘캡을 등정했고,
그 계보를 정승권이 이었으며(정승권교장 본인의 거벽등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주영선배를
언급한 바 있음)
다시 그 흐름은 최승철, 김형진에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렇듯 계보란 당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성'뿐 아니라, 이전 세대와의 '연속성'도 가져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최승철 김형진이 우리나라 거벽등반의 계보를 이었듯이, 석문은 정승권이 만들고 대표하는 토탈 클라이머의
계보를 잇고있다.
토탈 클라이머가 각 등반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등반역량과 수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지표는 없다.
하지만 계보가 상징하는 ‘당대를 이끌어가는 대표성’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그 것을 짐작해낼 수 있다.
석문의 등반세계를 보노라면, 400m를 44초에 달리는 스프린터가 자신의 기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질주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 만큼 그는 한계(Limit)을 뛰어넘는 것을 즐기는 클라이머이자 산악인이고, 어느 순간 그러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젖산이 분비되어 더 이상 달리기가 어려울 때, 남은 3초라는 시간은 당사자에게 3초가 아니라 3시간 혹은
포기하는 순간 영원이라는 시간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암장에서 운동할 때, 그리고 어려운 루트를 등반할 때 석문은 자신에게 남겨진 그 마지막 3초를 위해 자신을
불태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가 그 동안 해왔던 등반보다 더 멋진 등반을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승권은 클라이머는 평소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강철같이 단련해 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말은 등반을 하는 산악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그것도 아마추어 단계를 뛰어 넘어 많은 사람
들에게 알려진 공인 클라이머라면 당연히 가지고 가야 할 과제이자 의무 같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강철 같은 몸과 마음은 어느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석문이 5.13 하드프리 루트를 다수 끝냈지만, 5.13 등반은 그에게 등반의 최종목표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 5.13급 등반은 보다 멀리, 높이 등반하기 위한 트레이닝이자 등반과정일 뿐이다.
로체 남벽을 단독 등반했던 토모 체슨같은 클라이머들에게 5.13급 등반은 필수적인 준비과정이다.
황금 피켈상을 수상했거나 후보에 오르는 세계의 톱 클라이머들은 기본적으로 5.13급의 등반과 강철같은
체력,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강한 정신력을 가졌다.
담금질을 오래 견디어 낸 쇠가 단단하고 좋은 칼로 변하듯이 지속적인 트레이닝과 뼈를 깍는 자기 관리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클라이머의 몸은 잘 다듬어지고 무엇도 벨 수 있을 예리한 날을 가진 명검과
다를 바 없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어떤 상황이 닥쳐도 후회없이 자신을 41초 이상 불태울 수 있을 테니까 …
첫댓글 전 좀 걱정입니다. 불나방처럼 보일때가 한두번이 아니거든요. 전 항상 살살하라고 합니다. 그럼 석문씨는 살살하고 있는거야 합니다. 등반을 떠날때 많이 훈련하고 준비해서 가는거 알지만, 보내고 나면 가슴이 콩당콩당할때가 있습니다.
ㅍㅎㅎㅎ 자기도 불나방이면서, 누굴보고 불나방이래~ 여왕불나방 이면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