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 영화감독
인류 최초로 차를 재배하였다는 고대 민족 복족의 후예인 부랑족이
모여 사는 라오만아는 부랑산의 중심부 분지처럼 평평한 곳에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차산은 마을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라오만아는 부랑산의 고차수 차산 중에서도 17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터줏대감이다. 고수차의 대명사인 라오반장을 비롯하여 부랑산의 유명 차산에 심어진 차나무의 대다수가 라오만아에서
분양받아 나갔음을 주장하며 원조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100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우물과 여러 고증을 통해 보면 라오만아가 부랑산에서 가장 오래된 고차수 마을인 것은 사실이다.
치솟는 인기로 투기의 표적이 되어 전국 최고의 몸값을 받는 라오반장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시샘하지 않고 맏형다운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자신들이 라오만아의 부랑족인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불심 깊은 차농(茶農) 덕분에 사찰에서 스님이 내어주는 차를 마시며 쉬고 있는 안내인을 다시
만났다. 사바세계와 거리를 둔 불가의 스님도 고수차를 얘기할 때는 부락주민과 똑같은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어 그 역시 라오만아 토박이인 게 확실했다.
안면 있는 고차수 전문 제조 차창의 사장을 사찰에서 우연히 만났다. 도회(都會)가 아닌 산속에서 그를 보니 새삼 반가웠다. 그가 짓고 있다는 초제소 건설 현장을 가보았다. 예전에는 차농들이
자기 집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모차를 만들어 판매를 했었다.
차산의 가옥 구조를 보면 대체로 1층은 사람이 주거하지 않는 빈 공간이다. 방목하는 돼지와
닭의 잠자리와 창고로 사용된다. 사람은 2층에 주거하며 실내에는 항상 불을 피워놓고 모든
취사를 실내에서 해결한다.
주거공간에 살청(殺靑)을 위한 화덕을 설치하거나 1층에 커다란 무쇠솥과 화덕을 만들어 차농들이 직접 1차 가공을 하여 모차를 만들어왔다. 이런 가공 방식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생엽(生葉)에서 모차로 만드는 과정에서 우선 비위생적 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차농의 기술에 편차가 커서 균일한 품과 맛을 유지하기 힘들다.
완성된 모차의 보관에도 몇 가지 기술과 요령이 필요하지만 차농이 준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차창에서 현지 차농에게 기술을 가르쳐 모차를 생산하게 하는 경우는 품과 맛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의 청결과 보관시설의 미비는 피할 수 없다. 요즘에는
전문 차창에서 차산에 초제소를 지어 1차 가공을 현지에서 직접 하는 것이 대세다.
차창에서 설계하여 건설한 초제소에 차창의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차를 만드는 전문화된 초제소를 운영하려면 적지 않은 초기투자와 운영비가 소요된다. 라오만아의 차가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것은 환영하지만 모차 가격은 내년에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에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 다음이야기
[영화 ‘아바타’에 나온 바오탕의 라후족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