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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 스님이 밭에 심어 놓은 매실 나무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선농일치를 실천하고 있는 스님은 수행도 나눔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전과 바랑, 목탁이 아니었다. 대신 밀짚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호미를 잡았다. 법당은 향이 피어오르고 독경 소리가 흐르지 않았다. 뙤약볕 내리쬐고 거름 냄새나는 논과 밭이 스님의 법당이었다.
무공 스님은 논과 밭을 일구며 얻은 수확물을 아픈 이들과 나눈다. 이곳저곳에 보내면 으레 전화 한 통쯤 걸려오기 마련이지만 받지 않는다. 공치사와 고마움의 언행이 상을 더해 좋은 뜻이 상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받는 이도 보낸 이도 마음이 불편해질 수 있다고 했다. 대신 받는 이가 약간의 성의를 표하면 스님은 다시 논과 밭에 씨앗을 파종한다. 그리고 농작물을 수확하면, 이곳저곳에 보내기 바쁘다. 공덕이 돌고 쌓인다. 스님이 생각하는 보현공동체(cafe.daum.net/bohyensa)다. 이런 스님의 뜻에 한 거사가 강원도 강릉 강동면 임곡리 보현사 일대 3만 평의 땅을 잠시 보시했다. 현재 스님은 그곳에서 보현공동체를 가꾸고 있다.
스님이 논과 밭을 일구는 이유는 보현보살의 10대원을 따르고자 함이다. 세상 모든 부처를 예경하고 지성으로 공양 올리며, 업장을 지심으로 참회한다. 남이 지은 공덕을 함께 기뻐하고 부처를 닮고, 수행공덕을 온전히 중생에게 회향하기 위해서다.
“보현보살님께서 세우셨던 10대원을 실천하고자 실천과 회향된 삶을 통해 사회복지를 지향하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에요. 승과 속이 땅을 일구며 생명의 순환이라는 섭리를 배우고 여기서 비롯되는 모든 것을 나누며, 그 공덕을 함께 쌓는 일이 정토아닌가요?”
땅에서 나는 작물은 가꾸는 이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때문에 스님의 일과는 눈코 뜰 새 없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4시면 잠들었던 만물을 깨운다. 예불을 5시 반에 마치면 7시에 아침 공양을 한다. 그리고 나면 장화를 신고, 호미를 든다. 볕이 뜨거울 것 같으면 밀짚모자를 챙긴다. 해가 산을 타고 넘을 때까지 꼬박 논과 밭에서 산다. 땅도 경전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스님은 천생 농사꾼이다.
“불살생계를 으뜸으로 삼는 불교가 생명운동을 경시할 순 없지요. 이는 자연에 순응하는 삶으로 회귀를 말합니다. 태고적 진리대로 살아야지요.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이웃과 나눠야합니다. 남으면 좀 더 현실적인 복지를 위해 써야지요.”
백장 선사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선 수행과 농사일을 병행했고 이는 백장청규로 나타났으며, 근대 한국 불교에서는 용성 스님의 선농일치(禪農一致) 정신으로 이어졌다. 일일부작 일일부식(一日不作 一日不食). 만암 스님의 ‘얻어 먹는 불교는 망하고 나누어 줄줄 아는 불교는 산다’는 가르침을 잇는 셈이다. 스님은 결코 혼자 하려하지 않는다. 원칙이 있다. 야콘이나 호박, 야생들국화 고사리, 매실 등을 인터넷으로 인연을 맺은 재가자들이 직접 재배하는 것. 다만 시간이 없는 경우에만 대신 해줄 뿐이다. 수확물은 아픈 이에게 먼저 그리고 노스님 등 나이 든 사람, 나머지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낸다.
먹은 만큼 소비하지 않고 쓰레기로 내뱉는 사회가 질병을 만드는 법. 스님은 보현사를 찾는 이들에게 철저히 발우 공양을 권한다. 쌀 한 톨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당부다. 다른 생명의 에너지를 빌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는 진리를 깨달으라는 법문이다. 그래서일까. 스님은 필요 이상의 먹을거리에 대한 욕심이 부르는 막대한 쓰레기가 걱정이다. 2년 간 강릉광역시쓰레기 매립장 주변지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산 법문도 했다.
“불자라면 환경과 인간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 동체대비이며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개인 구복에만 신경 쓰지 않고, 먹고 입고 쓰면서 버리는 쓰레기 하나라도 줄이는 게 바로 생명살림인 셈이지요.” 스님은 올해도 보현공동체 생명운동 일환으로 고추,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호박 등의 씨앗을 파종할 계획이다. 033)648-0948
강릉=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1042호 [2010년 03월 30일 14:11]
첫댓글금담님은 스님사진이 낫다하시는데(직접못뵈었으니 저는 드릴말씀이 없음)..암튼 사진도 멋있으시고, 보현공동체로 색다른 보살행을 실천하시는 멋진 스님..이십니다.. 드립니다, 스님..*^^*..
^^ 잘계신거죠 반갑습니다
우와~ㅁ.통달님 억수로 반갑습니다..^^
스님!! 축하드립니다...스님의 거룩한 뜻이 널리 널리 전해져 보현공동체가 더욱 더 발전하길 ...두손모읍니다..._()_
스님. 보현공동체 더더욱발전하길기원드립니다...
모습이 정말좋어시네요.그런데 회원이 좀처럼 늘지을않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입은 별 신경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