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길/(사)한국유통과학회 회장, 을지대학교 교수
1. 해외진출 배경
작년 초 필자는 모 학회에서 주최하는 신년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시간이 남아서 상해지역의 유통업체를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다. 이때 많은 국내외 유통학자들이 동행했는데, 그때 필자는 국내 유통업체가 외국에 진출하여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따라서 이번에 필자가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은 과연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진출 전략이 적절한가, 적절하지 않다면 어떤 전략이 보완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서서 국내 유통시장의 출점 경쟁이 심화되는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종합슈퍼마켓(General Super Market)과 재래시장 등 중소 유통 상인과의 생존을 위한 대립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점포가 출점하여 경쟁력의 확보가 가능한 지역일지라도 지역의 중소 상인의 입장에서는 생존과 직결되므로 조직적인 반발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 지방자치단체의 동조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하여 대형점포로의 출점이 더 이상 힘들어지는 추세에 있다.
먼저, 이와 같은 실정임을 감안하여 1997년 환란 이전의 상황을 살펴보자. 이 당시에는, 중소형 백화점 등 지방의 중견 유통업체가 건재했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이들 업체들의 반발로 유통 대기업의 지방 진출이 의도한대로 출점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다. 지방의 D시의 예를 들어 보면, D백화점 등 그 지방의 중견 유통업체들의 거센 저항은 이 지역에 진출하는 유통 대기업의 진출을 포기하도록 하거나 점포출점에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하여 규제를 받도록 압력을 넣었던 적이 있다. 즉, S백화점은 지하차도 비용분담 문제로 사업을 포기하기도 하고, N사는 교통영향평가 규제로 2차선 셋백을 요구하여 층당 매장면적의 축소로 사업성이 안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서 출점을 포기하였다. 또, L백화점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전면 뿐 아니라 측면도 2차선 셋백을 요구하였다. 이것은 사업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L백화점은 이를 수용하는 등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출점한 적도 있다.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심의하는 도소매업진흥법(현재는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체됨), 그리고 건축허가나 교통영향평가심의 등을 통하여 유통 대기업의 규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1996년 유통시장 개방과 1997년 환란의 여파로 기존 중소형 백화점 등 지방 중견 유통업체들의 쇠퇴와 자유경쟁시장 논리에 의한 “규제개혁”이라는 여론의 형성으로 유통대기업들은 대형유통업체 출점에 있어서 별다른 규제를 안받고 출점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유통 대기업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커다란 호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를 제대로 활용한 신세계의 종합슈퍼마켓인 이마트나 삼성홈플러스 등 일부 유통업체는 아무런 저항을 안 받고 급속한 성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일부업체는 판단착오에 의한 전략적으로 실기하여 이러한 다점포출점에 대한 절호의 호기를 놓쳐서 현재 고전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그래서,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종합슈퍼마켓업체 중 일부 국내 유통업체들은 최근 다점포 출점에 제약을 받자, 대형슈퍼마켓(Super Super Market)이나 슈퍼마켓(Super Market)으로 업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포출점의 어려움과 경쟁심화는 일부 외국 업체들의 국내시장 포기를 서두르게 하였다. 한편, 외국유통업체가 국내시장에서 실패하고 철수했다고 일부 실무전문가나 매스컴에서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하나 하나의 점포나 그 회사의 재무구조를 보면, 오히려 국내 여타기업에 뒤지지 않는 탁월한 경영수익을 올리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월마트와 까르푸 등 세계굴지의 기업이 경영수익에 문제있어서 실패해서 철수했다기 보다는 장기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국내 점포출점의 어려움과 독점적 지위의 상실로 국내 시장보다는 선두를 달릴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새로운 시장에 투자비를 집중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의 일환일 뿐이었다. 즉, 국내에서 회수한 막대한 투자수익을 회수하여 중국시장 등 새로운 시장에 투자를 집중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서 월마트는 국내에서 투자수익으로 회수한 8천여억원과 독일 등 일부국가에서 철수하며 얻어진 대부분의 투자 회수금을 중국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즉, 중국내 투자를 집중하기 위하여 대형 유통업체인 트러스트마트를 인수하는 자금으로 1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기로 최근 합의하기도 하였다. 이는 현재 중국내 선두인 까르푸를 능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까르푸도 가만히 있지는 않다. 국내에서 철수할때 벌어들인 투자수익금 1조 5천억원을 회수하여 중국내 선두를 고수하기 위해 중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점포출점을 추진중에 있다는 점이다.
2.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현황
현재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 진출사례를 보면, 대부분 중국시장에 집중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신세계 이마트인데 2007년 현재 7개 점포를 운영중에 있다. 그리고 2012년까지 중국내 2천억원을 투자하여 5-60개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중국내에 농심의 메가마트가 2개 점포 진출하여 운영중이다.
이외에도 해외에 진출을 모색하는 유통 기업으로 대표적인 유통업체는 롯데가 있다. 롯데는 중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한국식 백화점을 출점하고, 또 중국시장은 백화점을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종합슈퍼마켓인 롯데마트가 진출할 계획이다. 이러한 출점 방식은 안전 위주의 조심성있는 롯데의 출점전략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가 작년 초 상기한 바대로 국제 컨퍼런스 참석차 상해에 방문했다. 이때에 상해시에 진출한 한국 이마트의 취양점과 동일 상권 내 500미터 이내에 근접하여 경쟁하고 있는 세계 유수 유통기업인 까르푸 인근점포를 살펴 본적이 있다. 이들 두 업체를 방문하면서 이마트 취양점이 경쟁점인 까르푸보다 초대형 매장을 갖추고, 단층구조로 고객이 쇼핑할 때 편리하기 때문에 여타 점포에 비하여 시설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중심상업지에 위치하여 당연히 경쟁에서 앞설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상해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영업 현실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동행한 국내외 유통전문가들이 모여서 다음과 같은 공감을 피력한 적이 있다. 즉, 이마트가 회사 및 점포 인지도가 경쟁점 까르푸보다 많이 미약하고, 까르푸와 달리 이마트 취양점은 점포의 현지화를 위하여 현지인 고용 등으로 직원교육이 미흡하고, 더 나아가서 바코드 인식률 저하 등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의 문제점까지 노출 할 정도로 국내 운영하는 이마트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더욱이 까르푸와 달리 점포의 다점포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로 머천다이징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였다는 점이다. 다행한 것은 근래에 들어서 중국시장에 대하여 이마트가 새로운 사고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종전과 달리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여 강력하게 전사적 힘을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을 볼때 유통전문가의 입장에서 한번 성공을 기대하고 싶다.
3. 성공적인 해외진출 전략 백화점은 안되는가?
아무리 유능한 유통전문가라 할지라도 명확하게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하는데 성공적으로 진출할수 있다는 것을 논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필자가 여러 나라의 유통업체를 살펴보고 다니면서 느낀 점을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유통업체와 비교하여 성공적으로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이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몇가지 분야로 나눠서 나름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먼저, 새로운 시장의 규모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시장규모로 보면 13억인구의 중국과 11억인구의 인도가 가장 주목할 국가일 것이다. 이외에도 선진 유통업체의 진출이 덜 된 지역의 국가들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세계적인 유통업체의 각축장으로 월마트와 까르푸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이들 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투자자금을 공격적으로 중국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다.
결국 필자는 기존시장이 상대적으로 선진 유통업체의 진출이 덜 진행된 국가로의 진출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를 위해 아직 유통시장개방이 안된 인도나 막 시장개방을 진행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에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업태의 성격과 대비하여 출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유통시장이 성장단계나 성숙단계에서는 종합슈퍼마켓과 같은 가격에 소구하는 업태의 경우 동일 소매업태로 진출할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가격에 소구하지 않고, 서비스 등에 소구하는 소매업태의 출점이 유리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이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이 기존의 다점포 경쟁에서 선점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이 요구되는 종합슈퍼마켓은 다점포화된 여타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2007년 현재, 이마트의 경우 중국에서 7개점을 운영중에 있다. 그러나 근래에 100개점 전후의 점포를 운영중이거나 운영계획이 확정된 까르푸나 월마트와 경쟁하고자 한다면 구매력 경쟁우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수히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를 타개하고자 한다면, 투자자금을 매년 2천억원이 아니라 경쟁사가 투자하는 투자비 이상으로 늘려서 중국 유통시장에 투자해야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선점효과가 큰 종합슈퍼마켓인 점을 감안한다면, 동등한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 다점포의 잇점이 종합슈퍼마켓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백화점 업태의 진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중국의 유통시장이 현 시점이 성장단계인 점을 감안할때, 까르푸와 월마트 등과 경쟁해야 하는 종합슈퍼마켓보다는 상대적으로 다점포화가 진행되지 않아도 규모의 경쟁을 가져갈 수 있는 백화점이나 슈퍼리저널형 쇼핑센터를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점포 경쟁력 차원에서 유리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통전략 중에 확실하게 성공한 전략으로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즉,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업태 공존전략”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지역 1번점 전략”뿐이다.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러한 전략이 안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에는 과거 경험상 이 두가지 전략이 가장 확실한 전략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종합슈퍼마켓을 출점한다면, 중국이 아닌 인도나 베트남 등 유통후발국인 다른 나라로의 진출이 보다 더 확실한 성공전략일 것이다. 처음부터 가격에 소구하는 업태인 종합슈퍼마켓과 같은 점포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구매력에서 우위 확보가 불가능하므로 경쟁력에서 밀릴 우려가 많다. 이럴 경우 종합슈퍼마켓에 매달리기 보다는 새로운 업태로의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서 백화점의 진출도 생각해 볼수 있다. 특히, 국내 백화점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인적구성과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다. 따라서 전술한 바대로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이업태 공존전략”과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지역1번점 전략”에 충실할 수 있다면 아무리 경쟁이 심한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의 백화점 운영시스템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화점업계가 국내시장보다 넓은 시장이 해외에 있음을 항상 직시해야 할 것이다. 즉, 13억 중국 뿐만 아니라 11억의 인도를 비롯하여 수없이 많은 국가들, 미개척지가 해외에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