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자비손(慈悲手)
2) 자비는 매개물이며 손은 전달하는 수단이다
▶ 자비라는 매개물
자비심은 상호 단절을 소통시켜 관계성[緣起]을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기의 이치를 구현하기 위한 매개물이 자비수관의 ‘손’입니다.
즉, 이 손을 매개로 하여 상호간에 막힌 것을 소통시켜
관계성을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관계소통을 시도하게 되면
단절이 생겨서 증오나 분노가 일어나고 그 대상을 파괴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고통입니다.
자비심은 무아이기 때문에
자아로부터 비롯되는 탐진치를 완화하고 없애주므로 관계가 소통되어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이 이루어집니다.
이 방법은 자비심이 구체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연기의 진리를 깨치고자 하는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생의 괴로움을 소멸시키는 길입니다.
▶ 손이라는 수단
모든 행위, 즉 말과 몸의 움직임은
감정, 생각이 일어나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자비로운 마음을 내는 방법으로서 마음의 손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손으로 인해 상호 소통이 열림은
곧 영적(靈的) 소통이자 자비심이므로 자비심을 일으킨다고 한 것입니다.
즉, 마음의 손이 몸과 소통을 일으키면 이 마음손은 곧 자비심입니다.
그리고 마음손의 사랑은 자기 버림의 실천이므로
이는 곧 자비심을 배양시킵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마음의 손은 자비심을 일으키고 배양합니다.
상호간에 장벽을 해소하고 소통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의 손으로 인해 상호 소통이 열림은
곧 영적 소통이자 자비심이므로 자비심을 일으킨다고 한 것입니다.
자비의 속성이 나눔, 함께함, 둘이 아님, 무아, 회향이기 때문이니
존재실상의 인드라망(網)1)이 펼쳐집니다.
이는 모두 마음손에 의해 펼쳐지는 것입니다.
생명은 상호 관계성이며 이것은 수용과 열림을 의미합니다.
각각의 생명이란 닫혀있는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열려 있는 전체 속에서 개체로 존재하며,
열린 개체는 전체를 드러내면서 존재합니다.
곧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존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자비손
마음손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마음손은 상호간을 접촉시키는 매개체입니다.
접촉은 곧 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의 심리2)가 일어나게 합니다.
특히 작의3)는 아뢰야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씨앗(종자),
즉 갖가지 과거의 정보를 이끌어 냅니다.4)
이 정보들이 감수작용을 통해 감각으로 일어나며 이미지화 하여 나타납니다.
이렇게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후천적으로 선악의 생각들을 하게 되고 여러 감정이 일어납니다.
즉, 여러 감정이 일어나고 분별이 일어나는 것이 번뇌입니다.
특히 접촉을 일으키는 자비손의 자비의 내용이 심리를 변하게 하며,
자비의 행위를 일으키고 소통이 열리는 환경으로 바꿉니다.
또 접촉하게 되면 접촉으로 말미암아 심리가 일어나게 됩니다.
즉 접촉의 내용물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심리가 일어납니다.
접촉은 바로 심리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손에 자비가 매개가 될 때
마음손은 곧 자비손이 됩니다.
마음손의 자비가 심리를 변하게 하는 내용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註釋┠─────────────────────────────────────────
1)
Indra : 인다라망(因陀羅網) 또는 제망(帝網).
제석천궁에 걸쳐 있는 보석망. ☞ 본문으로...
2)
『成唯識論』卷三. ☞ 본문으로...
3)
작의는 마음을 처음 움직여서 대상으로 향하게 하는 마음작용입니다.
비유하자면, 점화장치가 엔진을 가동 시키는 것처럼
마음을 처음 작동 시키는 심리입니다.
즉, 잠자는 마음에 자극을 주어 일깨움으로써
그 마음을 환기 시키고 자각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으면
외계의 온갖 자극이 나에게 들어옵니다.
그래도 나는 그 모든 자극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들이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것은 청각에 상응하는 작의가 작용해서
그때까지 잠들어 있던 청각이 깨어났기 때문입니다.
잠자는 청각은 아뢰야식(무의식)속에 있는 ‘종자(種子)로서의 청각’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깨우는 작의도 종자 단계의 작의입니다.
여러 가지 마음을 일으키는 작의라는 원인은 무의식의 영역까지입니다. ☞ 본문으로...
4)
『成唯識論』卷三 :
“作意謂能警心爲性. 於所緣境引心爲業.
謂此境覺應起心種. 引令趣境故名作意.”
作意의 심소는 능히 심왕을 警覺시키는 것을 性으로 하고,
인식대상[所緣境] 쪽으로 심왕을 이끄는 것을 業으로 한다.
말하자면 이 境覺이 응당히 心王의 種子(果俱有)를 이끌어 일으키고
대상으로 향하게 하기 때문에 作意라고 이름하고,
아뢰야식의 대상은 유근신, 기세간, 종자이므로
‘종자를 이끌어 일으킨다’라고 말한 것이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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