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2500㎞ 달리기에 도전한 김수원?이영정(사진 오른쪽부터)씨가 2일 경북 포 항시 남구 구룡포 인근 31번 국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9일부터 한반도를 한 바퀴 돌아 2428㎞를 달렸다. 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2일 오전 9시30분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 31번 국도. 반팔 티셔츠와 운동팬츠 차림에 보폭을 맞추며 해안가 언덕을 달리던 두 사내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멈춰 섰다.
"쉴 때 되지 않았나? 헉~ 허헉~."
"호미곶에서 출발했으니 이제 12㎞ 왔네."
두 사내는 등에 진 검은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들고는 5분여를 빠른 걸음으로 걷더니 다시 국도 위를 내달렸다.
이들은 '2500㎞ 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는 66살 동갑내기 '마라토너'인 이영정(울산 남구), 김수원(울산 중구)씨다. 25일간 한반도 남해안~서해안~중부내륙~동해안을 차례로 일주하는 여정이다.
지난달 9일 울산을 출발한 이들은 24일 만에 2428㎞ 지점을 통과했다. 감독을 겸해 스케줄 관리와 페이스 조절을 맡은 이영정씨는 "초반에는 하루 110㎞씩 달렸고 며칠 전부터는 체력이 떨어져 하루에 뛰는 거리를 70~90㎞로 줄였다"고 말했다.
◆각각 신발 네 켤레씩 갈아치워
9월에도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늦더위 속에 2428㎞를 두 다리로 달린 흔적은 두 사람의 얼굴과 팔다리에 역력했다. 입술은 바짝 말랐고, 얼굴은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어 있었다.
골인지점인 울산까지 남은 거리는 75㎞. 이들은 3일 오전 10시30분쯤 최종 목표지점인 울산대공원에 도착할 예정이다.
2500㎞ 마라톤 도전에 나선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서"라고 했다. 또 "견디지 못할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 자신의 참 모습을 알고 싶어서"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하루 15~17시간씩 달리고 걷는다. 30분간 달린 뒤 5분간 빠른 걸음으로 걷는 원칙을 정했지만, 늦더위에 체력 저하로 빠르게 걷는 구간이 예상보다 많아졌다.
이날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모자란 잠은 하루 세 번 식사 후 10분 가량 아무 곳에나 머릴 기대는 것으로 보충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남해안(울산~부산~사천~지리산 일대~강진)과 서해안(목포~부안~서산~인천)을 일주한 후 경기도와 강원도 내륙(철원~가평~인제~진부령)을 통과해 고성에서 동해안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구룡포에 이르렀다.
지난달 15일 오후에는 목포 근처 도로에서는 김수원씨가 다쳤다. 보도 턱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팔꿈치와 손등에 찰과상을 입었다. "경남 함양의 육십령고개를 넘으며 늘어진 페이스를 만회하려고 무리하다가 그랬다"고 말했다.
이씨도 지난달 16일부터 발등 껍질이 벗겨지고 물집이 잡혀 고생했다. 목포를 돌면서 닳은 신발을 버리고 배낭에 넣어간 새 신발로 갈아 신었는데, 발등이 적응이 안돼 쓸린 탓이다. 2400여㎞를 뛰는 동안 두 사람은 각각 네 켤레씩 신발을 갈아치웠다.
◆ 정류장 같은 곳서 자며 강행군
가장 큰 문제는 '수면 부족'이었다. 밤 11~12시까지 뛰어야 했지만, 9시만 되면 졸음이 밀려와 뛰면서도 눈이 감겼다. 이씨는 "잠이 부족하면 길가의 나무가 짐승처럼 보이고 먼 산에서 귀신이 내려오는 것처럼 헛것이 보였다"고 했다.
잠은 주로 버스정류장·마을 창고·비닐하우스 등에서 잤다. 추위를 이기지 못할 때만 숙박시설에 들어갔다. 강원도 진부령 근처에서는 한기를 참지 못할 정도로 기온이 낮아져, 결국 119에 신고해 1㎞ 남짓 떨어진 찜질방을 찾아가 몸을 녹이기도 했다. 발에는 물집이 생겨 실을 끼워 넣어 물을 뺐고, 발등은 땀이 차면서 수포가 계속 생겼다. 20일째에는 병원을 찾아 소염진통제 주사를 맞기도 했다.
김씨는 "한 사람이 '도저히 더 이상 못하겠다'며 길바닥에 드러누우면 다른 사람이 '어서 가자'고 끌어 간신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사들 "의학적으론 불가능"
의사들에게 두 사람의 도전을 말했더니 "의학적·생리학적으로 보면 불가능하고 말려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의학과 진영수(58) 교수도 "이분들의 도전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위험하다"며 "하지만 우리 몸은 의학적·생리학적 지식으로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으로 몸을 단련시켜 심장에 걸리는 부하를 견딜 정도로 심장기능을 강화하면 하루 100㎞씩 뛰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는 준비가 된 인물이다. 고등학교 교사와 석유화학 회사 팀장, 울산 남구문화원의 사무국장 등을 지낸 이씨는 마라톤 풀코스 130회 완주에 100㎞ 이상 울트라 마라톤 15차례 등 누적거리 5만7000㎞를 자랑한다. 2003년엔 6일(144시간) 동안 842㎞를 달려 울트라 마라톤 아시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울산방송대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김씨도 마라톤 풀코스 92회 완주에 100㎞ 이상 울트라 마라톤도 7차례나 소화했다. 작년 9월엔 달리기 동료 이근철(64)씨와 19일간 2030㎞를 달려 비공인 세계기록도 세웠다. 3일 울산 대공원에 골인하면 두 사람은 ▲가장 긴 거리를 ▲가장 짧은 기간(25일)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바이벌 런) ▲가장 나이 많은 주자가 동반 완주하는 세계기록을 동시에 수립하게 된다.
두 사람의 2500㎞ 달리기는 전국 24개 지정 확인 장소를 반드시 거치는 것으로 기록을 공인받는다. 전국 동호인망을 갖고 있는 'ROTC 마라톤클럽'이 구간 통과 확인을 했다. 울산 남구청은 두 사람이 완주하면 기네스북 등재 절차를 밟아주기로 했다.
이영정·김수원씨는 "완주하고 집에 가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다음 3일 내내 잠만 자고 싶다"고 말했다.
▲ 매일100km 25일간 2500km를 달리는 66세의 두 노인이 있다. 전국 2500㎞ 달리기에 도전한 김수원,이영정씨가 2일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 인근 31번 국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9일 울산을 출발한 이들은 하루 4시간씩 잠자고 달리는 극한 도전끝에 전국을 한바퀴 돌고 다시 울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재우 기자
첫댓글 마라토너 부계이면 얼마나 좋을까ㅎㅎㅎ.허나 매일 1시간 이상을 속보하고, 월2회 이상 600m 이상의 산을 타는 게 나의 월중 행사이며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