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시산방 남서재 화제로 인한 성금 보내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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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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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디 사교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하고 잘 친하지도 못하고 표현도 잘 못하고 벙어리냉가슴 같이 발전성이 전혀 없는 성격으로서 그래도 중(스님)으로 태어나지 않고 보통사람으로 태어나 이 나라 이 땅의 많은 사람들 하고 교유하게 된 덕분에 난생 처음 겪는 두 가지 일을 경험하고 나니 참으로 기분이 착찹합니다. 그 한 가지는 문학을 한답시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지금까지 면밀히 모아온 방대한(?) 문학자료 소실(전소)과 본의 아니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받게 된 성금이 그것입니다. 너무나도 큰 과부화가 어깨를 짓누릅니다만 나하고 생일이 같은 연개소문이 태어날 때부터의 엄청난 위험한 고비를 평생 치러냈듯이 내 스스로를 이겨내는 것이야 별 문제가 아니라 보는데 성원해 주신 분들 한 분 한 분께 어떻게 다 갚음을 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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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을 하자면, 제12차 만주기행을 연길-도문-왕청-용정-돈화-길림-장춘으로 연계해 16박 17일을 화려하게 치러고 돌아온 그 이튿날(추석 전날) 오후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뻔히 보고도 30분만에 나의 43년간 행적은 금시조(죽농 서동균선생의일대기를 그린 이문열 소설)처럼 귀소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몸에 지닌 건 입은 옷과 휴대폰 뿐이었는데 볼펜 한 자루 가방 하나 지갑이 그립더군요. 그리고 백석의 시 <남신의주 유동박씨봉방>이 생각나더군요. 평북 오산학교 김소월 후배인 백석시인은 박씨네 집의 헌 샅을 깐 추운 골방에서 손깎지를 끼고 처자도 집도 없는 신세가 되어서는 누워 천정을 보며 죽을까 말까 했었지만 내 심경은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추석날 오전 제사를 지내고 나니 나혼자 벌판에 서 있는 아이가 되었는데, 낮에 곧바로 39년전부터 알고 지내는 대신동 선녀보살한테 놀러 갔지요. 39년이 지났으니 78세 할머니가 되어있는 그 옥황선녀보살은 나를 만나면 먼저 합장하고 그러시는 분인데 '무슨 일이 있구먼?', '있었지', '마음이 불안하네', '그래, 어제 집에 불이 났네', '지난 3,4월에 선산 산소에 소나무를 베어서 불이 난 거야. 함부로 베면 안 되지' 이러는 것이었다. 어느 집안이든 말썽장이 형제가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베지마라는 소나무를 나의 셋째형이 베어버린 것입니다. 네살배기 여자아이 소리내며 늘 기똥차게 잘 알아맞추는 선녀보살인데 조심할 건 조심하는게 좋을 듯 하여 소개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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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된 것 중에 가장 귀중한 것이라면, 한국현대시사 100년 최고의 시로 평가되고 있다는 미당 서정주선생님의 육필시 <동천(冬天)>입니다. 미당께서 83세 되신 해던가 그때 이은림시인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고 달성서씨종친회 서보현세손 보는 앞에서 내 이름까지 직접 써넣어서 주신 것인데 그만 소실된게 가장 안타까운 일로 남게 되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며칠 후 어떤 경로로 알게 되셨는지 미당께서 꿈에 나타나시어 '넘쳐나서 타버린 걸세' 하시며 담담해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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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달성문인협회, 대구문화재단, 달성군복지재단, 대륜문학회, 한민족사랑작가회의, 대한민국달성서씨청년회, 포항호미문화예술추진위원회, 열린시학사, 시에문학회, 대륜고등학교 24회동기회, 가창초등학교 33회동기회, 연변시인협회, 하얼빈조선족창작위원회, 장춘 장백산문예잡지사, 길림조선족문화관 도라지문예잡지사, 동북아신문사, 북방조선족문학회, 낭만시동인, 남서재대구시인학교 지장선원 등 관계자 및 소속회원 한 분 한 분께 함께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 요는 고려때 강감찬장군이 '구겨진 종이가 멀리 날아간다'했듯이 좋은 작품을 더 써내어 문단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정진하여 내놓는 일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해 나가겠습니다. 거듭 본의 아니게 후원해 주신 단체 및 개개인 한 분 한 분께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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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폐허 속에서도 꽃은 핀다' -한순간에 전소된 서지월시인 시산방 전경 및 꽃처럼 화안한 곶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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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페: 한민족사랑문화인협회작가회의 http://cafe.daum.net/manjulov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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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픔을 타고 올라오는 옛 생각에 아련 합니다
추운 겨울에 시인님 몸 조심하시고 편하실 때 오녀산을 함께 올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