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토 자금성 관광
4박5일간의 일정으로 고교산악회 회원12명과 유피트래킹여행사의 박재혁과장 등 14명이 베이징 링산(灵山)등반에 나서다. 당초 베이징 공항에 도착 후 첫날은 천안문광장과 왕푸징(王府井)거리, 798예술구를 돌아볼 계획이었으나 산악대장의 깜작 제의에 일행 모두가 박수로 응답한 곳이 중국 공식명칭으로는 고궁이라 부르는 쯔진청(紫禁城)이다. 섭씨31도의 뙤약볕이라 천안문부터 우산을 들고 걸었다.
처음 찾은 자금성. 궁궐의 방대한 위세에 눌리기도 했지만 감칠맛 나는 우리 고궁과 달리 무엇인가 밋밋하다. 문의 이름도 瑞門, 午門, 太和門으로 경복궁의 光化門, 興禮門, 勤政門과는 어쩐지 느낌이 다르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중국인들의 발길로 고궁은 門前成市를 이룬 것이 옛 창경원벚꽃놀이를 방불케 한다. 근 두시간 정도를 걷는데 내일 북링산등반을 앞두고 땀을 많이 흘렸나보다. 베이징거리가 익숙한 후배동료가 어디서 사왔는지 하나씩 나눠준 아이스케키가 꿀맛이다. 자금성을 나와 거리로 나오니 과거 베이징의 이미지 같았던 자전거 행렬은 볼 수 없고 자동차행렬만 빼곡하다.
이제 북경에서 서쪽으로 120km 떨어진 링산풍경구(灵山风景区)로 버스를 타고 이동. 이지역은 베이징 서쪽의 고원지대이다. 옛 강원도 산골짝 길 같은 1차선 도로를 나들이길 귀경차량들이 곡예를 하듯 추월해 앞질러 간다. 3시간 넘게 버스로 이동 1,700M 고지에 위치한 민박촌에 도착.
‘乡村农家’ 우리가 묵을 팬션 이름이다. 乡과 农은 鄕과 農의 간체자(簡體字)다. 鄕村農家로 읽으니 뜻이 쉽게 풀어진다. 마오쩌뚱은 중국인의 문맹퇴치와 표기통일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2500개의 번체자(繁體字 : traditional chinese)의 획수를 간소화시켰다. 지금 중국의 젊은이들은 간체자만 배운다. 정자(正字)인 번체자를 알 리가 없다. 대신 대만과 일본은 번체자를 쓴다. 헷갈리는 부분이다.
우리가 배운 중국의 정자는 정작 본토에서는 라틴어가 되어가고 있다. 한자문화의 종주국 중국이 멀리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간체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거리의 간판은 더욱 생소하다. 무리‘중’자 衆을 사람人변 셋을 합쳐 众으로, card는 卡으로 단순화시켜 룸카드는 房卡로 쓴다.
자금성에서 3시간 정도지난 저녁7시 링산풍경구에 자리한 숙소에 도착. 숙소 뒷산이 한폭의 그림같다. 이름이 夫妻山. 진안의 마이산처럼 두봉우리가 부부처럼 나란히 솟아있다.
8.21일 북링산(北灵山)∽황초량(黃草梁) 종주
링산(灵山)의 灵자는 신령靈자의 간체자다. 靈山의 본격 등반길에 나서다. 오늘은 북링산(1930M)에서 황초량(1670M)으로 이어지는 16km 종주코스다. 베이징서북쪽외곽은 온통 산악지대다. 산중턱에서 출발한지라 1시간정도 오르니 북링산 정상이다,
산등성이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중국청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다. 야생 부추잎을 뜯으며 비닐봉지에 넣고 있는 일행도 보인다. 북링산을 일명 부추산이라 부른다고 했다.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길을 걷는 중에 이들이 동방신기와 신화 등 케이팝의 열렬팬임을 알아챘다. 한 청년은 김동완을 좋아한다며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해발18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풀밭과 능선을 아우르고 있는 산세가 소백산 고원의 구릉지(丘陵地)같아 보인다. 일행중 한 분이 히말리야 트랙킹코스와 몽골의 초원 위를 걷는 기분 같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오르니 협곡이 나타난다. 정상에 오르는 능선길에서 보는 경관이 한폭의 산수화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고원지대에 물이라곤 없어 각자 물병 4개를 챙겨야 했고 내일은 더 힘든 코스가 기다리고 있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출발지점에서 3km구간을 1시간정도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에서 만리장성 유적이 있는 實心樓까지 2시간거리의 5km구간.
도중에 일행 두명이 말벌에 쏘여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응급처치를 했지만 이후로 벌떼와의 악연은 계속이어졌다.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 길에서도 벌떼가 달려들어 일행 중 일곱명정도가 벌침을 맞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장성에서 황초량을 거쳐 하산하는 길은 마치 청계산 숲길을 걷는 기분이다. 산길 중간중간에는 현대북경이 후원하는 北京國際山地徒步大會라는 팻말이 서있다. 2008베이징올림픽이후 생활체육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숲길과 초원을 누비며 꼬박9시간의 북링산∽황초량 구간 첫날 종주를 무사히 마치다.
8.22월 동링산 종주
베이징에서 가장 높다는 동링산(2303M)코스다. 해발1800M 하마위(下馬威)에서 오르기 시작하는데 초반부터 급경사다. 아침이슬을 먹은 풀잎들이 초행길 등반객을 신선의 경지로 인도하는 듯하다. 마주보이는 곳이 서링산으로 역시 산세가 높다.
숲길을 지나니 확트인 들판이 나타나고 풀밭에 핀 야생화가 어제보다 더 넓게 널려있다. 들국화처럼 생긴 들꽃에 중국말로 솜다리(火绒草)라 부르는 에델바이스도 무리를 이뤄 피어있다. 2000M고지대에 이런 야생화 초원이 있다니 놀랍기조차 하다. 뭉게구름도 산중턱을 지난다. 왜 靈山이라 이름을 붙였는지 수긍이 간다.
동링산을 오르기 위해 오지봉(五指峰)을 거쳐야 한다. 도봉산의 오봉같은 느낌을 준다. 이 구간이 링산 등반 중 가장 힘든 코스였나 보다. 높고 파란 하늘에 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비행기가 소리 없이 날고 있다. 갑자기 대포소리가 들린다. 내가 中共에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출발부터 4시간. 2303M표석의 동링산 정상에 드디어 오르다. 한라산보다 높은 지대다. 일행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중에 정상에 오른 중국청년들이 폭죽을 터뜨린다. 팔부능선 가까이서 들린 대포소리가 바로 폭죽터지는 소리였다. 중국공산당창당90주년이라 씌어진 현수막을 어디선가 보았는데 링산 정상에서 폭죽을 팔고 있는 것이 90주년기념행사와 관련이 있지 않나 짐작해본다.
하산길은 초원길로 이어진다. 말떼와 소떼가 한가롭게 노닌다. 말은 동링산 오르는 길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점심은 햇반과 라면에 후배동료들이 서울서 마련해온 김치와 푸짐한 밑반찬으로 성찬을 차리다. 오르막내리막길 7시간을 걷고 나니 다리도 무겁다. 일행 모두 링산의 새 명물이 된 리프트카를 타고 하산. 베이징으로 이동하다. 베이징 동북지역의 晶都國际酒店(크리스탈인터네이셔널호텔)에 짐을 풀다.
8.23 만리장성
링산종주의 마지막 코스는 만리장성이다.
만리장성은 베이징 서쪽의 타이항(太行山脈)산맥과 동북쪽의 옌산산맥(燕山山脈)사이에 축조된 방어용 성벽으로 명나라 때 축조된 6300km 정도가 현존하는 장성이라고 한다.
베이징관광국자료를 보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친 연경(延庆)의 바다링(八达岭,팔달령)장성과 밀운(密云)의 쓰마타이(司马台,사마대)장성이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이라고 한다. 이밖에 쥐용관(居庸关,거용관)장성, 구베이커우구(古北口古,고북구고)장성, 젠커우(箭扣,전구)장성, 수이관(水关,수관)장성 등이 있다.
오늘 우리 일행이 탐방할 곳은 젠커우(箭扣)장성이다. 들머리 길목에 흑타산(黑坨山)과 전구촌(箭扣村)표석이 세워져있다. 장성 대부분이 험준한 봉우리들을 따라 축조되어있다. 성곽에 올라 봉우리를 연결하는 축조물과 망루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급경사를 오르내릴 때는 암벽등반을 하듯 짜릿한 기분마저 든다.
젠커우장성은 옛모습을 일부 유지하고 있기도 하지만 험준한 산등성이의 대부분의 구간은 자연풍화나 폭우, 무분별 개발에 의해 훼손된 채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안내인은 설명한다. 198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정부에서 관리 보호하고 있는 장성은 일부에 불과하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不到長城非好漢”
“장성에 오르지 않으면 사내대장부가 아니다”
훼손된 장성이 이대로 방치될지 아니면 옛모습 그대로 새롭게 복원될지 신중국의 변화는 만리장성과 궤를 같이 하고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친다.
4박5일간의 트레킹이 나로서는 빡센 일정이었다. 매일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했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기념품으로 받은 티샤츠들이 이번 북경여행에서 매우 유용한 복장이 되었다. 후배 동료가 “마라톤을 하면 등산복은 저절로 해결되는 군요”라는 말 대신 “형님들은 돈주고 산 옷이 하나도 없네요”라고 조크를 던지는 바람에 실소를 자아냈다. 북경링산트레킹을 함께한 휘산회 모든분들과 유피트래킹의 박재혁과장에 감사의 뜻을 후기를 빌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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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좋은 풍경입니다
꿈을 이룬 듯하군요
부릅군요 잘보고 갑니다
좋은 곳 다녀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