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혼, 경북인의 정체성_경북 정체성 캠프를 다녀와서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16학번 영천학사 404호 박원석
경상북도는 천년역사 신라의 불교문화와 선비정신의 유교문화, 그리고 새마을운동 국민정신운동의 발상지이다. 즉, 대한민국 민족 문화의 본산지이자 한국 문화의 얼굴이다. 나는 경주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영천으로 이사를 온, 경북출신이다. 그렇지만 나는 경주와 영천에 대해서만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었지, 경북에 대한 정체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북 정체성 바로알기 교육’이 있었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전까지 경상북도청사는 대구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6년 2월에 안동에 새로운 도청이 완공된 후 경상북도청사는 안동에 위치한다. 제 8기 경북 정체성 바로알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우리들은 이 곳, 안동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내가 ‘안동’이라고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회마을이다. 그 다음은? 이라고 묻는다면 간고등어라고 말할 것이다. 계속 질문 받아 4개 쯤 말하다보면 말이 바로 안 나오기 시작한다. 경북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유명한 안동이라는 곳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 멍하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안동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고, 경북의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 영천학사 뿐만 아니라 포항학사, 구미학사, 영덕학사 총 4개의 학사가 함께 모여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안동을 향해 가는 동안에 버스 안에는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물론 처음 만나는 거니까 어색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이 분위기를 해소하시려고 노력한 경상북도 서울지사 김기욱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약 4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경북도청신청사의 모습은 우람했다.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신설된 도청의 모습에 감탄했다. 내부에 들어섰을 때 천장에서 1층까지 내려온 거대한 붓의 모습을 한 작품을 보는 나의 모습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높은 건물의 맨 꼭대기를 쳐다보려고 고개를 쳐든 어렸을 때의 모습과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물 중 하나는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필채가 담긴 현판이었다. 거칠면서도 선명하게 필채를 쓴 거대한 현판이 걸린 경북도청사 안의 모습은 참으로 웅장했다.
청사 밖에는 주변이 확 트인 평지가 있었고, 뒤에 있는 산의 이름이 아직도 기억난다. 확실히 검무산이었다. 당시 이 산을 설명해주시던 해설사가 말하길, 없다는 의미의 ‘무’로 읽어 검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을 하셨다. 하지만, 실제 ‘무’의 의미는 춤을 추는 이라는 의미의 무가 쓰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도청사의 뒤에 자리 잡은 산의 이름을 외울 수 있는 이유는 검무를 검이 없다고 해석을 하신 해설사의 설명 덕분이다. 검이라는 권력 없이, 기대지 않고 도민을 잘 이끌어 나아간다는 강사의 말을 듣고 나는 도청의 역할이 내포된 의미라는 것을 느꼈고 이에 대해 감명 받았기 때문이다.
재경시군학사 대학생을 모집하여 진행한 경북정체성 함양 연수 활동에는 현장학습도 있었지만 강의와 체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다양한 활동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김희곤 안동대 교수께서 ‘경북의 혼, 한국정신의 창’을 주제로 하신 강의에 대해 먼저 글을 쓰고자 한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청년이 되면서 자아정체성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그렇게 나는 정체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과 관련된 정체성, 자아정체성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정체성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단순히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 더 나아가 국가의 정체성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희곤 교수께서 강의를 진행하시는 동안 특유의 재치 덕분에 졸지 않고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 강의 내용에는 단순히 정체성에 대한 뻔한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자에 적힌 다양한 머리글을 통해서도 느꼈겠지만, 강의 내용은 확고한 주제를 가지고 있었다. “다양한 구성원들 때문에 다양한 주장과 색깔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를 크게 묶는 정책을 펼치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 도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확립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는 교수의 말이 적힌 책에 나는 볼펜으로 밑줄을 진하게 그었다. 이 말은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국제기구에서도 인지해야할 필요가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에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당신의 자아정체성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이거라고 바로 답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있을까. 당장의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도 찾기 힘든데 국가의 정체성, 세계의 정체성은 얼마나 더 복잡하고 힘들어질까. 하지만, 내가 여기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오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나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다. 즉,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이걸 그대로 국가와 세계에 접목시킨다면 왜 그토록 김희곤 교수가 정체성을 찾아야 된다고 강조를 하시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강의를 듣는 내내 앞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생각과 준비에 대해 신선한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안동민속박물관 내에는 많은 예절 관련 전시가 있었다. 옛날의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을 주제로 전시물을 나열하였고 해설사의 관련 설명을 들으면서 옛 조상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는 의식을 관례, 여자는 계례로 따로 부른다는 것도 여기서 처음 알았고, 혼례하는 과정이 복잡했는데 순서에 따라 전시가 되어 있어서 마치 혼례를 직접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복원한 현판이 아니라 정말 그 당시에 걸려있던 현판들을 모아두었다고 한다. 과연 정말일까라는 의문점이 생겼긴 했지만 그거와 상관없이 다양한 필채가 한 장소에 모여 있는 현판들을 하나씩 보며 필채에 담긴 느낌을 본다는 것이 새로웠다. 무엇보다 마침 우리가 있을 때, 800년 전 썼던 하회탈이 전시되어 있어 그것도 관람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했다. 물론 평상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서울에서 볼 수 있지만, 그 국보에 올라가져있는 전통 하회탈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해설사가 탈의 이름과 생김새를 연관 지으며 설명을 하는 동안 여러 하회탈을 볼 수 있었다. 보면서 각시탈, 양반탈을 주위에서 가장 많이 접해서 익숙한데 다른 하회탈들은 보면서 익숙하지가 않았다는 것이 한국인, 그것도 경북사람으로서 미안했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탈춤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마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하회탈 전시관을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마음에 짐이 쌓여갔다.
1박 2일이라는 어쩌면 짧은 기간일지도 모르겠지만, 이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었다. 사실 첫 날 버스에 타면서 도대체 경북정체성이라는 것이 뭔지, 왜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길은 막히고, 늦게 일어나서 아침도 못 먹어서 의자에 앉자마자 계속 잠만 잤다. 1박 2일 동안 많은 곳에 가보고, 체험도 하고, 구경도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연수 프로그램에 잘 지원했다는 생각을 가진다. 사람은 마음을 어떻게 가졌는지에 따라 세상이 달리 보이게 된다. 그리고 같은 것을 경험했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 또한 다르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을 보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나는 1박 2일 동안 경북 정체성 바로알기 교육에 참여하였고, 무사히 잘 다녀왔으며, 많은 것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일정이 끝나고 다음 날,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김동주 경상북도 서울지사 대외협력팀장과 김기욱 경상북도 서울지사로부터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였다. 프로그램이 끝났기에 그걸로 끝인 줄만 알았는데 다음날이 되어서 이렇게 문자를 보내주시는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1박 2일 동안 함께 해주신 학사선생님께 안전하게 갔다 오게 해주셔서 감사를 드린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분께 고마움을 표현하고, 좋은 추억을 가지게 해주어 감사하다는 말을 드린다.
이 글을 맺으면서 정체성에 대하여 짧게 말하고자 한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무얼 위해 살아가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주위에서 받은 고마움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기 위해 살아간다는 건 확실하다" 라고 말할 것이다. 당신은 무얼 위해 살아가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 세 문장이 이번 경북 정체성 캠프를 갔다 와서 느낀 나의 생각과,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